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 아저씨 Oct 21. 2023

음식예찬 2

생각나는  음식


ㆍ내 고향 "안동"하면 떠오르는 음식


7월 중순, 어머니 기일이 되어 고향인 안동을 찾았다.

3년 전 여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안동을 찾을 일이 점점 뜸해졌다.

추석성묘와 어머님 기일을 제외하면 이젠 특별히 내려갈 일이 없어진 것이다.

10년이 넘게 병원에 입원해 계셨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일 년에 네다섯 번 이상들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향인 안동을 방문할 때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우리 가족이 반드시 들러 식사를 하는 식당이 있다.

안동을 대표하는 몇 가지 유명한 음식들, 간고등어 정식, 안동갈비골목, 찜닭시장등이 있지만 모든 걸 제쳐두고 달려가는 곳이다.


"신선식당"


특별한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격도아주 저렴하.

식사메뉴도 단 두 가지뿐이다.

"우동과 짜장"

우동의 종류가 일반, 비빔, 냉우동이 있어 메뉴가 네 가지지만 기본은 우동과 짜장면 둘 뿐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식당개업을 했으니 어언 40년이 지났다.

처음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 분식메뉴 단 두 가지로 40년 동안 식당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아들이 부모님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니 벌써 2대가 세습을 하고 있다.

개업당시에 내가 살던 집이 인근에 있어 그 식당을 자주 이용했었다.

고등학교 때야 쇠를 씹어 먹어도 맛이 있을 나이이니 여름에 사 먹는 그 식당의 냉우동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

세월이 흘러 고향집도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고 나도 결혼을 하고 자식들도 생겼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 고향에 갈 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 식당에 들렀다.

고향에 있는 동안은 형님댁에서 식사를 하지만 반드시 한 끼는 신선식당에서 우동과 짜장으로 배를 채웠다.


"그게 뭐 그쿠로 맛있다고 먹노!

집에 준비한 음식도 많은데."


형수가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마다하고 식당에서 우동과 짜장면을 먹는 막내아들 가족을 못마땅해하면서 늘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아내와 아이들도 어머님과 형수의 눈치를 보면서도

우동과 짜장을 먹고 싶어 했다.

결혼 때부터 속이 불편해 밀가루음식을 즐기지 않았던 아내도 신선식당의 우동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담백하면서도  비린 맛이 전혀 없는 구수한 멸치육수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관되게 아삭아삭한 맛을 내는 단무지.

그리고 기계식으로 바로 빼내어 삶은 우동면발과 김 부스러기가 함께 어우러진 우동은 직접 먹어 보기 전에는  맛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거기에 중국집의 느끼한 맛을 없앤 짜장면은 내겐 최애음식 중 하나다.

갈 때마다 어느 한 가지를 포기할 수없어 우동과 짜장면 둘 다를  주문해서 아내와 나눠 먹는다.

어머님이 작고하신 이후로 예전처럼 형님댁에서 잠을 자지 않고 당일로 귀경을 하다 보니 식당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이번에도 저녁 무렵 형님댁에 도착해 제사를 지낸 후 밤늦게 서울로 돌아오는 바람에 우동과 짜장면을 먹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이제부터는 고향을 방문할 횟수도 시간도 점점 줄어들다 보니 안동에 가게 되면 반드시 우동과 짜장면을 사 먹고야 말겠다는 의욕과 기대감은 더 커진 것 같다.

특히나 밀가루 음식과 빵을 좋아하는 예쁜 외손녀도 생겼으니 삼대가 같이 손 맞잡고 식당에 들러야겠다.



아무쪼록 식당주인 어르신 부부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라고 당신들이 만들어 내신 우동과 짜장면의 맛을 아들 내외가 잘 이어가기를 간절히 기원해 .




ㆍ해외를 다녀오면 먹고 싶은 음식


해외여행을 다녀온 한국인들에게 국내에 도착해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 Top 5를 꽂으라면 과연 어떤 음식이 순위에 들어갈까?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겹살? 라면? 비빔밥? 불고기? 설렁탕? 회? 곱창구이?


개인의 성향이나 나이대별로 다르겠지만 삼겹살, 라면, 각종찌개류가 상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럼 나는??

망설임 없이 두 가지를 선택하겠다.


"삼겹살과 구운 김치

 그리고 파송송 계란탁 라면에 김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세계 도처에 한국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고 한류음식의 글로벌화 덕분인지 해외 웬만한 유명관광지에서 한인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체여행을 가면 며칠에 한 끼쯤은 한식을 먹는 것으로 일정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자유여행을 가더라도 한인식당을 찾아 외국음식에 지친 한국 여행객의 입맛을 달랠 수가 있다.

외국도시의 대형슈퍼마켓에는 한국식품관이 따로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밑반찬까지 사서 먹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여행가방에 바리바리 챙겨 넣었던 음식들이 이제는 거의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현지에서 먹는 한식도 몇 번 먹다 보면 질리는 느낌을 갖게 되어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먹을 음식을 떠 올리며 입맛을 쩝쩝 다시기도 한다.


사실 같은 음식도 해외에서 먹을 때와 국내에서 먹을 때 느끼는 맛은 확연히 다르다.

"신토불이"라고 각 나라의 고유음식은 각각의 나라에서 자란 재료로 자국에서 요리를 해서 먹을 때서야 제 맛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먹는 삼겹살과 라면의 맛을 세계 어느 곳에서 맛볼 수 있겠는가?


나로서는 구운 김치를 곁들인 삼겹살 한 쌈이나 고춧가루가 살짝 부려진 파송송 계란탁 라면은 해외여행에 지친 한국인의 원기를 회복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으로 꼽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자다가도 눈이 번쩍 떠지는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  냄새,

배가 부른 상황에서도 냄새만으로 다시 식욕이 돋워지는 음식, 그것이 바로 삼겹살과 라면인 듯하다.

워낙 우리에게 친숙하고 대중화된 음식이지만 음식계의 노벨상이 있다면 이 두 가지 음식에 수여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늘 함께하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그리고 어려웠던 시절 객지생활을 하는 자취생들의 허기를 달래주었던 라면.

두 음식은 지금까지 해 왔던 그 역할만으로도 음식계의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Urban) 남으로 변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