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minology of Art, Sociology of Crime] PHOTOSHOP COLLAGES by CHRIS
소위 예술이란 주로 여러 가지 범죄들을 묘사하고 서술하는 것들이다. 치졸한 범죄에 관한 책일수록 더 탐욕스럽게 읽힌다. 많은 찬사를 받는 책들도 그런 범죄를 다룬 책들이다.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모두 염두에 둘 때, 예술에 대한 관심은 바로, 범죄에 대한 관심임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예술의 불건전성은 분명히 이런 데서 비롯되었다.
《막심 고리키, 영혼의 양식 중에서》
잘 만든 범죄를 다룬 작품들은 생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에겐 목숨을 건 스릴러이며 이상에서 멀어진 대리자이다. 타인을 살해한다든지, 상해를 입히는 것과 같이 일상에서 닿기 힘든 지평은 생활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비가역성을 싣고 상상의 카타르시스로 몰고 갈 수 있는 흥미로운 미끼가 되곤 한다. 그러나 불건전한 이미지를 토대로 현실에서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멍청한 인간은 짧은 범죄를 긴 예술로 만들려 하고 간악한 놈들은 그 범죄를 사회에 풀어놓는다. 예술이 표현하는 범죄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타인의 비명 속에서 생의 의미를 찾는 것일까. 스스로의 선혈과 땀으로 세상 사람에게 전율을 일으킬 작품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타인들의 피를 묻혀서 거대한 성채를 지으려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이들이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가득하다는 것은 이 사회의 불운 중에 하나라고 하겠다.
2005. 4. 12. TUESDAY
허풍선이가 되지 않고선 개인적인 이야기가 시답지 않고 흥미롭기는 어렵다. 얼마나 삶이 다채로웠는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말할 때 양적으로는 다양할지 몰라도 질적으로 풍부하지는 않다.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습관처럼 대상에 대한 시니컬한 감상이 터져 나올 때 한참을 웃는다. 속이 터질 것 같아서 내밀하게 말하고 싶어도 무의식적인 발설에 대해 경고하며 움찔거리는 신경을 억누르기 어렵다.
나에게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어느새 저만치 달려가 있다. 일이 한가득 쌓여있는 것이 보이면 스스로 끝낼 수 있을지 불안해진다. 앞에 놓인 일들을 처리해도 끝없는 것 같아 눈밑이 흔들릴 때면 과거의 나를 돌아본다. 심연에 깊게 빠져 있었던 얼굴을 떠올리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치던 몸부림이 전율이 되어 다가온다.
완전한 범죄는 극치의 예술과 평범한 사회 속에 놓여있다. 단단하게 뭉쳐진 욕망을 밖으로 꺼내어 각자의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범죄는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일은 산더미 같고, 풀 숙제가 가득한 밤이라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마음의 모서리가 가볍게 물러져 있을 뿐이라 이 정도 지쳐있는 정도로는 어떤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