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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Aug 15. 2024

영국 +  아일랜드 여행

여행자들의 마지막 선택지(?)


"오면 기쁘고 갈 때는 더 기쁘다."


손주들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떠나보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심정이라고 한다.


7월 마지막주 딸이 외손녀를 데리고 3박 4일 일정으로 양평집으로 왔다.

어린이 집에 다닌  처음으로 일주일간 여름방학을 갖게 된 것이다.

사위가 회사 일로 바쁜 관계로 9월에 가족휴가를 가기로 해서 방학 시작하자마자 친정으로 피서 겸 놀러 온 것이다.


외할머니가 영국 옥스퍼드에서 산 모래놀이 세트로 놀이중

이제 말문이 트기 시작한 외손녀의 재롱에 즐겁기도 했지만 눈만 뜨면 뛰어다녀 행여나 다칠세라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몸과 마음이 힘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절대 걷지 않는다.

  오로지 뛰어다닐 뿐이다. "


돌아가는 딸가족에게 "바이바이"를 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섰지만 힘든 숙제를 끝낸 듯한 홀가분한 심정이었다.


외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영국여행 종합선물세트

아마 여행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여행을 떠날 때는 새로운 곳을 접한다는 설렘에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찬다.

여행지에 첫 발을 내 디디며 즐거운 일정이 시작되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익숙한 음식들이 생각나고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힘든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집에 돌아갈 날을 손꼽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마지막 날 귀국을 위해 공항검색대에 서면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그리고 한국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기대감에 기쁜 마음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이번 7월 여행지는 영국이었다.


장마가 시작되는 7월 7일부터 16일까지 10일간의 일정이었다.

2월에 동유럽 6개국, 4월에 튀르키예 그리고 5월에 북유럽 7개국을 다녀왔으니 거의 매달 유럽을 다녀온 셈이다.

먼저 최소 12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시간을 참고 견뎌  아내가 고맙다.

한 곳에서 며칠씩 머물며 편안하고 여유 있는 여행을 원하는 아내와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가길 원하는 나와는 여행계획을 짤 때마다 늘 의견 다툼이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진 나의 의견을 더 많이 생각해 준다.

시간이 좀 더 흘러 단체여행을 다닐만한 체력이 되면 그때는 아내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도 홈쇼핑 여행광고를 시청하던 중 작스럽게 결정되었다.

온전히 영국과 일랜드를 여행한다는 것과 노옵션, 노쇼핑으로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대영제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영국이라고 하면 1970~ 80년대에 세계사를 배운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떠오르는 말들이 있다.




ㆍ해가 지지 않는 나라

ㆍ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

ㆍ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 국제금융시장

ㆍ레인코트에 중절모 그리고 우산을 쓴 영국신사




16세기말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이후 영국은 대서양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15세기부터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개척한 대항해시대의 마지막 주역이 되었다.

그 이후 아프리카, 인도, 아시아, 오세아니아 그리고 아메리카를 점령하고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기까지 명실상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세계 곳곳에 영국령 식민지가 존재함으로써 24시간 내내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서양의 역사를 보면 시대별로 주요 패권국들이 있다.

중세시대까지는 누가 뭐라 해도 로마제국.

유럽과 지중해 인근의 아프리카를 포함해 로마제국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나라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15세기 중반 동로마 제국의 멸망과 대항해시대의 서막이 오르면서 서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을 위한 각축전이 시작되었다.


영국은 16세기말 대서양 해상권 및 무역권 장악,

세계 도처의 식민지 국가를 상대로  무역으 막대한 부의 축적 그리고 기계화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17세기 이후 세계의 패권국으로 비로소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세계 1차 대전을 시작으로 촉발된 식민지국가들의 독립운동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해와 막대한 전쟁부채는 20세기 중반 패권국의 지위를 과거 식민지였던 미국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 전체와 비슷한 작은 국토면적으로 18 ~ 19세기 2백 년 이상 세계를 호령한 나라, 영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나에게 여행 그 이상의 호기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행사의 일정표를 훑어보니 영국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 아일랜드, 웨일스와 아일랜드를 짧게나마 모두 둘러보는 코스로 유럽본토 여행과는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13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했다.

7월 7일 오후 5시 반경이었지만 맑고 파란 하늘에 멋진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어 이번 여행은 왠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북반구 높은 위도에 위치해 북유럽 나라들처럼 밤 10시경까지 해가 지지 않아 여행자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국장을 찾아가는 길에 눈에 띈 기분 좋은 발견은 나와 아내의 어깨를 한층 더 으쓱하게 만들었다.



자국인 영국인과 12개 나라를 제외한 나라들의 입국수속장소가 서로 다른 것이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입국장에서도 한국인이기에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멋지고 기특한 영국 놈들~~~"


한결 기분 좋은 마음으로 공항입구에서 현지 한국인 가이드를 만났다.

10일 동안 여행을 같이 할 동반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첫날 묵을 숙소로 출발을 했다.

단체 여행객이 20명으로 가이드와 버스기사를 포함해 인원이 22명밖에 되지 않았다.

좋은 버스는 아니었지만 그나마 좌석을 넉넉하게 차지할 수 있어 꿩대신 닭이라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았다.



가이드가 공항에 중요한 짐을 두고 오는 큰 실수를 해서  출발 후 다시 공항으로 버스가 돌아가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를 허비했다.

다행스럽게 짐은 찾았고 출발 전 항상 소지품을 챙겨야 한다는 생생한 사례를 가이드가 몸소 보여준 사건이었다.

늦은 시간 호텔에 도착해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영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7월 8일 아침, 가뿐하게 호텔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었다.


첫 방문지는 영국의 대표적인 자연환경이라 할 수 있는 코츠월드(=낮은 구릉이나 언덕에 개울이 흐르고 개울주위로 큰 수목이 자라는 평원지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바이버리"에 들렀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사이로 흐르는 개울물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편의 수채화" 그림 같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다.


.

버스로 이동 중에 접한 영국의 수목과 자연환경은 유럽본토와는 사뭇 달랐다.

도로변에는 목장이나 집들의 시선을 차단하는 큰 나무들이 연이어 심어져 있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 계절마다 다양한 색의 꽃이나 식물들을 볼 수가 있다.

나무 군락지와 평원은 대부분 구분되어 있었는데 영국은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가축을 키우는 농장 를 제외하고 도로변을 따라 큰 수목을 배치하고 야생화를 자연 그대로 키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나무 사이로 가끔씩 언뜻 보이는 목장과 집들을 볼 수밖에 없었다.

확 트인 풍경을 볼 수없어 좀 답답하긴 했지만 유럽본토의 정돈된 느낌과는 뭔가 다르고 도로 곳곳에 쓰레기도 많이 너부러져 있어 낯설지 않고 다소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한국과 비슷한 동질감이랄까?


단체여행은 늘 이동시간이 일정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코츠월드의 아름다운 전원마을을 뒤로하고 대학도시인 옥스퍼드로 버스를 달려 옥스퍼드 4개의 대학 중 하나인 크라이스트 처치대학에 들렀다.



세계 유일의 성당인 동시에 대학건물인 크라이스트 처치대학은 해리포터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유명세답게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영화처럼 웅장하고 멋진 모습은 아니었다.



시내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피시 & 칩스로 점심식사 후 16세기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둘러본 후 하루 일정을 마쳤다.



여행 3일 차에 비틀스의 도시 리버풀과 영국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인 윈드미어호수를 찾았다.

그날따라 잦은 비가 내려 우산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단체관광의 특성상 일정은 반드시 소화해야 하는 것이 시쳇말로 국룰이었다.

비틀스가 공연을 했던 카페거리를 둘러보고 뮤지엄에 입장해 비틀스의 과거의 행적들을 살펴본 후 윈드미어 호수로 버스를 달렸다.



촉박한 시간과 비로 인해 리버풀 항구를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유람선을 탄다는 기대를 품으며 윈드미어 호수에 도착했다.



그나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가이드의 장황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윈드미어 호수는 볼거리가 크게 많지 않았고 호수의 규모도 그리 크진 않았다.

30분 정도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스카치위스키의  나라 스코틀랜드로 넘어갔다.

도중에 18세 미만의 영국청년들이 부모의 허락 없이도 결혼을 하고 돌아간다는 스코틀랜드의 "블랙스미스(대장간)"에 들러 싱글몬트 위스키 한 병을

구입했다.



여행 4일 차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올드타운인 로열마일 거리를 지나 에든버러 성입구에 도착했다.



매표소 안 광장에는 매년 7월마다 한 달간 열리는 여름 축제무대를 설치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금 흐린 날씨였지만 에든버러 성에서 바라본 도심과 북해는 가슴을 확 트이게 하는 전경이었다.



그날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성내부 곳곳에 전시된 스코틀랜드의 유물들을 대부분 들러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에든버러 성을 나와 도심투어를 한 후 북 아일랜드행 페리 탑승을 위해 스트랜라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여행 5일 차.

내게 이번 여행의 최대 관심지라고 할 수 있는 자이언트 코즈웨이가 있는 북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당초에는  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자이언트 코즈웨이에 들른 후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 인근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인솔 가이드와 버스기사의 배려로 일명 고양이 캐슬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벨파스트성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후 2시간을 달려 드디어 부쉬밀즈에 도착했다.

부쉬밀즈에는 자이언트 코즈웨이뿐만 아니라 413년의 전통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가 있는 마을이었다.

물론 공장방문 일정은 없었지만 영국 도착 직후부터 가이드에게 끊임없이 위스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덕에 부쉬밀 위스키 공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방문인 탓에 위스키 제조과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공장건물과 시설물을 볼 수 있었고 지인들을 위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다음 장소인 자이언트 코즈웨이로 달려갔다.

한국말로 하면 해안선의 거대한 뚝방길~~~



아이슬란드를 연상케 하는 자연의 모습과 해변을 따라 형성된 육각형의 주상절리가 푸른 하늘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제주도의 주상절리도 아름답지만 자이언트 코즈웨이에 비견될 만큼은 아닌 것 같았다.

전날까지 흐렸던 하늘도 그날따라 왜 그리도 푸르던지!!

가이드의 말대로 여행 동반자 중에 날씨 요정이 있는 듯했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거대한 뚝방길을 걷는 호사를 누려보진 못 했지만  기대만큼이나 큰 만족을 주었던 곳이었다.



여행 6일 차.

고개를 반쯤 지나고 나니 조금씩 집과 한국음식이 생각이 날 시간이 되었다.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 시내 도보관광과 기네스 맥주 공장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기네스 공장 오픈 시간에 맞춰 우리 팀이 공장입구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친절한 버스기사의 도움으로 핫 포인트에서 아내와 사진촬영을 하고 내부 관람을 했다.



맥주 공장을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더블린 시내를 360도로 막힘없이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마시는 기네스 맥주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한잔만의 아쉬움이 컸지만 시내관광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



더블린의 랜드마크인 120미터 높이의 탑인 "The Spire"와 성 패트릭 공원에 있는 성당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은 때마침 한식으로 김치찌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먹는 김치찌개와 비교할 순 없었지만 타국 여행으로 지친 입맛을 달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후 더블린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본토인 웨일스로 넘어와 한적한 산속에 위치한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전날처럼 호텔 주변  인근 마을을 둘러보며 가볍게 조깅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7일 차.

오전에는 웨일스에 있는 콘위라는 도시에 있는 성으로 갔다.

중세시대 성채도시 가운데 가장 완벽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콘위성이었다.



맑은 날씨에 관광객이 적어 한적하게 성내, 외부 곳곳을 둘러보고 웨일스의 국경을 넘어 인접해 있는 도시인 체스터로 갔다.



1666년 4일간 지속된 런던 대화재로 모두 소실된 런던의 과거 건축물 양식을 볼 수 있고 4세기 로마지배당시 만들어진 성벽이 남아있는 유서 깊은 도시였다.



체스터 대성당 건물 내부에서 제공하는 "애프터 티 눈" 특식으로 식사를 하고 성당내부를 둘러본 뒤 아내와 나는 각자 관심 있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나는 체스터 외곽 성곽길을 걸었고 아내는 외손녀에게 줄 선물과 쇼핑거리를 찾으러 갔다.

가랑비로 우산을 쓴 채  4킬로미터의 성곽길을 혼자 걸으며 또 다른 만족감을 느낀 하루였다.



여행 8일 차.

전날은 스코틀랜드, 북 아일랜드, 아일랜드  그리고 웨일스를 거쳐 영국 도착 첫날 묵었던 런던 인근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먼 곳을 돌아 영국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런던으로 온 것이다.

파란 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 기원전 1600년경 신석기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스톤핸지가 있는 솔즈베리 평원으로 갔다.



776 평방킬로미터 면적의  솔즈베리 거대한 평원에 오로지 돌기둥만이  우뚝 서 있었다.

피라미드처럼 돌을 쌓아 올리거나 석재로 축조된 건축물들처럼  웅장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초록의 평원 위에 점점이 솟아 있는 돌기둥 모습은 영국을 대표할만한 풍광 중의 하나로 자부할만했다.

관광객들은 입장료를 지불하고 셔틀버스로 이동을 했지만 누구나 어갈 수도 있어 솔즈베리 평원 자연의 아름다움을 무료로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점심은 여행 중 제일 있는 메뉴였던 "로스트비프"를  먹고 오후에 런던 시가지로 넘어갔다.


템즈강변에 있는 런던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런던아이"를 타고 시내를 막힘없이 조망한 후 유람선을 타고 템즈강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템즈강 주변의 건축물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후 반나절을 런던에서 보내고 영국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히드로 공항 근처의 호텔로 갔다.



그날 저녁은 영국과 스페인의 "유로 2024" 축구 결승전이 있는 날이라 시내거리는 응원열기가 가득했다.

시내 곳곳에 영국국기인 유니언잭을 든 사람들이 시시각각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고, 퍼블릭 팝이나 레스토랑에는 경기시작 3시간 이전임에도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훌리건의 원조나라인 영국에서 이런 날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호텔에서 경기를 보는 것이 더 낫다는 가이드의 말이 괜한 말이 아닌  듯한 분위기였다.

여행 도중에 이런 빅 이벤트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런던에서 마지막 밤은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녁식사 후 호텔로비에 있는 바에서 생맥주를 시켜놓고 아내와 같이 경기를 지켜봤다.



100분 동안 바에 있는 관객들의 묵시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2 : 1 한 점 차로 스페인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겉으로는 영국을 응원했지만 실력차가 확연히 드러나 내심으로 스페인의 승리를 예측을 했던 것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마지막 밤은 영국인들과 한마음으로 축구경기를 보며 그렇게 보냈다.


여행 9일 차, 마지막 하루.

아쉬움과 "이제 끝이다!!"라는 안도감이 교차하는 날.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런던 시내로 들어갔다.

영국 왕실  사람들이 거주하는 버킹검궁, 국회의사당과 빅벤, 타워브리지 그리고 웨스트민스터사원과 주변 곳곳을 둘러보았다.



영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미쉐린 3 스타 셰프인 고든램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햄버거 세트로 마무리했다

일인 세트가격이 10 만원이 넘는다는 말에 놀라기는 했지만 여행경비에 포함되어 있어 마음 놓고 햄버거를 즐길 수 있었다.



오후에는 고호, 세잔느 등 19세기  미술거장들의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국립미술관과 전 세계의 역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대영박물관 내부 관람을 했다.



퇴근 시간과 겹치는 교통상황을 감안해 오후 3시경 런던 중심가를 떠나 5시경 처음 도착지였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동안 동행객 모두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던 가이드의 인사를 뒤로하고 7월 16일 밤 8시경 영국을 떠나 집으로의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영국 + 아일랜드 여행 소회


 8박 10일간 영국과 아일랜드 여행은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고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처럼 아름답진 않았지만 영국 고유의 정중함과 엄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국격을 유지하기 위해 저변에 흐르고 있는 영국 국민들의 노력과 자긍심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행 프로(해외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 )들이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하는 나라가 영국이다."라는 말을 가이드가 첫인사로 했었다.

해외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굳이 우선순위로 영국을 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들과 견주어 봤을 때 특별히 내 세울만한 자연환경이나 유적지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영국 여행은 유럽의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몇 가지 좋은 점들이 있었다.



첫째로,

여행의 핵심 요소인 여행가이드와 운전기사를 잘 만났다는 것이다.

가이드가 공항에 중요한 짐을 두고 떠나 왔을 때만 해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안내방송도 불 명확하고 마무리 말도 늘 흐지부지하게 끝을 내어 처음에는 여행 동반지들로부터 불평을 샀다.

더구나 여행기간 내내 단벌 재킷과 바지하나만으로 버티는 모습에 언제쯤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나 결국은 와이셔츠 하나를 갈아입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지만 버스 탑승 시 간간이 웃음을 주는 멘트로 장기간의 여행시간을 늘 즐겁게 해 주었고  당초 일정상에는 없었던 비틀스 공연카페거리, 벨파스트성이나 부쉬밀 공장을 추가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운전기사가 베푼 친절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버스 여행 중 단연 최고였다.

호텔입구에서부터 짐 운반을 도와주고 여행도중 과자와 포도를 자비로 사서 나눠주기도 했다.

일정에 없는 추가 방문은 버스기사가 일반적으로 잘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심지어 먼저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를 가이드로부터 들었을 때 "이것이 바로 영국 신사의 품격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 가이드와 운전사로 인해 힘들 수도 있었던 시간들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둘째로,

유럽 여행의 가장 불만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는 화장실 이용에 따른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유럽을 다녀온 여행객들이 이구동성로 불평하는 것이 화장 이용문제다.

화장실 사용이 유료인 것도 문제지만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도 화장실 이용이 유료인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여행 중에는 한 번도 유료화장실을 간 적이 없었다.

현지에서 오래 생활한 베테랑가이드 덕분에 개방된 무료화장실을 대부분 이용할 수 있었다.

도로 휴게소나 관광지에도 무료로 개방된 곳들이 많았고 두 시간 이내에 화장실을 들릴 수 있도록 한 가이드의 배려가 한층 돋보이는 여행이었다.



셋째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여행 중 식사가 괜찮았다.

"영국 음식은 맛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라고 혹자들은 말하지만 단체여행객의 입장에서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메뉴였다.

호텔에서 먹는 일상 조식에 야채가 부족했던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현지식으로 먹는 식사들은 나름대로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으로 먹은 중국식 뷔페를 제외하면 피시 앤 칩스, 솔즈베리의 로스트 앤 비프, 부쉬밀 레스토랑의 두툼한 스테이크, 체스터 성당의 애프터눈 티 정식, 런던 시내의 고든 램지 햄버거 정식은 특별히 호불호가 없는 평이한 먹거리였다.

그리고 더블린에서의 김치찌개는 동반객 모두의 입맛을 깔끔하게 해 준 특식이었다.



마지막으로,

여행하기에 적당한 7월의 영국 여름날씨와 기온이었다.

지역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었지만 아침기온은 섭씨 9°    ~ 12°, 낮 기온은  15° ~ 22° 였다.

여행 기간 동안 간간이 비가 내리긴 했지만 대부분은 맑고 푸른 날씨였다.

구름 낀 날도 시계가 맑아 먼 곳까지 경치를 볼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고 있었다.



무더위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국의 여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날씨였다.

앞으로 한국의 무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서 휴가는 영국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머문 8일 중 저녁식사 후 이틀 동안 조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운동하기에 적당한 기온과 맑은  공기 덕분이었다.



당초 1월에 예정되어 있었던 이집트여행이 중동분쟁으로 취소되어 뜻하지 않게 6개월 동안 유럽을 4번씩이나 여행을  다녀왔다.

기대만큼 좋았던 곳이 있었던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여행도 있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서 우리나라에서 30년 전에 사라진 야바위꾼들도 보고 아내는 런던에서 소매치기를 눈앞에서 목격하기도 했다.

아내가 놀라서 꽥 소리를 치는 바람에 훔치는 것은 실패했지만 아무 동요 없이 걸어가는 소매치기를 보며 그저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기간 동안 유로 2024 축구경기가 벌어져 축구 종주국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응원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



여행은 그 나라 과거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가 어우러진 모습, 자연환경 그리고 여행객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태도에 따라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면에서 영국은 여행객들에게 마지막 최후의 선택지가 아닌 꼭 한 번은 여행을 해야 할 곳으로 평가를 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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