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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Dec 31. 2020

2020년 여성향 게임 시장을 돌아보며

2020년도 마지막 날이네요. 

쉽지 않았던 올 한 해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었던 액정 속의 전자 남친들을 떠올리며, 2020년의 각 지역별 여성향 게임 시장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혹시 이미지 사용이 문제가 된다면 수정하겠습니다.)


한국

1. 소규모 스튜디오의 약진

이미지 출처 : 밋앤그릿 <신도 야근을 하나요> 공식 트위터

올해 한국에서는 소규모 스튜디오들의 신작 발표와 출시가 이어졌습니다. 프리티비지의 <러브언홀릭>, VIVID STUDIO의 <썸머코드>, 밋앤그릿의 <신도 야근을 하나요> 등을 있겠는데 출시된 작품들도 있고 출시를 앞둔 작품도 있습니다. 썸머코드의 모방 논란 등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각각의 게임에 대한 평가를 떠나, 클라우드 펀딩이나 SNS 등에서 보여진 화제성을 보면 유저분들의 한국형 여성향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올라갔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장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었구요.


이러한 관심과 시도가 이어지는 이상, 우리나라 여성향 게임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2. <maybe-메이비>의 의미 있는 성과

이미지 출처 : <maybe - 메이비> 공식 트위터

인터랙티브 노벨 플랫폼 <maybe>는 사실 올해 한국 여성향 게임 중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타이틀입니다. (정확히는 게임 단품이 아니고 플랫폼이지만, 하나의 타이틀처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랙티브 노벨은 근년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여성향 유저분들은 익숙하실 선택지가 있는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은데,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비용에 비해 스토리가 뚜렷한 특성상 새로운 IP 창출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등에서도 다수의 전문 플랫폼이 서비스 중에 있으며, Steam에도 별도의 태그(Interactive Fiction)가 마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다수의 플랫폼이 과금 수입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올해 4월에 컴투스에서 출시한 <스토리픽>이나, <BTS Universe> 등 유력한 IP를 다루고 있는 플랫폼들도 매출을 놓고 보면 사실 상 성공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실적이었습니다. 물론 인앱광고 수익도 있으니 스토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 매출이 전부는 아닐 테지만요.


<maybe>는 네이버 웹툰과 봉봉의 합자회사 시나몬 게임즈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주로 네이버 웹툰이나 노벨의 스핀오프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언급한 <스토리픽>이나, <BTS Universe>가 방송이나 스타 등 대중문화 쪽 IP를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maybe>는 좀 더 서브컬처에 가까운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죠.

다운로드 수도 두 OS를 합해 110만을 넘겼고, 매출면에서도 GooglePlay 게임 순위 18위까지 올라가는 등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영문판을 출시하여 현재 70만 다운로드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등 한국의 인터랙티브 노벨 플랫폼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제품 수명 주기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인터랙티브 노벨은 아직 시장 도입 단계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maybe>는 그 선두에 서 있으며, 시장의 얼리어댑터에 해당하는 웹툰/노벨 유저층에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앞으로 시장을 성숙시킬 역할이 기대되는 플랫폼입니다.


3. 중국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한국 게임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샤이닝니키> 사태는 아직 그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 한 해 한국 여성향 게임 시장의 가장 쇼킹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요.

현 사태에 대한 분석과 향후 유저들이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서는 여러 게임 미디어에서 좋은 기사들을 굉장히 많이 써주셨으니, 그 링크로 대체하고자 합니다.

http://www.game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50

http://www.top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80419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비롯한 중국 문화 콘텐츠의 진출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장 여성향 게임들을 보아도 나날이 퀄리티가 올라가고 있는 중국의 게임들에 비해, 국산 대체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연구개발이 약한 장르이고 투자 규모가 적다는 점이 크게 약점으로 작용하지요.

최근 중국산 콘텐츠의 동북공정, 중화사상 이슈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제2의 <샤이닝니키> 사태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나 호감이 가는 대상에게서 은연중에 느껴지는 불편함을 흐린 눈으로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유저들의 현명한 자세가 요구되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여성향 게임을 만드시는 분들께는 중국 게임의 배울 점 / 좋은 점은 받아들이되, 오리지널리티 있는 콘텐츠로 승화시켜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본

1. 눈부신 성공을 거둔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이미지 출처 :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공식 트위터

올해 여성향 게임을 논할 때 이 타이틀을 빠트릴 수는 없죠. 저도 이미 몇 번이나 이야기했던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ディズニー ツイステッドワンダーランド)>입니다.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몇 번이나 차지하는 등 여성향 게임으로서의 실적은 가히 역대급이라 말할 수 있으며, 업계에 여성 유저의 구매력을 당당히 인증해주었다는 건 나름 뿌듯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그 기세는 계속되고 있으므로, 당분간은 여성향 게임의 탑으로 군림할 것 같습니다.

아직 발표가 난 건 없지만, 내년 이후 반드시 다가오리라 예상하는 글로벌 진출의 행방도 궁금합니다.


이 게임은 IP와 포지셔닝, 그리고 강력한 디즈니의 브랜드 파워가 거둔 승리라 생각합니다.

게임 자체는 흔한 일본 소셜게임형 여성향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디즈니의 네임 밸류가 가지는 대중성뿐만 아니라, 사전등록 200만의 화제성, 때마침 비어있던 다크 판타지라는 세그먼트를 차지하는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했습니다.

한편, 디즈니의 브랜드와 세계관을 빌려오긴 했지만 ①재패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래픽 ②기존 디즈니 작품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약한 점 등 신규 IP에 가까운 작품이므로, 기본적으로 서브컬처와 친화성이 높은 일본이었기 때문에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요 몇 년간 오리지널 작품보다 IP 작품이 강한 일본 시장에서, <트위스티드 원더랜드>를 이길 여성향 게임 IP는 뭐가 있을까요... 해리포터?


2. 새로운 네오로망스

이미지 출처 : <금색의 코르다 스타라이트 오케스트라> 공식 트위터

오토메 게임의 원조, 네오로망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 작품인 <금색의 코르다(金色のコルダ)>, <안젤리크(アンジェリーク)>가 연속으로 시리즈의 신작을 발표했는데, 양쪽 모두 클래식한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꽤 현대적으로 일신한 그래픽이 눈을 끕니다. 두 작품 모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가들을 기용하고 있으며, 찬반양론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금색의 코르다>는 최근 <트위스티드 원더랜드>의 성공으로 한층 더 승승장구하고 있는 Aniplex와의 합작이라는 점을, <안젤리크>는 주인공 캐릭터의 연령층이 25세로 플레이어의 실제 연령층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는 점이 주목할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올드한 시리즈의 새로운 시도는 매우 환영할 부분이지만, 과연 이들이 네오로망스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여성향에서도 여전한 갈라파고스 시장

이미지 출처 : <식물어> 일본어판 공식 트위터

여전히 일본은 다수의 캐릭터를 등장시킨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가 여성향 게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일본에서 만든 내수용 타이틀이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9년~2020년에 걸쳐, 중국 여성향 게임 탑티어 두 작품이 일본에 진출했습니다. <러브앤프로듀서(恋とプロデューサー/중국명:연여제작인恋与制作人)>와 <식물어(食物語)> 두 작품 모두 하이퀄리티의 작품으로, 일본 프로모션에도 꽤 돈을 썼습니다.

2020년 <러브앤프로듀서>는 일본의 공중파 TV 채널에서 애니메이션을 방영했으며, <식물어>도 사전 프로모션과 SNS 운용에 꽤 힘을 쏟았지만 양쪽 모두 크게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게임의 일본 사전 프로모션은 어느 정도 성공 공식이 자리 잡혀가고 있습니다. Tencent의 <코드 드래곤 블러드(コード:ドラゴンブラッド/중국명:용족환상龙族幻想)> 이후 일본 앱스토어의 매출 상위란에 중국 신작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하지만 식물어의 사례에 미루어 일러스트의 퀄리티 / 성우 / 프로모션 등 여성향 게임에서 중요시되는 요소를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는 건 아직 여성 유저를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겠지요.

2021년에는 Netease의 <시공 속의 그림 여행자(时空中的绘旅人)>, Tencent의 <빛과 밤의 사랑(光与夜之恋)>의 일본 진출 행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화권

1. 다소 정체된 느낌의 1년

이미지 출처 :  <시공 속의 그림 여행자> 공식 사이트

중국 여성향 게임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2D 그래픽이나 세계관, 캐릭터 메이킹 면에서요.

하지만 올해 출시된 작품들 모두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굳이 든다면 Netease의  정도가 <시공 속의 그림 여행자(时空中的绘旅人)> 비교적 매출 순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정도겠네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새로 나온 게임들이 기존 인기 게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큰 차별화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상업적인 성과면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결과겠죠.

시장의 발전이 빨랐던 만큼 정체기가 오는 것도 빨랐다고 할까요. 작품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2017~2018년 경 일본에서 있었던 여성향 모바일 게임 버블(※인기작의 모방 작품이 남발되고 그중 다수가 조기 섭종을 맞았던 기간)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 중인 것처럼 보입니다.


여담이지만 올해도 중국 여성향 게임 쪽에서는 한층 강해진 유저들의 입김에 여러 개발사들이 대응에 쫓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한 해 이기도 했습니다.


2. 대만은 중국 게임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 중

이미지 출처 : <소녀의 왕좌> 공식 트위터

2020년은 대만의 여성향 게임 시장이 꽤 움직임이 있었던 편이었습니다.

특히 중국산 여성향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가 이어졌는데 우선 2월에 출시된 <식물어>가 매출 1위를 기록했고, 8월에 출시된 <미정사건부(未定事件簿)>도 매출 순위에서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하반기에는 대만산 게임 <if only : once again (如果重來)> 와 중국산 게임 <소녀의 왕좌(少女的王座)>도 출시되었고 두 게임 모두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을 꽤 오래 유지했습니다.


<소녀의 왕좌>는 중국 본토보다 대만에서 먼저 출시되었는데요. <샤이닝니키>가 그러했듯 중국 본토의 판호를 기다리며 대만에 먼저 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중화권이라 로컬라이즈가 용이하다는 점 및 여성향 게임과 일본풍 서브컬처 콘텐츠의 친화도가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대만 선행 출시 사례는 더 늘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아울러 중화권 게임은 최근 중국어 사용이 가능한 동남아시아권 진출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쪽은 좀 더 추이를 지켜본 후 현황 등을 공유 드릴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제가 감히 총평을 내리자면, 2020년의 여성향 게임 시장은 지역 관계없이 다소 정체된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큰 성공을 거둔 타이틀도 있었지만, 출시된 작품이나 신작 발표수는 예년보다 약해진 느낌이라 당장 2021년에 기대작이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아쉬움이 남네요.

여성향 게임은 어느 나라든 단순히 인기 있는 게임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유저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장 먼저 필요한 분야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2021년에도 여성향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전달드리려 합니다.

아무쪼록 2021년도 많은 유저들의 일상을 빛내줄 여성향 게임들이 등장하길 기대하며,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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