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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May 25. 2021

중국의 여성향 게임은 왜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했을까

글로벌화되는 게임 시장 안에서 여성향 게임이 가져야 하는 관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립니다. (현생에 쫓기다 보니 그만..)


스마트폰 게임들의 글로벌화 점차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요. 일본의 게임 시장은 유저 충성도가 높고 고객 1인당 소비 단가가 높은 편이라, 게임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로 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는 여성향 게임의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이야기로, 중국 게임들을 예시로 들긴 했으나 한국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므로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1. 중국 여성향 게임의 일본 시장 내 현황

일본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앱스토어 매출 순위 100위 이내에 약 30~40퍼센트 가까이를 중국 회사가 개발, 내지는 퍼블리싱하는 게임이 차지할 정도로 그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는데, 흡사 몇 년 전의 한국 앱스토어를 보는 것 같은 기시감도 느껴집니다.


반면, 여성향 게임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중국의 게임이 일본에서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여성향 게임 시장의 포문을 열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러브앤프로듀서>는 물론, 여성 유저의 취향을 고루 담아 만들었다는 RPG <식물어> 등등 다수의 타이틀이 일본 시장에 도전했으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는 실패하였으며, 최근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여성향 코디네이트 게임의 대표 시리즈 <샤이닝니키>또한 작품의 화제성 등은 전작이었던 <미라클니키>에 못 미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21년 5월 24일의 일본 앱스토어 매출 랭킹 1~50위. 약 30퍼센트를 중국 게임이 차지하고 있지만, 50위안에 든 3개의 여성향 게임은 모두 일본 제작 게임입니다.


2. 중국 게임의 일본 마케팅 현황

일본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는 중국 게임 늘어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중국의 게임 개발사 및 게임 서비스사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유저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사전 예약 ~ 출시 초반 마케팅이 체계화된 것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국만큼 극단적인 초동형은 아닐지 몰라도, 일본 스마트폰 게임 시장 또한 출시 초반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초반에 유저 유입의 피크를 만들지 못하면 이후의 서비스 유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이 사전 등록과 프로모션의 집중을 통해 초반 모멘텀 형성에 힘을 쏟지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에 걸쳐, 인기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기용하고 매스 미디어 광고, OOH 등 폭넓은 층에게 게임을 홍보하여 초반 인지도를 높인 다음, 디지털 마케팅의 대량 투입으로 다수의 유저를 불러 모읍니다. 이는 스마트폰 게임 론칭 시의 대표적인 마케팅 수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 아이돌과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코드 드래곤즈 블러드(중국명 : 용족환상)>. 중국 게임의 일본 마케팅 성공 사례로 중국 내에서도 종종 언급되곤 합니다.


자금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경쟁 타이틀에 비해 인지도 확보와 디지털 마케팅의 단가 싸움에서 밀리게 되는데 중국의 게임들의 프로모션 규모가 커지면서, 일본 내의 경쟁 타이틀이 밀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한편 이러한 물량 공세로 유입된 유저가 안정적으로 게임에 정착할 수 있을 만큼, 중국 게임의 퀄리티가 올라간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NetEase나 Tencent, miHoYo 등 대형 게임사의 경우는 운영이나 유저 피드백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기도 하고요.


다시 여성향 게임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여성향 게임이라고 이런 정석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물론 사용합니다.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서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디지털 광고를 진행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여성향 게임의 첫인상을 지배하는 화려한 비주얼이나 출연 성우들의 인기 또한 일본의 여성향 게임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 여성향 게임은 다른 일반적인 장르의 중국 게임들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3. 중국 여성향 게임의 실패 요인

우선 배경으로 알아둬야 할 점은 일본 여성향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라는 점입니다.

한번 정을 붙이면 좀처럼 이탈하지 않는 여성 유저의 특성상, 일본 자국 내의 타이틀도 완전 신규 콘텐츠의 경우는 좀처럼 성공시키기 힘들어지고 있으며, 게임 그 자체보다는 IP의 활용 방편 중 하나로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도 최근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일본 여성향 시장에 들어서기 위한 문턱은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뚜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고정적인 팬 층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일본 국내 타이틀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를 넘어서기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해집니다.


과제점 1. 로컬라이즈의 퀄리티

로컬라이즈는 각종 게임들의 해외 서비스 시에 종종 따라오는 이슈 중 하나로, 텍스트에 매우 민감한 일본 유저에게는 큰 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지역, 문화적인 특성을 반영하면서,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려야 하는 점에 있어, 로컬라이즈가 단순한 번역 작업이 아니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인지하고 계실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여성향 게임은 스토리성이 중시되는 만큼 오역 하나에도 전체의 뉘앙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오탈자조차 감정 이입을 저해시키고 게임의 퀄리티 및 운영에 대한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과제입니다.


중국 게임들의 로컬라이즈 퀄리티(특히 번역)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허술한 번역에 대해 언급하는 유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수년 전의 게임들에 비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많이 볼 수 있어,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큰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체크 프로세스만 갖추어진다면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니,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하는가 안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죠…)


최근 <식물어>의 예를 들자면, 번역문의 문법 및 어휘의 어색함, 캐릭터의 말투, 오탈자 등이 주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또한 중국 요리라는 소재의 특성상 어려운 한자들이 많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물어>의 어려운 한자 문제는 게임 내 일부에 일본어 발음을 기재하거나, 발음 사전을 추가하는 등 게임 내의 대처가 이루어졌습니다. 표시되는 부분이 게임 내 일부분이라 바로바로 볼 수 있는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중국 게임의 해외판 로컬라이징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 것을 체감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보기만 봐도 현기증이 나는 복잡한 한자가 잔뜩 등장하지만, 친절하게도 읽는 방법을 달아두었습니다. 다만 게임 안의 일부에만 적용되어 있는 게 아쉬운 점이죠.


과제점 2. 익숙하지 않은 게임성

로컬라이즈 퀄리티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현재, 가장 큰 허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임 설계의 틀이 다르다 보니 일본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유저들에게는 초반 적응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중국 게임은 성장 구조가 복잡하고 즐길 거리가 많은 반면, 일본 게임은 성장 구조가 단순하고 진행이 심플해 적응하기가 쉬운 편입니다.


중국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유저가 할 일들을 나열해보면 게임의 메인 요소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반면 메인 요소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심플한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너무나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어 초반 정착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거지요.


사실 이 부분은 중국 본토를 기준으로 게임 밸런스를 잡고 개발이 진행되는 이상 해결이 쉽지 않은 부분이라,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저를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사례를 한 가지 들겠습니다. Rejet의 <검이 그대(剣が君)> IP를 활용하여 중국에서 개발한 <검, 시간을 긋다(剣が刻)>는 전형적인 중국형 설계의 RPG이지만, 일본 출시 당시 초동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성향 게임의 잇단 실패가 이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첫 달 2억 엔에 가까운 매출 규모는 상당히 좋은 성적이라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당시의 공식 트위터의 운용인데요. 게임 오픈 전부터 일러스트, 캐릭터의 소개만큼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 정성스러운 설명을 거듭하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 다양한 요소들을 꼼꼼히 설명하던 부분에 굉장히 호감이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동영상 매체가 메인이 된 지금에 비하면 조금 원시적인 방법이긴 하지만요.


물론 첫 달의 실적은 일본 유저에게 친근한 에도시대 배경의 퓨전 역사물이라는 소재와 Rejet라는 IP홀더의 브랜드도 한몫했겠지만 일본에는 친숙하지 않은 구조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SNS라는 매체를 통해 사전에 전달하려는 운영 측의 노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제점 3. 아쉬운 프로모션 및 서비스 설계

프로모션 방법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면서, 수법에 초점이 맞추어지다 보니 오히려 게임의 좋은 점을 잘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특히 아쉬웠던 타이틀은 <러브앤프로듀서>인데요.


게임 프로모션의 궁극적인 목적은 게임의 성공입니다.

먼저 언급드렸듯이, 사전 예약과 출시 직후의 타이밍은 신규 유저를 모아 팬으로 전환시키는 가장 중요한 타이밍으로, 이 시기의 성과는 게임 자체의 수명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러브앤프로듀서>는 2019년 여름 일본 출시를 앞두고, 온라인 오프라인에 걸쳐 다양한 프로모션을 실시합니다. 이때 실시한 프로모션은 잡지 광고, 전철역 광고, 디지털 마케팅부터 시작해서 특집 온라인 생방송, 노래방 체인 콜라보레이션, 특설 카페 등 일본의 여성향 콘텐츠나 스마트폰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법들이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프로모션의 방법 이전에, 어떤 유저를 대상으로 어떻게 팬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설계면의 검토가 부족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신규 유저 확보보다는 기존 유저의 열량을 높이는 콜라보레이션 계열이나, 실제 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은 기프트 카드 추첨의 남발 등… 다른 곳에 리소스를 집중시킨다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콜라보 카페는 한정 굿즈와 푸드류 판매 등 코어팬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메인이다 보니 현장에서 볼 수 있던 분들은 대부분 중국의 팬분들이었습니다.


또한 게임 운용면에서도 일본판 출시 당시, 가장 먼저 출시되었던 중국판과 약 1년 반 정도의 버전이 벌어져있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콘텐츠가 많이 쌓여있던 상태였는데, 메인 스토리의 진행한 무시한 도입 순서, 과금 유도가 심한 이벤트를 초기에 배치하는 등 유저 경험을 고려하지 못한 설계가 매우 아쉬웠습니다.


일례로, 게임 출시 후 1주일 뒤 진행된 바캉스 이벤트는 출시 당시의 계절감을 감안해서 진행된 이벤트이지만, 이벤트 스토리와 메인 스토리 간의 공백 / 과금 유도 등의 측면에서 초기 유저의 이탈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결국 <러브앤프로듀서> 일본판은 사전등록 수 약 50만을 달성했지만, 출시 이후 급격한 유저 이탈로 이어졌습니다. 중국에서 큰 히트를 거두었던 타이틀이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일본에서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만큼, 실망스러웠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마무리

여성향 게임은 여타 게임들보다 더 팬 비즈니스에 좀 더 가까운 특성이 있습니다.

즉 등장 캐릭터와의 교감과 서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데요. 심도 있는 이해는 유저로 하여금 게임을 넘어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세계관에 몰입하게 합니다.


저는 이때까지의 중국의 여성향 게임은 단순한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일본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코 게임이나 콘텐츠의 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고, 여성향 콘텐츠의 선택지가 넓은 일본 유저들에게 그 매력을 잘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죠.


2021년 이후에도 중국의 여성향 게임들은 계속해서 일본 시장을 노릴 것입니다. 이미 출시 준비중인 타이틀도 있고요.

향후 출시될 중국의 여성향 게임들을 보면 최근에는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것이 전해지는 비주얼과 게임성, 나라별 성우진과 유명 제작진의 기용 등은 물론이고 로컬라이즈나 운영면의 세심함도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CBT를 실시한 <미정사건부(한국명 : 미해결사건부)>의 CBT 종료 후 설문 내용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질문 : 게임을 진행하면서 언어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있었나요?

항목 1 : 어휘, 문법 오류가 있었다
항목 2 : 전후 문장이 잘 연결되지 않았다.
항목 3 : 복잡한 표현 때문에 잘 읽히지 않았다.

샤이닝니키의 동북공정 이슈 이후 중국 게임에는 완전 질려버린 저였지만, 이 설문 내용을 보고 조금 감탄했습니다. 이때까지 중국 여성향 게임의 과제 중 하나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 해결을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원신>의 글로벌 성공을 이끌어낸 노하우일까요…)


앞으로 여성향 게임의 유행 판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게임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전 세계의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렇게 해외 유저를 하나의 유저 그룹으로 정의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꼼꼼히 생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게임 제작자들에게 꼭 필요한 관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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