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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n 13. 2024

JET STREAM & TURBULANCE

과학기술시대의 제트기류와 예측 불가의 난기류

[OUT OF CONTROL] 2019. 11. 9. BEIJING. PHOTOGRAPHY by CHRIS


주말 공항으로 가는 길,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축축했다. 전자책을 읽고 있는데, 공항버스에서 방송되는 뉴스에서는 지난달 5월 21일 영국을 향하던 싱가포르 항공이 기류에 휩싸여 승객 1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당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곧, 오늘의 날씨 섹션이 과학적인 정보채널로 바뀌었다. 뉴스에선 항공기 사고의 1/3을 차지하는 제트류(Jet Stream)와 난기류(亂氣流)에 대한 위험성과 함께 우리나라가 제트기류와 난기류가 복합적으로 섞인 창공을 가진 동아시아 지역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기류는 비행기가 공중에서 움직일 때 방향과 속도를 변하게 하는 요소이다. 엔진의 힘으로 돌진하는 비행기의 진행에 난기류가 부딪히게 되면 비행기가 뜨는 힘인 양력(揚力, Aerodynamic Lift)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기체(機體)는 균형감을 상실한다. 비행기 내부의 물체들은 외부의 움직임에 의해 변동을 가지게 되며, 이로 인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탑승자는 자리에서 이탈하거나 머리 위에 탑재된 물건들이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기류와 제트기류는 대기현상과 관련된 용어로, 각기 다른 성격과 영향을 가지고 있다. 난기류 (Turbulence)는 대기 중의 바람이 불규칙하게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난기류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대류 난기류 (Convective Turbulence)는 대류 현상으로 지표면이 태양에 의해 가열되면서 공기가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기압 난기류 (Pressure Turbulence)는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의 압력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지형 난기류 (Terrain Turbulence)는 산맥이나 건물 같은 지형 장애물에 의해 발생하며 제트기류에 의한 난기류 (Jet Stream Turbulence)는 제트기류의 경계에서 발생한다. 이는 제트기류가 매우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그 경계에서 공기의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해 난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난기류는 항공기 운항 중에 흔히 겪게 되며, 갑작스럽고 불규칙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고, 항공기 안전과 승객의 편안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트기류(Jet Stream)는 대기권 상층부에서 발생하는 좁고 강력한 바람의 흐름인데 주로 9km에서 16km 사이의 고도에서 발생하고, 시속 100km에서 400km에 달하는 속도로 흐른다. 제트기류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극지방 제트기류 (Polar Jet Stream)는 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하며 북반구와 남반구 각각에 존재하고, 아열대 제트기류(Subtropical Jet Stream)는 저위도 지역에서 발생한다. 제트기류는 기상 현상과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항공기의 비행시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항공기들은 제트기류를 이용하여 연료를 절약하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반대로 제트기류를 피해서 비행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제트기류는 항공기의 항로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조종사들은 난기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트기류의 위치를 고려하게 된다. 이 두 현상은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지만, 항공기 운항 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뉴스에서는 숙련된 비행경력을 가진 조종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공기가 높은 산을 넘어가며 생기는 '산악파 난류(Mountain Wave Turbulence)'나 대기에서 활발해지는 '대류성 난류(Atmospheric Turbulence)'와 같은 가시적인 난류에 비해 맑은 하늘에 발생하는 '청천난류(靑天亂流, Clear Air Turbulence)'는 피해 가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5월 26일 카타르에서 아일랜드로 비행하던 항공기의 사고나 5월 21일의 싱가포르 항공 사고 또한 모두 이 청천난류 때문이었다고 한다. 풍속이 빠른 제트기류와 느린 제트기류가 만나 기압차가 생기면서 주변 공기가 불규칙하게 소용돌이치는 현상인 청천난류는 주로 약 1만 m 전후 고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륙을 오가는 국제선 항공기에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이 청천난류는 레이더망을 통해서도 잡히지가 않기 때문에 관제탑에서는 돌발기상상황을 예측해서 조종사에게 전달하기 어렵다. 지구의 온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최근 40년간 난기류는 55%로 증가했으며, 몇십 년 안에 최대 3배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전해지고 있다. 강한 제트기류는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난기류의 사정권에서 가장 위협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이 뉴스가 다시 떠오른 것은 6월 11일 저녁, 북경싱국제공항(北京大兴国际机场)의 한국행 비행기 안이었다. 탑승 시까지는 하늘이 맑았는데, 비행기 탑승 후에 연결게이트가 닫히자마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급 뿌려졌다. 기체가 흔들리는 놀이기구에 탄 것처럼 급격하게 요동쳤다. 공항에 대기하던 모든 비행기들의 이륙은 잠정 중단되었고, 10분간 스콜처럼 내린 비가 그친 후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회오리처럼 몰아치는 바람이 잠잠해질 때까지 비행기 안에서 5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비행 편이 취소되지 않을까 싶었다. 몇 명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바람에 전체 짐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수고가 반복되었고, 승객들의 항의가 거칠어지고 인내가 사라져 가는 동시에 비행기가 출발한다는 신호가 들어와서 새벽이 되어서야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몇 번의 항공편 취소는 기체결함이나 연결 편 비행기의 연착, 항공기 이륙준비부족, 날씨로 인한 비행불가 등 다양한 이유로 겪어보긴 했는데, 이렇게 기체 안에서 하늘을 날기 전에 표면에서 흔들리는 바람을 강하게 느껴보긴 처음이었다. 기술이 첨단화될수록 항공편이 증가하고 대륙간 이동의 시간이 늘어갈수록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자연의 힘을 넘어선 기술의 개발은 의미롭지 않다. 지구에 한정된 자연 또한 지능적인 인간의 머리처럼 인간이 초래한 기술의 결과로 인해 그 모습을 흉악하게 변화시킨다고 했을 때, 우리는 위치적인 지금의 자리를 벗어날 뿐 다가오는 시간적인 종말을 막을 수 없다. 기술로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거나 공간의 구성을 변화시킨다고 해도 그것은 기술적인 발전으로 자연현상을 극복했다고 말하기보다는 과학기술을 통해 자연 속에서 좀 더 안락하게 시간을 향유하고 돌변하는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동굴을 발견했다는 정도일 것이다. 세계의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구나 싶다.




In the face of Emotional Turbulence

인간의 감정 사이에도 제트기류와 난기류가 흐른다. 여러 사람들과 작업을 하다 보면 순풍만을 만나지 않는다. 격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감정의 흔들림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충돌 과정 또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가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라고 말하기가 멋쩍어지는 감정들의 소용돌이와 발산을 지켜보면 보이지 않는 선에서도 서로의 거리가 필요해 보인다. 언어가 같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요소는 공통된 언어만이 아니다. 각자의 의지와 생각은 존재한다. 이미 목표 지점은 정해져 있고, 가야만 하는 순간이 놓여 있다. 설령 목표에 놓인 것이 신기루의 형상이거나 목표점을 향한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선 움직여야 한다. 맑은 하늘 아래 보이지 않는 청천난류와 같은 위협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는 대상이란 잡을 수 없는 꿈일 뿐 이상적인 현실에 접근할 수 없다. 삶에서 정지보단 움직이기로 했으니 걸어본다. 이 모든 선택이 나를 새로워지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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