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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야 아저씨
Dec 07. 2024
독거노인의 한 주 일과~~~
서울
사는
딸이
2년간
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10월 중순 직장에
복직을 했다.
딸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사돈 내외분이 외국에 계신 연유로
외손녀
돌봄은 어쩔 수없이 나와 아내 차지가 되어 버렸다.
집이 양평이라 매일 출퇴근을 할 수 없어
결국 주중에 아내는 서울
딸 집에,
나는 양평
에 있기로 했다.
아내가
시쳇말로
딸네 집 식모살이(?)를
시작하며
우리는
한시적인
주말 부부가 되었다.
"자식 집에서 숙식을 하며 손주를 돌보면 식모, 출퇴근을 하면
파출부."
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딸네 집이라 해도
어디
내 집
만큼 편안할 수 있겠는가?
외손녀 돌봄과 더불어
간단한
집안일까지 하다 보니
아내는
영락없이
입주
가정부가 되어 버렸다.
아내가
그렇게
서울에 있는
동안
, 난 본의 아니게
60대 초반 주중
독거노인의
삶을 살게 되었다
.
아내의 주중 하루 일과
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외손녀 아침과 저녁밥 챙기기, 어린이집 등하원 도우미, 하원 후 딸 부부 올 때까지 놀아주기, 어린이집 등원 시 집안청소 및 허드렛일,
장보기,
병원 가기 등.
자식 둘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이제
좀 편안하게 쉬려나 했더니
다시 육아 전쟁터로
들어가
버렸다.
양평 집에
오는
주말이라고 아내가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독거노인인 남편의 주중 일용할
음식을
장만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
쉽게 데우거나 끓여 먹을 수 있는 국이나 찌개, 다양한 밑반찬류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도록 밥을 한 끼씩 소분해 용기에 넣어 두기 등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2 ~ 3주에 한 번쯤은 손자 출산 후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들내외를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일산으로 달려간다.
게다가
한 주간 밀려 있던 빨래까지
하고 나면
주말 이틀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고 또다시 한 주가 시작된다.
좀 쉬엄쉬엄하라고 훈수를
둬
보지만 눈에 보이는 일은 바로바로 해야 하는 성격 탓에
나로서도
말릴
도리가 없다.
그럼
독거노인이 된
나의 주중 일과
는 어떨까?
시간적 제약은
따로
없지만
막상
혼자 생활해 보니
그리
한가한 것 같진
않
다.
ㆍ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5시 반경 답십리에 있는 딸네 집으로 차를 몰고
아내와
같이
간다.
사위와 딸 출근 후 외손녀와 같이 아침식사
그리고
9시까지 어린이 집에 외손녀
데려다
주기.
아내와 같이 점심식사 후
오후 3시경 혼자
청량리에서
양평으로
오
는
기차를
탄다.
오후 4시경 집에 도착해 저녁식사
.
설거지하고 난 후 책 읽기나, TV 시청 아니면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걸로
월요일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ㆍ
화요일에서 목요일.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주중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하루 일과는 거의 변함이 없다.
아침
8시쯤 일어나
잠시 뒤척이다 보통 9시부터 하루
가 시작된다.
밤 12시경에 잠자리에 드니 하루 1
5
시간
동안
일과는 주로 네 가지
활동으로
이뤄진다.
첫째,
하루 세끼 식사에
소요되는
5 ~
6시간.
아내가
주말에
먹거리를
준비해 주
는데도 불구하고 음식을 끓이거나 데우고, 먹고, 설거지까지 하는데 한 끼에 기본 두 시간은 소요가 된다.
요리까지 직접 한다면
하루
15시간을
다
써도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모든
집안
살림을
맡
아 온 아내의 노고에
저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다.
둘째, 운동하는데 3시간 정도.
실제 운동하는 시간은 1시간 반정도지만 오가는 시간과 운동 후 샤워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셋째, 전자
피아노
연습 2시간.
오전, 오후 한 시간씩 정도는 피아노
학
습을 한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혼자
하다 보니 어렵고 힘들지만 나름대로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
악기의 제왕이라는 피아노연주를
욕심만큼 잘하진 못하겠지만
몇 곡정도는 멋지게 연주를 해 보겠다는 목표를 두고
초보레슨단계
부터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넷째, 독서와 글쓰기에 2시간.
요즘은 지역마다 도서관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웬만한 책은 도서관에서 대여해 볼 수 있다.
이사를 하거나 근무지가 바뀌면
행정
주민센터 다음으로 방문하는 곳이
도서관이 되었다
.
회원등록을 하
면 인터넷으로 도서검색이나 대여 신청을 할 수 있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서 거주 도시에 있는 모든 도서관의 책들을 빌려 읽을 수 있다.
더구나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을
구매해서
가장 먼저 도서 대여 알림을 보내 준다.
한 달에 평균 3권 정도 책을 읽고
간간히
생각날 때마다
글을 쓰다 보면 하루 2시간은 쉽게
지나간다
.
나머지 시간은 TV
시청이나
잡다한 소일거리를 하며 보낸다.
틀에 박힌 일정대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순서나
시간이 바뀌기도 하지만 네 가지 일과는 웬만하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 외에도 특별활동으로 가끔씩 하는 스크린 골프, 대중 사우나, 혼밥 외식,
집청소나
자전거 산책등을 포함하면 하루
일과가 나름대로 빡빡하다
.
ㆍ금요일
서울
딸네 집에서
아내를 픽업해 오는 날이다.
오전에 서울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양평에서 오후 4시 기차를 탄다.
이 날은 기차 탑승전까지 되는대로 편하게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거나, TV를 시청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오후 5시쯤 딸네 집에 도착해 외손녀와 잠깐 놀다 보면 딸 부부가 퇴근을 한다.
저녁 식사를 하고
퇴근 러시아워를 피해
밤 7시 이후 양평 집으로
차를 몰고 오는
것으로 주중 일과가 드디어 끝이 난다.
ㆍ토, 일요일
음식 장만을 위한 장보기, 선배부부와 가끔 하는 외식,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달에 한번 정도 끌려가는 성당미사가 주말 일정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조사로 인해 서울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집에 있지만 주말은 주말대로
또
바쁘게 돌아간다.
굳이 누가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10월
중순 이후 한 주 일과를
대부분
이렇게 보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외손녀가 내년 3월 회사 어린이 집에 입학이 결정되어 그때가 되면 입주 돌보기가 끝이 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딸 집에 자주 들락거리겠지만
그땐
나도 독거노인의 삶을 청산하게 된다.
"주말부부가 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라고 혹자들은 말하지만,
홀로 사는 것보다는 둘이서, 떨어져 사는 것보다는
그래도
같이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독거노인의 삶이
몇
개월 후 끝나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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