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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May 20. 2020

마케터가 만난 브랜드 10

프립 편

최근 팀원 두 명이 나에게 한 가지 요청을 해왔다. 업무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한 나는 대화하기 전 노트부터 챙겼다. 근데 요청 사항이라던 것의 약간 의외였다. 테니스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정말 제대로 배우고 싶으니, 자세부터 알려줄 수 있냐며 팀원이 눈을 반짝였다. 예전에 추천하는 운동으로 테니스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했나보다. 함께 일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지현님은 진심이라며 에디터 은호님도 함께 관심이 있어서 어디 배울만한 곳이 없는지 찾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는, 바로 컨셉진 77호 브랜드 기사에 소개된 프립Frip이 생각났다. 어플리케이션을 곧장 실행시킨 나는 혹시 프립에서도 테니스와 관련된 액티비티를 찾아봤냐고 두 명에게 물어봤다.그러곤 괜찮은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는 액티비티에 대해서 추천을 해주고, 나중에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나면 나랑 시합도 하자며 이야기를 끝마쳤다.


그러다 순간, 경험의 저장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구나라는걸 깨달았다. 테니스를 어디서 배울 수 있냐는 팀원의 How에 대해서 나는 프립으로 대답했다. 예전 같았으면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면서 어느 지역에 테니스 코트가 있고, 또 어떤 클럽이 있으니 거기에 등록을 해보라고 하던가 했을 것이다. 근데 나는 왜 그냥 프립에서 찾아봤냐고 되물었을까.


사실 나는 브랜드 기사를 하기 전부터 프립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혹 모르는 분들이 있다면, 잠깐 검색을 하기만 해도 알 것이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브랜드인데, 가입자 수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브랜드 기사를 진행할 때만해도  가입자가 약 85만명 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도 또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면서도 프립의 액티비티를 경험해 왔던 나는 어느 새 ‘액티비티=프립’이라는 공식이 머리에 갖춰져 있었다. 취미나 취향을 알아 볼 수 있는 플랫폼들은 차고 넘치는데도 말이다. 단순히 규모가 크니까. 개설된 액티비티의 수가 많으니까가 아니었다. 오늘은 왜 내가 그런 공식에 자연스레 빠졌는지 그 이유를 나누고자 한다.



[Frip, 그들이 플랫폼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이유]



1.갖는 것 보다 겪는 것을 중요하게


브랜딩 전문가 임태수의 <날마다 브랜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물론 어떤 물질을 소유한다는 행위가 주는 행복감도 크다. 그러나 소유를 통한 행복한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그러나 무언가를 경험하는 데서 오는 감정이나 추억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점점 크게 느껴진다.”


프립의 코어 프로덕트는 호스트가 운영하는 액티비티 클래스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원데이 클래스, 동호회 등을 브랜드 안으로 모아서 재정립한 것이다. 언뜻보면 유형이 아닌 이런 무형의 서비스들로 어떻게 사업이 가능할까 싶지만, 지금의 프립을 보면 그런 말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프립에서 제공하는 것은 비록 유형의 제품은 아니지만, 실물이 주는 행복보다 더 큰 가치와 경험을 선사한다.


conceptzine vol.77


프립은 이 점을 가장 주목한 것 같다. 제조업체처럼 무한대의 찍어내기 생산은 하지 못하지만, 대신 한 명 한 명의 고객들이 경험했던 프립의 액티비티들이 1년, 2년이 지나도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점 말이다. 여기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개념이 작용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의 경우 제품 그 자체에 대한 행복감은 시간이 지날 수록 줄어든다. 아이폰 11시리즈가 나오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12, 13 시리즈가 나오면 신형으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 기능적으로 쓸만은 하지만 해당 제품에 대한 행복감은 반감이 되거나 그보다 훨씬 줄어들어버렸기 때문에 신형으로 갈아타면서까지 고객들은 다시 그 행복감을 느끼려고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있는데, 바로 그 브랜드의 기기로 찍은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다. 나만해도 4~5년전의 사진을 아직도 휴대폰속에 간직하고 있다. 이 사진들로 기억하는 나의 추억과 경험은 시간이 갈 수록 소중해지고 행복감은 배가된다.


프립이 주목한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잘 키운 클래스 하나 100개의 제품이 부럽지 않다는 듯, 프립은 코어 프로덕트를 ‘경험’으로 정하고 플랫폼 전쟁에서 당당하게 깃발을 날리고 있다.




2.서비스 퀄리티 유지를 위한 고민


코어 프로덕트가 ‘경험’으로 정해진 이상, 프립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그래서 어떻게 좋은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다. 단순히 액티비티 카테고리를 넓히고 운영하는 클래스의 수를 늘리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퀄리티를 유지하는 방법들을 모색했다. 지금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수 많은 고민과 과감한 결정이 없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큰 고민은 ‘우리가 직접 액티비티 활동을 진행할 때 나오는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까?’였어요.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가 10명, 100명, 1,000명으로 늘어나도 액티비티 활동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내부적으로 운영 규칙을 정하고 호스트에 대한 가이드를 정립하는 데 많은 준비를 했어요.” <컨셉진> 77호 브랜드 기사 중에서


구체적으로는 클래스를 실제적으로 운영하는 호스트를 위한 플랫폼을 추가하여 그들의 네트워크를 열어 준 점, 각 액티비티의 후기 정보를 오픈해서 자정 작용 효과가 일어나게 한 점, 과감한 삼진 아웃제를 도입한 점 등이다. 단순히 엄격한 기준을 그어놓고 이것만 넘어가면 괜찮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자정 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여러 단계의 시스템과 생태계를 구성했기 때문에 지금의 85만이라는 숫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유념해둘 일이다.


https://www.frip.co.kr/



3.제한없는 브랜드 확정성


취재를 하면서 편집장님과 새삼 놀란 부분이 있다.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던 때는 한창 프립이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재정립을 하는 바쁜 시기라고 했다. 그게 어떤 것인지를 묻자 프립 임수열 대표는 매년 1회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회의를 하는 기간을 가진다고 답했다. 브랜드가 크게 나아갈 대전제는 그대로 두고, 세부적인 방향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에 따라 바로바로 변화하는 것인데, 이걸 듣고는 편집장님도 나도 무릎을 탁 쳤다.


100년을 가기 위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100년을 쓸 수 있는 좋은 제품과 명확하고 뚜렷한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만 있으면 될까? 물론 지금과 같이 변화가 빠르지 않았던 50년, 100년 전이었다면 그게 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업과 브랜드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발 맞춰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를 위해서 프립은 매년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하는 것이리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의 저서 <기획자의 습관>의 한 부분이다.


“관찰은 나를 향하는 구심적 관찰과 내 외부 환경에 대한 원심적 관찰로 나뉜다. 두 가지 유형의  관찰은 모두 중요하다. 외부의 변화를 파악해야 그에 적응하기 위한 나의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내 상태를 파악해야 외부 환경에 맞출 수 있는 자기 역량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야 관찰의 끝에 매달린 ‘기획력’은 보다 안정적인 궤적을 그려갈 수가 있다.”


컨셉진도 요즘 이것에 너무나도 동감한다. 그를 위해 서비스 개편에도 이런 것들을 모두 쏟아 넣었기 때문이다. 시대에 변화를 관찰하고 그를 통해 내/외부적인 브랜드의 방향성을 재설계하는 것. 이 소리없는 플랫폼 전쟁에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이다.




플랫폼 전성 시대다. 과거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던 플랫폼 사업은 이제 의류, 신발 등의 유형의 제품부터 커뮤티니, 액티비티 같은 무형의 서비스들까지로 계속해서 확정되고 있다. 프립은 그 중에서도 플랫폼 간의 경쟁이 활발해진 시대에 태어난 브랜드다. 전쟁과도 같은 이 붉은 바다에서 살아남고자 여러 브랜드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도태되거나 모습이 변한 곳도 적지 않다. 프립도 이 경쟁속에서 만만찮은 시기를 지내고 있지만, 가까이에서 만나본 그들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내구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탄탄함이 있었기 때문에 매년 프립을 경험하고 또 계속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 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지인들 조차도 이젠 어떤 액티비티를 할 수 있을까 프립에서 종종 검색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로 액티비티=프립이라는 공식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배울점이 정말 많았던 프립이라는 브랜드를 다들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마케터 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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