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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Dec 03. 2023

직장 내 평판

평판은 남이 하는 것이지 셀프 칭찬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만의 고유한 이미지가 있다. 이미지는 외모와 말과 행동, 그 사람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평판으로 만들어진다.  TV에 나오는 유명인 이미지는 외모와 극 중 역할, 광고나 예능에서 비치는 모습에서 만들어진다. 직장인은 조직에서 지위와 역할, 평소 말투와 행동으로 그 사람의 평판이 만들어진다. 


직장에는 고위직일수록 조직 내 많은 직원의 집중을 받는다. 내가 속해있는 국에서 가장 높은 직책을 맡고 있는 K를 좋아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K는 남 이야기를 함부로 한다. 책임 회피와 남 탓에 능하다. 업무 진행을 위해서는 피라미드 조직 상단에 있는 K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자리를 자주 비우는 K는 만나기가 가장 어려운 직장 상사이다. K는 개인적인 일로 바쁘다. 그 덕분에 직원들은 5분 보고를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날도 K에게 보고하기 위해 나는 40분 이상을 기다렸다. 내가 근무하는 건물에서 K가 있는 사무실로 가기 위해서는 차로 20분 이동해야 한다. 재실 확인 후 보고를 갔지만 그사이 자리를 비웠다. 한참 대기를 하고 K에게 보고를 했다. 

업무를 추진하면서 외부에서 불만사항이 접수됐다.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장 좋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팀원과 함께 고심했고 불만 당사자를 만나 직접 의견을 들었다. 불만으로 생긴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화를 하면서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다행히 상대편이 이해를 했고 대안을 받아들이며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 이런 내용을 K에게 보고했다.  내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던 K는 갑자기 인상을 썼다.

"내 성격 칼 같은 거 알지? 절차상에 문제가 없으면 불만이 있든 말든 원칙대로 해야지, 자기들 편하자고 그 순간만 회피하려는 태도로 후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일하는 거는 잘못된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그동안 외부에 굴하지 않고 일했으며 그 어떤 것도 겁내지 않는단다. 내가 상황을 더 설명하려고 하자 팀장이 알아서 처리하란다. 그러고는 뒤에 보고가 밀렸으니 가보라고 한다. 


출근하자마자 관계자 미팅을 하고 외부 행사를 챙기고 현안업무로 바빴지만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K를 만난 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왔다. 어차피 알아서 하라고 할 거면 고민하고 원만하게 처리하느라 애썼다고 말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루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K를 만난 그 순간이 가장 힘들고 기분 나쁜 시간이었다. 특히 편하려고 문제를 회피하고 후임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말이 머릿속에 남아 마음을 괴롭혔다. 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으려고 애쓴다. K는 역시 조직 내 직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K는 항상 본인을 치켜세우며 자신의 과거업적을 셀프칭찬하지만 조직 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후배들은 그를 능력 없고 일에 관심 없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욕심은 많고 처세에 능하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문제가 생기면 아랫사람을 탓하고 본인은 뒤로 숨는 사람이다. 온갖 권모술수로 그 자리까지 간 것을 조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본인 스스로는 당당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팀원들과 MBTI 성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MBTI를 동물로 비교하는 콘텐츠가 있다. 팀원들은 누구는 사자, 누구는 나무늘보라며 깔깔거렸다. ISFJ 인 나에게 비유되는 동물은 사슴이었다. 한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팀장님 이미지가 사슴하고 진짜 닮았어요!" 나는 평소 팀원들이 대하기 쉽지 않은 않은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해 왔다. 그런데 나를 예쁘고 순한 사슴과 닮았다고 말해주다니...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내게 잘 보이고 싶어 저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 직원은 바로 이어 말했다. "사슴이 평소에는 순해도 열받으면 뿔로 들이받잖아요. 팀장님은 진짜 사슴 같아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나도 웃었다. 열받으면 뿔로 들이받는 사슴이라는 말에 나 자신도 극하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이미지를 말한 직원은 INTJ다. 전략적이고 분석적인 독수리 유형으로 마음에 없는 말은 절대 안 하는 성격이란다. 역시 MZ들의 말처럼 MBTI는 과학인가 싶기도 하다. 

처음 만나면 상대의 MBTI를 통해 성격을 판단하기도 한다지만,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판단은 말투와 인격, 평판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가장 우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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