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던가. 나는 따지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 보면 따지는 것은 논리를 떠나서 사람의 기분, 감정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누그러졌지만(사실 도발해 봐야 얻는 것이 자기만족 말고는 없기에 귀찮아진 것일 수도 있다) 한 가지 사실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사이비과학(유사과학)이다.
어떤 과학학회(특히 교사집단) 목표 중 하나는 과학 지식의 일반화 그리고 대중화를 통해 대중들이 사이비 과학에 빠지지 않게 하는 목표가 있다. 사이비과학이야 말로굉장히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매년마다 레퍼토리만 바꾸며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패턴은 어디서 들어봤을 것이다. 원적외선, 게르마늄, 은나노, 음이온(라듐), 전자파를 막아준다. 만병통치약 물이라며 광고하는 것이 있다. 한번 따져보자
1. 전자파 차단
전자파 차단 USB
전자파스티커는 이미 한물간 과거의 일인가? 아니다. 지금도 팔고 있는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에 올라온 상품의 상세페이지다.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전자파를 막아주는 것이 있는데 이게 진짜 효과를 발휘하면 컴퓨터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는 먹통이 될 것이고 스마트폰이라면 스타커든 무엇이든 차단하는 물질을 붙이는 순간 전화도 데이터도 모두 먹통이 돼야 한다. 핸드폰 요금제가입할 때 한 번쯤 들어본 4G, 5G 모두 전자파다. 전자파가 무섭다면 그냥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말고 스스로 페러데이 납상자에 들어가면 된다.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선인장 안내문구
아니면 이 선인장은 또는 이 식물은 전자파를 막아줍니다! 그러는데 원래 전자파는 물을 통과 못한다. 어? 그렇다면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출처: 매경헬스
전자파를 막기야 막겠다면 아마 TV나 컴퓨터 모니터의 전자파를 막기 위해서는 해당 전자기기를 덮어 버릴 크기의 선인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전자파는 단방향으로 나가지 않기에 사방에 깔아 두어도 효과가 있을까 말까이다.
2. 원적외선
다음으로 원적외선을 보자
우리가 빛을 말할 때 파장이 긴(장파) 빨간색, 파장이 짧은(단파) 보라색(자색)으로 구분을 하는데 원적외선 말 그대로 장파인 빨간색보다도 더 파장이 긴 거를 말한다. 빨간색 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이다. 이게 끝이다. 건강하고는 1도 상관없다. 참고로 원자외선을 맞으면 건강하고는 상관이 있다. 빛과 에너지의 관계식은 E = hc / λ인데 파장이 짧다 보니 감마값이 작아지고 분모가 작아지니 결과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고 이는 신체에 영향을 끼친다. (나쁜 쪽으로)
원적외선은 그냥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찜질방 같은 데서 원적외선으로 쬐어진 곳에 잠자고 있을 건데 피곤한데 따뜻하면 뭐가 되었든 잠이 잘 오지 않을까
3. 게르마늄
요즘은 안 보이지만 한창 게르마늄 팔찌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게르마늄은 원소기호 32번째 원소이고, 다양한 유기금속 화합물을 형성하는데 이용한다. 그리고 이게 전부이다. 금속은 이온을 띄기 좋은데 이온은 그냥 전자 결합에서 + - 그 이상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건강아이템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4. 은나노
은나노는 은과 나노사이즈 합성어인데 상식적으로 금속이 몸에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좋으면 금가루, 은가루를 밥에 뿌려먹는 게 제일 좋을 텐데 말이다. 은도 금속이라 항균작용은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나노사이즈이다. 나노의 단위는 10^(−9)인데 즉 1m를 10억 분의 1로 나눈 값이다. 이 정도 사이즈면 피부에 흡수가 되는데 피부에 은이 흡수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수은중독에 걸린 사람
혹시 수은 중독이라고 들어 봤는지는 모르겠다. 은을 직접 섭취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 TMI를 하자면 선크림 같은 경우 피부에 흡수될 경우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선크림은 자외선을 피부 대신 자기가 흡수하는 것인데 그것 자체를 피부가 흡수해 버리면 어떨까?라는 이야기인데 아직까지는 햇빛을 아무런 방어나 보호막 없이 그대로 맞고 피부암에 걸리는 것보다 선크림을 바르는 게 그래도 낫다는 게 중론이다. 다시 은으로 돌아와서 은나노가 피부에 그대로 흡수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음이온을 홍보하는 이미지
5. 음이온
이제 은나노를 뒤로하고 음이온에 대해서 들어보았는가? 무엇인가 ㅇ자음이 3글자 연속으로 들어가 둥글둥글한 느낌이 있어 그런지 언제부터였나 건강관련된 제품의 마케팅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었다.
양이온과 음이온의 전자설명
그런데 음이온과 양이온은 그저 원자와 전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과학적인 용어일 뿐이다. 하지만 과거 음이온을 마케팅하기 위해서 음이온은 자연상태 수록 많이 나오고, 신체의 노화를 가속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공기 정화, 혈액 중화, 항산화 작용, 각종 호르몬 분비 촉진, 자율 신경계 이완, 신진대사 촉진, 항균소염 작용, 부교감 신경 활성화, 집중력 강화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만병통치약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렇게 나열된 주장은 모두 반박되었고 근거 없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아무튼 모르겠고 음이온에 대해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무작정 좋다고 해서 팔다가 일어난 사단이 있었는데 바로 라듐침대, 방사능침대 사건이다.
앞에 사진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결국 원자에 전하가 많거나 부족한 상태이고 이는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 불안정한 상황이고 이런 상황은 원소 붕괴가 잘 일어난다. 즉 음이온이 많다고 좋아할게 아니라 불안정한 원소기에 피폭, 방사선의 문제가 있다. 해당 라돈 침대 사건도 음이온효과를 내는 파우더를 코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결국 2019년에 대한민국에서는 음이온을 마케팅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6. 다양하고 다양한 물
물은 답을 알고 있다부터 시작해서 물이라는 키워드 하나만 가지고도 정말 다양하며 참신한 시도? 가 있어왔다. 육각수, 자화수, 수소수, (음)이온수, 알칼리수등 세상에 별 여러 가지 물이 있는데 아무튼 몸에 좋다고 하며 어떤 사이비종교는 그냥 신성하다며 성수라며 만병통치약인? 물을 팔려고 하였다.
지금 팔고 있는 특정 상품을 가져오려고 하였으나 찾아보니 명예훼손을 비롯하여 고소고발을 남발하는듯하니 그냥 구글 검색창에 육각수, 이온수 샤워기등의 키워드로 찾아보면 멀쩡하고 판매하고 펀딩을 했던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씩 바로바로 살펴보면서 넘어가자
물의 분자구조
육각수의 시작은 얼음 결정은 6각형의 구조인데 물 분자가 수소결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온 하나의 이론으로, 물이 얼음에 가까워지면 육각형 결정을 이루게 된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상온에서는? 당연히 육각형 형태가 나오기는 어렵다. 에너지를 받으면 서로 간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형태로 변한다. 즉 정리하자면 우리가 음용하는 순간 육각수는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며 육각수라고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화수의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자화수 역시 육각수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내용이다. 강력한 자기 장치 사이로 물을 통과시키면 펄스(에너지)에 의해 물의 분자구조가 이온화되어 물은 육각형 구조(육각수)로 물리적 성질이 변화한다고 한다.
상온 1 기압에서는 물 1 리터에 1.6mg 이상의 수소를 녹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중략)… 물속에 수소가 설사 녹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우리 소화 기관을 통해 몸속에 흡수가 되어가지고, 몸속의 생리 작용에 관여할 가능성은 더더구나 없습니다 …(중략)… 화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수소 기체의 생리적 효과는 기대하기가 굉장하기 어렵다는 게 합리적인 추정입니다.
-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KBS1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 中
이렇게 조금만 찾아보면 알겠지만 수소를 먹는다고 한들 딱히 신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수소는 물에 잘 녹지 않기에 수소수라고 마시지만 수소가 거의 안 들어있거나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음용수의 기준은 중성(pH 6.5~8.5)이다. 하지만 이온수, 알칼리수는 물에다가 전기적인 분해를 가하여 pH를 높여 물을 알칼리 성분으로 만드는 방식인데 이것을 마시면 요산 수치를 낮추고 요로결석 등을 예방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위의 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런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거기에 알칼리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적인 분해를 가한다고 하였는데 알칼리성 이온을 음극으로 모으고 산성이 되는 원소를 양극으로 모으는 장치가 들어있고 이것들이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동작한다. 하지만 알칼리성 성질을 띄는 K, Na, Mg, Ca 등 금속 이온이 농축된 알칼리성 물에 과연 이로운 금속 이온만 쏙 골라서 모였을까? 오히려 알칼리로 분해하고 모으는 과정에서 중금속 이온이 모일 위협은 없을까?
식약처는 오히려 신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신부전증이나 칼슘 배설 장애 등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는 알칼리 이온수기가 신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거기에 더해 아토피나 체질 개선, 당뇨 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바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물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며 마치 장비를 강화하는 것 처럼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더 나은 물을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물의 성질이 바뀌는것 자체가 허구이거나 또는 영향을 주더라도 그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때로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사이비과학은 혹시나 모를 우리의 건강을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하는 것으로 돌아올 수 있다. 돈이야 조금 낭비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을지 몰라도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돌아와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내가 과학적인 지식이 얼마나 있는지 떠나서 좋다고 팔고 있는 것에 있다면 정말 좋은가? 좋다면 왜 좋은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따져 물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