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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Jan 25. 2024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어.

그건 모두 전부 며느리 탓이야.

엄마 친구가 무릎골절로 수술을 하셨단다. 엄마는 주말 아침에 수술하신 친구분이 드시고 싶다는 반찬을 만들었다. 병문안을 가신다고 했다. 두 분은 동네 이웃으로 만나 운동도 같이하고 자주 만나며 친하게 지내신다. 엄마는 "친구가 길에서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 중이다, 며칠 후 퇴원하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라는 소식을 내게 틈나는 대로 전달하신다. 사실 나는 그 친구분과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사이다. 그럼에도 엄마가 친구 소식을 내게 이야기하면 "에구.. 안되셨다.., 그랬구나.. 엄마가 많이 챙겨드려야겠네.., 한참 고생하시겠다.."라며 엄마 말을 들어드린다.


병문안을 하고 온 엄마는 내게 또 친구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친구는 아들이 둘인데, 엄마가 골절로 수술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아들들이 얼굴 한번 보러 오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이라서 자식들이 부모 용돈을 따로 챙겨주지 않고, 생일에도 그저 같이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이 전부란다. 이번 생일에는  "엄마 생일이니까 밥값 엄마가 낼게"라고 했더니 "어. 엄마 잘 먹었어~"라며 밥만 먹고 모두 집으로 가더란다. 생일날 자식들에게 선물 하나 받지 못했다고 하시며 서운해하셨단다. 자식들은 돈이 필요할 때만 엄마를 찾는다며 얼마 전에도 이천만 원을 빌려 갔단다. 돈 빌려갈 땐 자주 드나들더니 엄마 다쳤다는 소식에는 연락 한번 없다며 친구분은 엄마에게 서운함을 하소연한 모양이다. 엄마는 친구 이야기를 내게 하며 아들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고 하신다.


한참 아들의 무심함에 대해 이야기하던 엄마는 갑자기 화제를 바꾼다. 아들이 부모에게 못하는 거는 전부 며느리 때문이란다. 아들에게 향하던 화살이 돌연 며느리에게 돌아간다.


- 아니, 왜 갑자기 며느리 탓이야~ 자식이 못하면 자식 탓을 해야지. 왜 며느리 탔을 해~

- 주위에서 다들 그렇게 얘기해. 자식이 착해서 부모에게 잘하려고 해도 여자가 옆에서 자꾸 뭐라고 하면 남자들은 여자 뜻대로 하게 되어 있어!

- 그게 무슨 말이야~ 뭐라고 하든 안 하든 부모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자식이 잘해야지. 그리고 자식이 잘 못하는 건 자식 탓을 해야지 왜 며느리 탓을 하는 거야?

- 너는 잘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그런 게 있어!! 여자가 잘 들어와야 되는 거야!!


아들에 대한 불만의 모든 화살을 며느리에게 던지더니, 엄마 말에 대거리를 하는 내가 못마땅했나 보다. 엄마는 당신 말만 하고 방에서 나가 버린다. 그런 엄마 행동이 애 같아서 좀 귀엽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한 명의 며느리로서 나는 의문의 1패를 당한듯 마음이 답답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TV앞에 앉아있던 남편에게 달려갔다.

"자기 아들이 못하면 아들 탓을 해야지 왜 며느리 탓을 하는 거지? 아무리 며느리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아들이 부모를 생각하면 잘해야지. 만약에 며느리 때문에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도 아들 잘못인거지. 왜 한국 시어머니들은 자식이 해야 할 효도를 며느리에게 받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남편은 나지막하게 한마디 한다. "여적여라는 말도 있잖아." 

여... 뭐? 처음 듣는 단어였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유추할 수 있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뜻이라는 걸. 정말 그런 걸까? 여자의 적은 여자라서?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부모는 내 자식이 아무리 잘못해도 자식 편을 들고 싶은 거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 저럴 리가 없어. 원래는 부모를 아주 위하는 착한 아들인데... 장가를 가더니 바뀌었어. 아들이 저렇게 된 건 다 며느리 때문이야!" 

아들의 애정을 받고 싶은 엄마들도 딱하고, 가만히 있다가 의문의 1패를 당하는 한국 며느리들도 참 딱하다. 대한민국 아들들이여. 엄마에게 잘합시다. 내 엄마를 내가 잘 챙기면 불편한 고부관계가 화창하게 맑아지고 모두에게 평화가 올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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