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술을 향유한다. 유명 작가의 문학책을 읽고, 미술관의 회화를 보며, 소극장의 콘서트에 간다. 우리는 예술을 향유하며, 예술이 우리 안에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경험한다. 이렇게 우리는 수동적으로 예술을 소비한다.
우리는 예술 활동도 한다. 공책에 글을 끄적거리고, 도화지에 물감을 묻히며, 악기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예술 활동을 하며, 예술을 통해 우리의 감정이 바깥으로 표출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렇게 우리는 적극적으로 예술을 수행한다.
그런데 우리의 예술 활동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쓴 글이 문학이 되고, 우리가 그린 색과 선이 회화가 되며, 우리가 낸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을까?
김홍도, 춤추는 아이, 《단원 풍속도첩》
예전에 어느 뮤지컬 가수가 리허설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던 도중, 자신의 노래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 나머지 가수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가수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때 감독은 리허설을 멈추더니 무대 위로 올라가 그 가수 앞에 섰다. 감독은 가수의 뺨을 찰싹 때렸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눈물을 왜 흘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이 아닌 나를 눈물 흘리게 만드는 거야!”
예술 활동은 감정의 배설을 돕는다는 점에서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술 활동이 감정의 배설에서 멈추지 않고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예술 활동의 결과물이 상대방 안에도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소리라고 해서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것 역시 예술이 될 수 있다. 내면 깊숙한 곳부터 끌어올린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출해내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예술적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적 삶이라고 해서 그것이 예술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 작품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향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