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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Aug 18. 2021

[1]태어날 때부터 천재였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프롤로그 : 어쩌다가 마케터로 살고 있냐면


호섭, 35살. 내 직업은 마케터다.

나를 소개하는데 굳이 가장 먼저 Job을 언급하는 것은 내 삶의 반 이상을 '마케터 호섭'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 외에 나를 소개할 요소들은 많다. 매운 음식을 못 먹어서 신라면도 수프를 반만 넣는 사람,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고집 센 사람, 사람 좋아하는 사람, 여행은 무계획으로 하는 사람, 개복치... 뭐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키워드는 '마케터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 소개를 할 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다. 앞으로 전할 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쩌다가 마케터로 살고 있냐면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느냐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google 검색창에 'job'을 검색하면 엄청난 가지 수의 직업들이 쏟아지지만, 그건 텍스트로 존재하는 것일 뿐 막상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라는 것은 검색해도 시원한 결과를 찾기는 어렵다.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스무 살 중반, 취업 준비하면서 나도 이 질문 때문에 웃기도 하고, 불안에 휩싸여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어디 그때뿐인가, 취업 이후에도 이직을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이 질문은 또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내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어 준 것이 있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삶을 살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할 것.' 이 두 가지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게 된 사람이다. 그래서 앞의 두 가지를 생각했을 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은 마케터라고 생각했다. 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할 것'이라는 두 번째 기준이다.  


'네가 좋아하는 게 뭔데'라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요즘의 나는 이렇게 바로 대답한다.


전 누군가가 내가 전달하는 가치나 이야기에 동조하고 설득되는 결과를 봤을 때 희열을 느껴요. 근데 누군가를 설득하는 작업을 직업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마케터더라고요. 마케터는 기업(생산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최선을 다해서 전달하고 설득하죠. 시장에서 약장수가 '이 약 한 번 먹어봐! 만병이 싹~ 나아져!'라고 외치는 것처럼요. 이것 말고도 역설득하는 작업도 해요. 소비자의 피드백을 생산자에게 전달해서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도록 하는 일이 그것이죠.


마케터는 단순히 판매만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위의 설득과 역설득을 통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마케터의 삶은 위에서 말한 첫 번째 기준도 충족이 된다. 그래서 나는 '마케터로 사는 사람'이 되기로 결정했다.




나, 잘하고 있니?


마케팅에 흥미를 느끼고, 이 길이 나의 길이라고 정한 뒤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질문이 있었다. '지금 나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물음이었다.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에서의 잘한다는 유명한 마케터의 모습들이었다. 마케터 1년 차도 안되었을 때, 나는 세상 유명한 마케터들처럼 조금만 있으면 금세 날개를 펼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 능력은 끝이 없다고 생각했고, 의욕은 충만했으니까.


근데(그대도 예상하시다시피) 그건 자만이었다. 내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기획들은 팀장님에게 반려 당하기 일쑤였고, 결재를 받고 진행하면서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프로젝트나 행사는 쓴 물을 마시는 경우가 허다했다.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나 잘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동경에 마지않던 선배 마케터들이 얄미워 보이기까지 했다. 저 사람들은 무슨 복이 있어서 저렇게 잘할까. 저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천재인 것 같아서 속상했다. 나는 왜 태어날 때부터 천재가 아닌가. 왜 좋은 결과치가 나오지 않는가. 나와 저들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쉴 새 없이 생각했다.


이 생각들은 차츰 나를 좀먹기 시작했다. 고민이 불평이 되어갔고, 나중에는 부정적인 생각만이 마음에 가득한, 말 그대로 투덜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창 이런 고민에만 빠져있을 때, 은사 선생님의 말씀이 내 머리를 때렸다.


"그들이라고 너 같은 시기가 없었든 줄 아냐, 그들이라고 쉬웠겠냐?"


맞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약간의 어려움만 겪고 금세 그들과 비슷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모습에는 분명 그런 이유가 있을 텐데, 난 그걸 거저 얻으려고 했다. 그 생각까지 하게 되니 이전까지의 불평들은 사라지고 하나의 뚜렷한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가 아니라면, 후천적인 천재가 되어보자.'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천재인 사람이 몇 명이겠는가? 그럼 대다수는 다 그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못하고 실패만 하게? 아니다. 그렇지 않다. 나도 유명한 마케터들처럼 되고 싶다면, 조급하게 편법으로 되려고 하지 말고 과정을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을 위해


지금부터 전할 이야기는 내가 마케터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의 모습들이다. 그 속에는 쓰린 실패담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와 함께 이뤄낸 성공적인 결과물들도 있을 것이다. 굳이 이런 이야기들을 기록하며 남기는 이유는 딱 하나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혹시나 미래의 내가 엉뚱한 생각에 다시 투덜이가 되려고 한다면, 그걸 막아줄 방패막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점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으면 얼마냐 좋겠냐마는, 설사 선천적 천재가 아니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좀 힘들겠지만, 노력하면 우리는 누구든지 후천적 천재가 될 수 있다. 이쯤 하면 되었겠지라고 생각하며 성급하게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42.195km를 뛰는 마라톤처럼 길게 생각하자.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엄청 성장해있는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터 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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