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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모 Apr 01. 2022

언행일치보다는 행언일치

  말과 행동은 서로 별개의 영역이다. 자전거를 어떻게 타야하는지 말로 설명하는 것과, 실제로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타는 것은 서로 다르다.

  말을 잘한다고 행동도 잘하는 것은 아니고, 행동에 능숙하다고 말에 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언행일치란, ‘말과 행동이 하나로 들어맞음. 또는 말한 대로 실행함’이다. 말한 대로 실행한다는 것은, 말에 기준을 둔다는 뜻이다.

  즉, 말을 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말을 기준으로 행동이 따르는 것이 언행일치인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말이 넘쳐흐른다. 화려한 수사로 겉치레 한 말, 유행에 편승하여 듣기 좋게 포장한 말, 위인들의 명언을 인용하며 그럴 듯하게 꾸민 말……. 말이 행동의 기준이 되기에는 세상에 말이 너무 많다.


  말이 너무 많은 세상 속에서, 말을 제대로 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행동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 쏟아낸 말은, 행동으로부터 강한 반발과 불복종만 이끌어낸다.

  이처럼 말이 기준이 되는 언행일치에서는, 말은 폭군이 되고 행동은 노예가 된다. 그리고 이 둘은 계속하여 갈등한다.


전곡, 난정수계도


  우리는 말 중심의 언행일치가 아닌 다른 종류의 언행일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행동 중심의 언행일치이다. 자신이 행동하지 않은 것이라면 말로 내뱉지 않으며, 자신이 좋지 못한 행동을 했다면 그것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행동 중심의 언행일치이다.

  행동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행동을 기준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행동 중심의 언행일치에서는, 말과 행동은 폭군과 노예의 관계가 아닌 전혀 다른 관계를 맺게 된다.

  행동은 선수가 되고, 말은 그를 지도하는 코치가 된다. 선수와 코치의 궁극적 목표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있지,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복종하는 것에 있지는 않다.

  ‘행동’이라는 선수는, ‘말’이라는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삶’이라는 경기를 뛰고 있을 뿐이다.


  언행일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말로써 행동을 강제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한동안 내버려둔 채, 마치 코치가 선수를 바라보듯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에 따라 말을 적절히 선택하여 내뱉는 것, 이를 통해서야 비로소 우리는 언행일치를 실천할 수 있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1mniphxSJIRLQg829Y0w2Q

팟케스트: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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