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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Apr 29. 2024

튀르키예 여행

그래도 즐거웠던~~~(버킷리스트의 여섯 번째 여정)


튀르키예를 다녀온 지 10일째.

여행의 여독인 감기증세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2024년 4월 10일부터 18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이었다.

여행 중 3일째부터 아내의 감기증세가 조금씩 심해지는가 싶더니 5일째가 되어 나도 감기에 걸렸다 

우리 부부뿐 아니라 같이 여행을 하는 동반자들 중에도 콜록콜록 잔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일정 3일 차,

튀르키예 최고의 자연관광지이자 유적지인 카파도키아를 둘러보는 지프투어가 끝난 후 여행 동반자들에게 목감기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2시간 동안 마신 흙먼지바람 때문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튀르키예의 미세먼지 농도, 특히 이스탄불의 대기는 OECD 국가들 중 최악인 우리나라에  비견될 만큼 오염도가 높았던 것이다.

흑해와  지중해에 면하고 광대한 영토를 소유하고 있기에 대기환경은 어느 나라보다 나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어느덧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이스탄불 도착 이후 건조한 날씨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장시간 버스여행이 계속되다 보니 여행객 대부분이 목감기를 피해 갈 수가 없었다.


"내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챦아 진다!!"는 말이 있듯이 그때부터 튀르키예 여행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4월 10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12시간의 비행 후 현지시각으로 10일 저녁 6시경에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유럽과 아시아문명을 잇는 교두보 도시.

천년(395 ~ 1,453년)넘는 장구한 시간 동안 비잔티움제국이자 동로마의 수도였던 도시.

중세 로마제국에 종지부를 찍고 그 이후 지중해 연안의 패자로 군림해 600년을 존속한 오스만 제국(1,299 ~ 1,922년)의  수도.

이것만으로도 튀르키예 여행에 대한 나의 기대는 한층 부풀어 있었다.


이스탄불에서의 첫째 날.

블루모스크를 시작으로 이스탄불 도시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다음 장소는 검소한 듯 하지만 단아한  외관을 가진 오스만 건축양식의 톱카프궁전.

궁전 내 건축물들은 낯설고 새로운 건축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듯했다.



가장 기대를 했던 서기 532년경에 건축된 성소피아 성당내부관람은 단체여행일정에 포함되지 않아 여행객 모두 아쉬움이 컸지만 외관블루모스크  내부관람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오전에 이스탄불 유럽지구 관광을 끝내고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 보스포루스해협을 건너 튀르키예 본토로 넘어갔다.



오후 내내 버스를 달려 행정수도 앙카라에서 둘째 밤을 보내고 튀르키예 본토여행을 시작했다.

버스휴게소에 잠시 정차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핑크빛 소금호수를 보며 남미 볼리비아광활한 우유니 소금사막과 견줘보기도 했다.



점심때쯤 카파도키아에 도착했다.

튀르키예 본토 대부분의 관광일정은 이곳 카파도키아에 집중되어 있었다.

카파도키아 지프투어, 새벽 열기구 타기, 와이너리 및 전통 카펫, 터키석 보석가게 방문 그리고 기독교 박해시대, 교인들의 지하도시인 데린구유 방문등.

1박 2일의 바쁜 일정이었지만 전체 일정소화를 위해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버스와 승용차의 접촉사고로 인해 한 시간가량 일정도 지연되고 며칠간의 겹친 피로와 카파도키아의 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컨디션은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카파도키아 일정 다음날부터 예상대로 아내는 잔기침과 함께 목소리가 변하고 몸살증세가 시작되었다.

특별히 대처할 수단이 없어 챙겨간 감기 상비약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 이튿날 나도 감기 증세가 있었지만 이미 시작된 여행이니 일정에 충실히 따르며 즐기는 게 최선이었다.


튀르키예 남부를 가로지르는 토레스 산맥을 넘어 알라니아에 있는  클레오파트라 해변에 들러 지중해 바다에 잠시 발을 담그고,

튀르키예 최고의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숙박을 했다.



다음날 우리 부부와 일부 동반자들은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안탈리아 유람선과 올림푸스산 케이블카 탑승을 마치고 고대유적지인 히에라폴리스와 석회온천이 있는 파묵칼레로 넘어갔다.



땡볕이 내리쬐는 히에라 폴리스 유적지와 파묵칼레 관광은 몸살기가 있는 아내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정이었다.

가까스로 하루를 보냈지만 나도 이미 감기에 걸린 상태였다.


남은 일정은 이틀.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있는 에페소를 거쳐 이즈미르 공항을 떠나 튀르키예 여행 첫 출발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첫째 날 여장을 풀었던 호텔에 늦은 밤 10시경에야 도착을 했다.



여행 마지막 날.

시내관광과 보스포루스해협 유람선 탑승 그리고 내부가 호화스럽기 그지없다는 돌마바흐체 궁전내부 관람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침 일찍 유럽지구 구시가지로 출발을 했지만 평일이라 이스탄불의 교통정체가 만만치 않았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이스탄불에서는 교통정체로 도착시간을 정확히 안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과거의 코리안 타임처럼 시간약속 몇십 분을 어겨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튀르키예 타임도 있다고 한다.

 9시 30분에 이스탄불공항을 출발예정이라 저녁시간까지 꽉 찬 일정을 보냈다.

예정된 장소를 모두 둘러봤지만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시간이 빨리 가기만 기다려 질뿐 더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정은 지금까지는 늘 아쉬움이 남는 시간들이었다.

국내외 숱하게 여행을 다녀봤지만 이번처럼 힘들고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던 여행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마침내 이스탄불에 안녕을 고하고 대한항공 비행기에 몸을 내어 던졌다.




여행은 익숙한 것을 떠나 낯 선 곳을 만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튀르키예 여행은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여행초반부터 시작된 감기 기운으로 인해 체력이 약해진 탓이 최우선 원인이겠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튀르키예는 왠지 낯 선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십여 년 전 대한민국의 감추고 싶은 민 낯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거리마다 널브러진 담배꽁초와 쓰레기.

좁은 골목거리와 무질서한 간판.

세계의 명품 이미테이션들이 거리낌 없이 가게마다 널려진 시장통 상가.



정찰제가 없이 할인을 남발하는 특산 제품들.

도시를 뒤덮은 미세먼지.

잠시 감춰  두었던 우리의 부끄러웠던 모습을 다시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이슬람식단으로 인해 음식에도 제약이 많았다.

베이컨과 햄이 없는 하루 두 끼 호텔식사는 내겐 앙코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었다.

흔할 것으로 여겨졌던 양고기나 소고기 그리고 해산물은 단체여행의 비용만으로 해결이 어려웠던지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로지 닭, 유기농이라 주장하는 야채와 과일 그리고 빵만이 삼시세끼 식단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연과 선조들의 자취를 느끼고 볼 수 있는 유적지.

역시 그리스, 로마는 위대한 제국이었다.

모스크외에는 오스만제국과 이슬람문화의 자취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스탄불이나 에페소 그리고 히에나 폴리스도 대부분 그리스 로마 유산의 자취들이었다.



유목문화 때문인지 일반 시민들의 삶과 생활을 접할 수 있는 마을이나 거리를 접할 수 있는 장소는 거의 가 보지 못했다.

광활한 국토면적과 지중해에 접한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로마시대의 흔적으로 인해 다양한 볼거리는 있었지만 방문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는 여행지였다.


방문하는 곳의 날씨나 그때의 상황 그리고 여행객들의 감성에 따라 여행 중 느끼는 만족도는 제각각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하더라도 그래도 가보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 튀르키예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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