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마케터는, 이런 마케터입니다!(인사이트 기록 루틴에 대하여)
2주 전이었다. 내 브런치 계정에서 함께 인사이트를 공유할 분들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 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내주셨다. 생각해보면, 2주 에 한 번씩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꽤나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텐데도, 연락온 분들을 다 합쳐보니 50명이 넘는 숫자였다.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대화를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인사이트에 목말라 있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왜 그럴까?
근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눈만 돌리면 정보 투성이이고, 각종 구독 서비스들이 커지는 요즘에도 사람들은 인사이트에 목말라한다는 것이다. 물이 도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실 물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왜 그럴까? 궁금한 것이 생기면, 잠깐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각종 기사를 보거나 혹은 팔로우를 했던 사람의 글이나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보의 인사이트를 얻는덴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인사이트’에 목말라 한다.
나만해도 그렇다. 매일 기사와 업무에 관련된 지식을 보면서도 ‘인사이트가 목말라서’라는 말을 자주한다. 이번에 시작한 ‘인사이트 루틴’을 하자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한 것이다.
진짜 왜 그럴까? 2주 동안 사람들이 인사이트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서, 또 나 스스로도 받았던 영감들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실마리를 얻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찾는 그 ‘인사이트’는 단순하게 ‘정보’만을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실마리는 내가 인사이트를 정리하는 습관에서 찾았다. 예를 들어 어떤 책 한 권을 읽었다면, 나는 그 책에서 아무리 좋은 내용이 많아도 최대 4개 정도까지만 인상 깊었던 부분을 뽑아낸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한 줄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 한 줄 설명을 다시 아래에 설명한다. 이런 식의 설명하는 글쓰기를 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기억하려고 마련해둔 장치다. 어차피 모두 다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면, 욕심을 버리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우선 순위로 뽑자고 생각했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그 내용들이 내 안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공부할 때, 누군가에게 가르쳐준다는 의미로 공부하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고, 틀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정보를 해석한 과정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라고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몇 백개의 정보가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내 안에 갈무리해둘 것을 ‘찾았다’라고 생각할 때 동시에 일어난 생각이었다.
정보를 갈무리하는 과정에서, 목마름을 달래줄 시원한 보리차 같은 인사이트가 나타났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안에서 일어났던 이런 생각들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인사이트를 기록하는 루틴이 더 소중해지겠구나라고 느꼈다. 앞 서 말했던 것처럼, 도처에 널려있는 정보들은 쉽게 눈으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은 습득 과정의 속도와 비례하여 흘러가버린다. 정체되거나 내 속에 스며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그토록 인사이트에 목말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까지는 정보를 찾는 것에 고심했었다면, 앞으로는 단순하게 ‘보는 것’은 줄이고, 그 속에서 내가 갈무리 할 것들을 ‘찾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은 구글(Google)의 조직 목표 관리 체계다. 펩시가 ‘코카 콜라를 끝장내자’고 이것을 도입하기도 했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도입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방법이다. OKR은 조직원이 함께 목표(O)를 정하면, 그 목표를 이루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핵심 결과 지표(KR)를 설정하는 방법이다. 오롤리데이는 OKR을 2020년부터 도입했다. 브랜드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설정하고 그 결과를 나타내는 방법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지체하지 않고, 바로 도입한 첫 해,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이 체계를 공부했다.
마케팅팀은 OKR에 대해서 할만 많..
국내에서도 이 방식을 제대로 설명한 책이나, 참고할만한 성공 Case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 힘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마케팅팀은 작년에 혹독하게 이 체계를 경험했다. 2020년 하반기에 세웠던 OKR을 중도에 수정하게 된 것이다. OKR의 장점은 그 조직에 가장 맞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팀원들이 어디로 달려갈지 방향을 잘 알려주는 것도 있지만 세운 목표가 올바른 것인지 점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목표를 잘못 설정하면 엉뚱한 곳으로 조직이 달려가게 되는데, 오롤리데이 마케팅팀은 그것을 뼈저리게 직접 느꼈다.
오늘은 지난 사례와 함께 2021년에 팀 OKR을 설정하면서 내안에 갈무리한 포인트들을 함께 공유해보려고 한다. 혹시 본인이 속한 조직 혹은 개인이 OKR에 관심이 있다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먼저는 필요성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 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각 회사마다는 그 회사의 목표 설정 방식이나 결과를 평가하는 방법이 저마다 있을 것이다. 그것이 체계적이든 그렇지 않든 분명 존재한다.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대명제를 절대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윤 추구의 과정과 방향을 설정하는데 OKR은 효과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구성원들 사이에 제대로만 안착이 된다면, 대표가 어느 날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어라? 회사가 자동으로 굴러가네?’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OKR의 특성 때문이다. 앞 서 말했던 것처럼, 브랜드는 그마다의 특성이 있다. 마치 사람과도 같아서 처한 상황, 인프라, 타겟, 상품군이 너무나도 다양하다. 특히나 산업화 초기의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바뀌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근데 이런 브랜드의 특성을 어떻게 표준화된 목표와 결과 수치로 나타낼 수 있을까? 결과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어떤 목표를 삼을지, 가장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는 브랜드마다 너무나도 다르다.
OKR의 가장 큰 특징은, 조직의 구성원이 함께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다. 구성원이 느끼는 지금의 단계에서 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대표자가 이리와!라고 해서 구성원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이 저기로 가자!라고 스스로 목표를 결정하는데 있다. 지금 어디로 달려갈지,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 헷갈리고 어렵다면, OKR의 방식을 추천한다. 1인 브랜드 혹은 개인도 마찬가지다. 조직원이 없어 함께 목표를 설정할 순 없겠지만, 10년뒤에도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 순위를 정해놓고 달려갈 수 있도록 꼭 OKR을 접목해봤으면 좋겠다.
OKR을 도입하고 초기에는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누군가가 잡아준 목표를 바라보거나, 혹은 내가 설정했지만 다른 회사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유행처럼 따라했던 습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오롤리데이 마케팅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도입 초기, 마케팅팀은 ‘찐팬을 확보하자’라는 목적(O)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결과 지표(KR)를 설정했다. 그 중에 하나가 인스타그램 팔로워 3만명 달성이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오롤리데이 공식 인스타그램은 다수의 해킹을 당했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선보일 인스타그램에서는 보다 효과적으로 팬들에게 다가갈 방법들이 필요했고, 그런 방법을 효과적으로 달성했다는 결과 지표로 팔로워 수를 설정한 것이다. 근데 여기서 오류가 생겼다. 핵심 결과 지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수치로 설정되어야 한다.
아래의 두 수치를 비교해보자.
O:찐팬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되자.
(a)KR : 인스타그램 팔로워 30,000명을 달성하자.
(b)KR : 콘텐츠 도달 대비 좋아요 비율을 00% 달성하자.
a의 지표를 핵심 지표로 설정하면, 팔로워를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사고가 시작된다. 가장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팔로워 수를 증가시키는 수단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연구할테고 말이다. 근데, 여기서 핵심 결과 지표와 목표간에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팔로워를 가장 빠르게 높이기 위해 이벤트를 설정한 것이 신규 유입을 최대화 하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5,000명의 팔로워를 증가 시키고자 프로모션을 기획하던 중, 롤리에게 브레이크가 들어왔다. 단순한 팔로워 증가가 과연 ‘찐팬’이라는 목표에 맞는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정답은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바로 아실 것이다. 절대 아니다. 하지만 결과 지표를 단순한 3만명이라는 수치로 설정했기에 가장 빠르게, 최대한 많이 팔로워를 늘리는 것에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목표를 보면서 유념은 했겠지만, 핵심 결과 지표를 달성하려는 욕심 때문에 오류를 범하기 쉬워졌었다.
반면, b라는 결과 지표는 어떤가? 도달 대비 좋아요 비율을 본다는 것에는 다양한 사고를 일어나게 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은 노출이 아닌 도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전단지처럼 버려지는 콘텐츠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할 것이고, 다행히 시선을 주목시켰더라도 ‘좋다’는 적극적인 표출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것이 좋은 콘텐츠인지, 좋아요를 누룬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떤 특성이 있는지 파악하려 들 것이다. 결국 이런 고민으로 만들어진 콘텐츠 혹은 프로모션은 단순 팔로워가 아닌 ‘진짜 팬’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물론, 앞의 a에서와 같은 오류를 경험했던 것이 독만 된 것은 아니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오롤리데이 마케팅팀은 b와 같은 결과 지표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들을 서서히 길러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고 또 비슷한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핵심 결과 지표를 끊임 없이 점검한다.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꼭 유념하시길.
능동태(active voice), 수동태(passive voice). 영어에서 익숙한 표현이다. OKR에서도 이런 표현을 쓴 이유는, 핵심 지표를 어떤 수치로 설정하느냐에 관해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핵심 지표는 내가 제어가 가능한 능동적인(active) 수치보다 고객이나 환경에 의한, 제어할 수 없는 수동적인(passive) 수치를 설정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아래의 지표를 예를 들어 보겠다.
(a)KR : 뉴스레터를 월 1회 발행하자.
(b)KR : 뉴스레터를 발행하여, 1주내 구독자 1,000명을 달성하자.
바로 감이 오지 않는가? a의 핵심 지표는 내가 제어 가능한 수치다. 내가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변경될 소지가 아주 높기도 하다. b의 수치는 발행 횟수에 주목하지 않고, 발행 후 구독자의 수치를 핵심 지표로 보았다. 결국 뉴스레터를 몇 회 발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소비될 수 있는 매력적인 결과물이 된 것인지 아닌지를 고객에게 판가름 받겠다는 결정인 것이다. 이런 수동태적인 핵심 지표를 설정하면, 사고의 확정과 함께 다양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들은 연구할 수 있게된다.
2주 전에 약속했던 첫 번째 인사이트 정리가 끝이 났다. 그리고 관심을 주셨던 50여명의 분들 중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한 30명이 넘는 분들이 곧 인사이트를 정리하여 공유를 할 것이다. 사실 내 인사이트를 정리하면서 시선은 그분들의 인사이트에 머물러 있다. 어떤 것들을 자기안에 갈무리 했을까? 그들이 정리한 내용 중에 내가 갈무리할 것은 없을까?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단순한 정보의 보관이 아닌 새로운 무엇인가를 내 안에 갈무리 하는 것.
여러분도 지금부터 꾸준하게 해보시길 추천한다.
마케터 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