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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Nov 13. 2021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 대중성과 게임성의 절묘한 밸런스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캐주얼 게임


요 근래 약 1년 동안,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향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2020년 출시된 “프로젝트 메이크오버(Project Makeover)”라는 퍼즐 게임인데요. 


“마니아 성향이 강한 여성향 게임 (Design for woman)” 과, “게임이나 서브컬처에 크게 흥미가 없는 일반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라이트한 여성향 게임 (Not just design for woman)” 사이의 밸런스가 매우 좋은 게임입니다. 


다양한 언어로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늘 스토어 매출 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다운로드 수는 1억이 넘었고, 한국에서도 100만 다운로드를 넘겼으며 일본에서도 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요. 제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다소 서구적인 비주얼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많은 분들이 즐겁게 플레이하실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향후 여성향 게임이 한 단계 더 점프하기 위해서는 게임 인구의 확장, 즉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가지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게임은 대중성을 잡으면서도 지나치게 가볍지 않고, 스토리나 수집 요소 등 게임 자체의 즐길 거리도 풍부하여 플레이하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에 평소 제가 다루는 게임들과 다소 다른 타입의 게임이지만 이렇게 소개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메이크오버”란 어떤 게임?

게임 자체는 흔히 볼 수 있는 캔디 크러쉬 류의 match 3 방식의 퍼즐 게임인데요. 이런 류의 퍼즐 게임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중독성이 높은 건 다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베이식한 match 3 게임에 육성 요소와 스토리를 입힌 형태입니다. 


메인 요소 (퍼즐, 리듬게임, RPG 요소 등) + 육성과 수집 + 스토리의 구성 형태는 여성향 게임을 비롯한 여타 게임들에서도 친숙한 형태죠. 그런데 이 중에서도 육성 및 수집 부분이 그야말로 웰메이드입니다.


플레이어는 Project Makeover라는 TV 프로그램의 새 디렉터로, 사연이 있는 의뢰인들의 외양, 패션, 라이프 스타일을 변신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퍼즐 게임을 플레이해서 코인을 모으고, 모아진 코인은 등장인물들의 변신에 소비할 수 있습니다.

의뢰인들의 변신을 진행함과 동시에, 문제를 일으켜 해고된 프로그램의 전 디렉터의 훼방극 등 주변 인물과의 스토리 모드, 자신의 아바타와 룸 커스터마이징 (일부 소셜 기능 포함) 등 서브 기능도 충실합니다.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게임 사이클


먼저 이 게임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등장인물을 변신시키는 “메이크오버” 과정을 살펴볼까요.


바빠서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는 육아맘, 음침한 오타쿠 같은 식물학자, 섬에서 조난을 당한 조기 은퇴자 등등… 플레이어에게 변신을 의뢰한 등장인물들은 제각각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답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바뀌어나가는 의뢰인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비포 & 애프터

이 재미를 뒷받침하는 것은 수려한 비주얼입니다. 물론 캐릭터 비주얼의 조형은 취향 차이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인테리어나 패션 아이템 등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리얼함이 마치 잘 꾸며진 인스타그램이라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센스를 배우고 싶을 정도로요. 


또한 게임의 콘셉트에 충실하게, 의뢰인들의 변신이 필요한 부분마다 유저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도록 선택지가 주어지므로 같은 인물이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캐릭터, 다른 느낌

게임의 머니타이즈 요소는 별다른 건 없고 퍼즐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포트 아이템이나, 턴 수 추가, 체력 회복 등 스테이지 클리어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들이 메인입니다. match 3 류 퍼즐 게임에서도 캐릭터를 내세워 가챠로 매출을 확보하는 게임들이 많지만, “프로젝트 메이크오버”에서는 그런 요소는 일절 없습니다.


가챠나 랭킹 이벤트 등 과금을 부추기는 요소는 없지만, 코인의 수요와 획득 난이도의 (=퍼즐 스테이지 자체의 난이도가 꽤 높은 편입니다) 밸런싱을 통해 과금으로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한창 변신을 진행시키는 중이라 코인 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때 같은 스테이지를 몇 번이고 실패하다 보면 스트레스 수치가 솟구치고 자연스럽게 돈으로 해결하고 싶게 되더라고요.


대중성과 매니악의 밸런스

개인적으로 느낀 이 게임의 인기 요소, 그리고 여타 여성향 게임에서도 응용할 수 있을 법한 부분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대중성과 여성이 선호하는 요소들의 절묘한 밸런스

보통 캐주얼한 퍼즐 게임의 이러한 수집 요소는 어디까지나 구색 맞추기 정도로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서는 과감하게 메인 요소로 끌어왔습니다.

TV 리얼리티 쇼라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소재, 누군가를 변신시킨다는 조금은 설레는 상황, 현실에서도 응용 가능할 법한 눈이 즐거운 비주얼로 빚어낸 수집 요소의 높은 퀄리티가, 메인 시스템인 퍼즐을 그저 코인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킵니다. 


물론 퍼즐 게임의 꼼꼼한 그래픽이나 연출의 디테일도 이 게임의 일관적인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또한 게임 전체의 완성도에 기여합니다.

스테이지 클리어 후에 나오는 패션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2. 선택지로 고민은 줄이고 결과물의 퀄리티는 보장하게끔

일반적인 인테리어나 코디 게임에서는 보통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이 곧 과금과 연결되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템 수가 주어집니다. 그에 따라 선택지가 무한에 가깝게 주어지지요. 이런 게임은 이런 게임대로 꾸미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귀차니즘이나 센스의 문제로 인해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게임에서는 아이템 당 기본 세 개의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유저가 자신의 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요소는 존재하지만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으로 만들어서 그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어느 정도 통일된 콘셉트의 틀 안에서 선택지가 주어지기 때문에 금손이건 똥손이건 완성된 결과물의 실패 가능성도 거의 없죠. (최근의 캐주얼 게임에는 이런 형태가 많아진 것 같아요) 


주어진 선택지들 안에서 자신의 센스대로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습니다.


3. 랜덤 아이템이나 자원 투입식 이벤트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

먼저 말씀드렸듯이 캐릭터나 아이템 뽑기, 시간이나 돈 등 비용 투자가 큰 필요한 랭킹 이벤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유저 리뷰 중에서는 코인 소모와 스테이지 난이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내심만 있다면 과금을 하지 않더라도 뒤처지는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가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들이 많아지는 와중,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철저하게 추구함으로써 가챠 없이도 매출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과하지 않은 소셜 기능과 계속적인 신규 콘텐츠의 업데이트, 정기적인 버프 부여 등 게임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부가적인 요소들도 골고루 갖추어져 있어, 게임을 계속하게끔 동기를 부여해줍니다.


마무리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는 회사는 MAGIC TAVERN이라는 중국계 회사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글로벌 서비스를 전제로 만드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서구권에서 히트하기에는 쉽지 않은데요. 라이즈 오브 킹덤의 Lilith, 로드 온라인의 IGG 등 서구권에서도 인기를 끄는 게임을 고정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중국 회사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서구식의 비주얼뿐만이 아니라, 유저들의 취향이나 게임 자체의 재미 등 다각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라 생각하는데, 그 노하우나 개발 환경이 부럽기도 하고요. 


한편, 미국이나 유럽에서 성공한 타이틀을 보면 의외로 아시아권에서도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은데요, 이를 보면 사람들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만국 공통이라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결국은 제품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는 흔해빠진 결론이 되긴 했지만, “프로젝트 메이크오버”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어떤 것을 좋아할까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이를 게임 안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근년 캐주얼 게임 시장이 대두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선호할 법한 소재의 게임을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캐주얼 게임이라는 특성상, 메이크업이나 꾸미기 등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소재들에 가벼운 게임성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여성도 하나의 유저 층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고 그에 따른 연구 개발도 확대된다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게임 시장 자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미지 출처 :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공식 인스타그램 / 게임 내 직접 캡처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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