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프로 May 16. 2021

테러블 모닝이 되지 않으려면

수면이 식사보다 중요하다

난 잠이 많다. 머리만 대면 잔다. 술을 마셔도 잠이 들고 밤에도 누우면 10초 만에 잠드는 편이었다. 아침에도  빨리 잠들어 알람을 누운 채로 끄면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 그냥 잠이 많고 잘 자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수면 부채가 많이 쌓인 탓이었다.


자는 시간이 아까웠다. 퇴근하고 약속과 회식 등의 일정 후 집에 오면 10~11시 정도였다. 그제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내 시간을 보내다가 1~2시쯤 잠들고 5~6시에 일어나서 출근했다. 20대의 객기였다. 피곤하다는 말은 입에 달고 살았다. 정신이 또렷한 시간이 얼마 없었을 거다.  


늦게 자면서도 미라클 모닝을 놓칠 순 없었다. 9호선 때문이었다. 의지보다 강력한 것이 환경설정이다. 9호선이 개통되어 출퇴근이 편해질 거라 생각은 착각이었다. 개통 초기에는 승객이 많지 않았지만 점점 승객이 불어났다. 아침 9호선은 정말 최악이었다. 한 겨울에 김서린 채 이미 탈 자리도 없이 도착하는 열차에 타는 일도 싫었다. 사람이 왜 압사를 당하는지 느낄 수 있었고 한겨울에도 무더운 공기가 가득한 열차를 타고 출근하면 이미 누구보다 지쳐버렸다.


이렇게 다닐 수는 없어 6시 반 전에 9호선을 탔다. 피곤했지만 불편하게 출근하는 일보다 훨씬 나았다. 남들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있는 일도 좋았다. 아침마다 힘겹게 일어났다. 알람을 최소 5개 이상은 설정했다.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미라클 모닝보다 테러블 모닝에 가까웠다.  



당시에는 수면의 중요성을 모르고 미라클 모닝을 한다며 잠을 줄였다. 평일에 4~5시간 자고 출근해서 매일 커피를 2잔씩은 마셨다. 평일의 부족한 잠은 주말에 몰아잤다. 종종 마사지를 받았다. 만성 피로 누적으로 정신이 몽롱하게 있는 날도 많았다. 커피와 마사지, 피곤은 직장인의 숙명이겠거니 하며 몇 년을 그렇게 지냈다.


이때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수면 부족과 커피 과다 복용 탓으로 추정한다. 사람마다 적정 수면시간이 있다. 자는 동안 뇌를 비롯한 장기에 쌓인 노폐물을 청소한다. 수면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고 부족한 수면 시간은 수면 부채로 쌓인다. 수면 부채는 갚을 수 없다. 매일 적정한 수면시간을 계속 지켜야 하는 이유다. 


한 실험에서 수면 부채가 쌓인 사람들을 모아 깨우지 않고 침대에서 계속 자게 했다. 사람은 누워있다고 계속 자는 건 아니었다. 몸이 필요한 수면시간만큼 잤다. 실험 첫날에는 14시간씩 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수면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수면 부채가 거의 없어지고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지키는데 평균적으로 약 3주씩 걸렸다고 한다. 수면 부채는 갚아지지도 않지만 내 몸이 필요한 수면 시간을 되찾는데도 이렇게나 오래 걸린다. 



예전 같으면 나도 격렬하게 참여하고 싶은 실험이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수면 부채는 거의 없다. 나의 건강과 수면을 0순위로 챙기기로 하고 스스로 통금시간을 정했다. 몇 달 동안 수면 부채 갚으려고 휴일마다 알람시계 없이 스스로 깰 때까지 잤다. 이때 나의 적정 수면 시간과 패턴을 파악했다.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7시간 정도 자면 컨디션이 좋다. 같은 7시간을 자도 1시에 자서 8시에 일어나면 피곤했다. 22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나면 개운하다.


미라클 모닝을 하겠다고 일찍 잠들지 않고 일어나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피곤하고 지속할 수 없다. 당연히 건강에도 좋지 못하다.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데 비몽사몽 정신없이 일어나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더 자는 게 낫다. 아침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 한다. 단순히 일찍 일어나려고만 하면 미라클은 없다.  


미라클 모닝은 전날 저녁부터 시작이다. 일찍 잘 준비를 해야 한다. 그전에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적당한 수면시간은 몇 시간인지 알아야 한다. 올빼미 형이 아닌 이상 사람은 적응한다. 내게 적당한 수면 시간을 알고 일찍 자는 루틴을 반복한다면 수십 년 살아온 수면 패턴도 내가 정할 수 있다. 




<참고도서>
언제 할 것인가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작가의 이전글 투자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