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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Sep 01. 2021

[5]태어날 때부터 천재였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Chapter.1] 1-3. 터닝 포인트를 만들다.

1-3. 터닝 포인트를 만들다.


친구들에게 티내지는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 재미있는 실험들을 이것 저것 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마케팅이 재미있기는 한데,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일까?


이제 스스로 질문하는 것은 나에게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의심은 빨리 풀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법. 그래서 나는 재미난 일을 벌였다. 우선은 학교 앞의 카페나 가게들을 대상으로 뿌릴 전단지를 만들었다. 디자인 툴은 잘 다루지 못했지만 당시 PPT 달인으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에 깔끔하게 만드는 것에는 자신있었다. 전단지 앞 페이지에는 큼지막하게 다음과 같이 텍스트를 올렸다.


‘3개월간 무료로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 해드려요.’


당시에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마케팅 수단으로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였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은 아무래도 발빠른 SNS에 장단을 맞추기가 어려운 법. 그래서 나는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내 실험 무대를 만들었다. 사장님들은 돈 안들이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SNS 마케팅을 시도 해볼 수 있고, 나는 학교 수업이 아닌 실제 필드에서 내가 하는 마케팅 행위가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 체크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 50장쯤 전단지를 돌렸을 때였던가, 한 카페에서 연락이 왔다. 이전에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베이커리 카페였다. 연락을 받고 간 나는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여러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오기 전에 좀 생각을 해봤는데요. 카페 여기 저기에 빵과 재료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써붙여 놓으셨더라고요. 손님들이 알고 먹었으면 좋겠다는 문구가 엄청 많이 보여요. 근데, 생각해보면 이 진심만 잘 전달해도 단골 고객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먹는 것에 대해선 사람들이 민감하니까요. 우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다른 가게들처럼 무슨 빵이 나왔네, 어떤 좋은 재료를 쓰네 등의 단순 정보만 나열하지 말고, 진심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업로드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름도 정해봤어요. ‘셰프의 편지’ 어때요? 어떤 고민으로 이 빵을 개발했고, 더 맛있게 오래 먹으려면 어떻게 보관해야 하며, 좋은 재료를 쓴다고 말했으니까 원료 100%를 공개해보죠. 신뢰하고 먹을 수 있도록이요. 영유아나 임산부도 먹을 수 있나요? 먹을 수 있다면 그 부분도 함께 말해봐요.”


사장님이 관심을 보이자, 신이 났다. 그리고는 내가 생각했던 조건도 슬쩍 제시를 해봤다.


“전단지에 적힌 것처럼, 3개월간 저는 무료로 이 카페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할거에요. 대신 제가 이 카페의 이야기로 자유롭게 여러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해요. 그리고 3개월이 지난 뒤 하루 평균 매출이 150% 올랐다면 저를 고용해주실 수 있을까요?”


당돌함이 귀여웠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제시했던 의견이 꽤나 사장님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카페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게 되었다. 그 후 결과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당연히 매출은 150% 이상 올랐다. 이미 그 카페는 건강한 재료로 만든 소화가 잘되는 빵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걸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그것도 편지 형식에 진심을 담아 홍보하는데 효과가 없을리 있겠는가. 이후 나는 1년간 매니저로 그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실험들이 조금씩 겹쳐지면서 나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아, 나 마케팅 해도 되는구나!


이 때가 내 삶의 터닝 포인트다. 강의를 듣다가 떠오른 하나의 물음으로 인해 나는 변해갔다. 정확하게는 ‘나에 대해서 다시 알기’ 시작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이후 나는 4학년에 접어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파악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누가보면 늦어도 한참 늦은 4학년의 시기였지만, 상관 없었다. 내 삶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의 사건만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내 삶의 방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검증하고, 실험하고, 도전하면서 정해야 한다. 내가 이 사건을 포인트로 삼은 것은 내 진로에 대한 확신 때문이 아니다. 이전에 내가 정했던 목표가 나를 정확히 알지 못한채 정한 것이라는 알게해준 일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가 얼마나 데이터를 잘 파악하고 세운 목표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걸 알게 되었으니, 달려갈 방향이 조금 더 잘 보였다.


그렇다고 마냥 신난 것만은 아니다. 친구들의 시간과 속도를 매일 마주해야 하니, 조급함이 수시로 찾아왔다. 나는 무엇인가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에게 더 집중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출생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100세라고 하던데, 그럼 나는 40살에 취직해도 평균 40년은 더 일해야 하잖아? 그럼, 단순히 일을 언제 시작할 수 있느냐, 빠르냐, 느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 많은 세월동안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걸 지금 모르는 상태라면, 그것이 더 큰일 난 것 아닌가?


조급함은 엉뚱한 선택을 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조급함에 반기를 들었다. 혹자는 핑계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조급함과 싸우는 지인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준다. 일을 못하는 것에 불안해하지 말라고. 어떤 일을 할지 몰라하는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라고.


무튼, 이런 불안과 싸우며 나는 점차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알아보려고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마인드 맵이다. 사실 무엇인가 발상의 전환은 일어났지만, 막상 해보려고 하니 막막했다.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 회사에 취직을 해서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책으로만 알게된 사실로 나를 점검해볼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 가득찼다. 그러다 꺼내든 것이 마인드 맵이었다.


일단 먼저 한 것은 복잡하게 돌아다니는 내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다. 고민만 한다고 뭐가 뚝딱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종이 한 장에 지금의 생각들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그리고 원으로 그 키워드가 얼마만큼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표기했다. 그 이후에는 정리된 마인드 맵으로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연습을 했다. 이 부분은 다음 챕터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보려고 한다.(--------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마케터 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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