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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rstDay Jun 27. 2019

방콕, 느리게 걷기

태국 방콕을 1년에 2번씩 방문하는 이유가 뭘까? 

내 인생의 첫 해외여행은? 

나는 90년대 초반 초등학생 때 가족들과 방콕 여행이 첫 해외여행이었다. 지구 상에 다른 나라를 비행기 타고 가는 것이 신기했고,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해서 처음 느꼈던 습하고 뜨거운 공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공기가 좋아서 또 방콕을 간다.


그때는 가장 평범한 3박 5일 방콕, 파타야 패키지였고 왕궁 투어, 파타야 수상체험을 했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는 학교를 다니며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통장잔고가 쌓이다 보니 부모님의 지원 없이도 해외여행은 다닐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패키지로만 여행을 부지런히 다니다가 가이드 따라다니는 게 조금 지겨워졌을 때쯤. 


가장 만만한 일본을 시작으로 홍콩, 싱가포르를 자유여행으로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또 자유여행으로 어디를 갈까 하다가 방콕을 다녀왔고, 첫 해외여행지를 다시 가서 그럴까? 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먹는 것도 잘 맞고 그냥 지내다가 오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1년 후, 2013년 겨울. 업무에 치이고 정신적으로 상처 받고 힘들었던 시기에 그 누구와도 아닌 혼자 여행을 가서 머리를 정리하고 싶어 졌고 그때 딱 떠오른 곳이 '방콕'이었다. 이미 익숙하기도 하고 여자 혼자 다녀도 안심인 지역들을 알고 있으니까.  


내 인생에 나 혼자. 자유여행으로 해외를. 그것도 방콕을.

혼자 다니며 더 정확하게 알았다. 나는 걸음이 느리고 길치라는 것을. 책자에 10분 거리가 나에게는 20분이 걸리고. 지도를 볼 줄도 모르고, 길에 대한 감도 없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잘못된 장소를 가도 내 잘못이니 탓할 사람도 없다. 그렇게 방콕의 골목 구석구석을. 방콕 시내 쇼핑몰들을 힐링한다는 마음으로 걷고 또 걸었다. 

방콕 에라완 사원

길치는 쇼핑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상하게 왔던 가게만 자꾸 또 본다. 의식의 흐름대로 걷다 보니 세상 모든 옷을 보는 자세로 쇼핑하게 된다. 방콕은 시장도 재미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후일담이지만 방콕시장 가는 재미에 빠져서 그 이후에 서울지역 모든 시장투어를 하게 되었다. 





가장 기도발이 잘 먹힌다는 에라완사원 앞에 가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 건강, 사랑, 가족 다양하겠지.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고 기도할 일이 있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더 안정시켰다. 

방콕 칫롬역에서 가까운 곳에 센트럴월드라는 쇼핑몰이 있다. 이 앞에도 사원이 있는데 Ganesh 사원은 성공의 신, Trimurti 사원은 사랑의 신이다. 각자 원하는 곳에 가서 기도를 한다. 이때도 이곳을 바라보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다.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두리번거리는데 내가 서 있던 곳이 딱 기둥보가 지나가는 곳이라 내가 서있는 곳을 피해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비를 피해서 뛰어다니는 사람들 틈에  세상이 멈춘 듯, 나만 비눗방울 안에 들어간 느낌이 들고 무언가를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곳 방콕은 나를 안아주는 곳이야."  

그렇게 7~8분간 비가 시원하게 내렸을까? 비가 그치고 한숨 돌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꼭 내가 사원이나 궁전에서 봤던 부처상의 얼굴형이 아닌가. 불자는 아니지만 태국에서 느껴지는 불교문화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몰라도. 내 나름의 신비한 경험을 했다. 


2013년 혼자 방문했던 방콕 여행에서 이곳이라면 내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근무를 하는 나는 1년에 2번 방학이 있다. 학기시작할 때 루틴처럼 하는 것은 학기 마치고 갈 방콕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기 중 그 어떤 스트레스가 있어도 방학 때 방콕가니까 괜찮다는 생각으로 버티게 된다. 


지금 내 주위 가족들은 모두 방콕마니아이다.  

이 글은 내가 왜 방콕을 가는지. 방콕 쇼핑몰들을 왜 잘 아는지 프롤로그와 같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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