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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Sep 24. 2022

데뷔 11년 차 1세대 2D 아이돌 콘서트에 다녀왔다

1. 지난주, 친구 따라 데뷔 11년 차 1세대 2D 아이돌 콘서트에 다녀왔다.

정확히는「노래하는 왕자님 (이하 우타프리로 표기)」 시리즈의 최신 극장판을 보고 왔다. (일본어 정식 타이틀은「劇場版 うたの☆プリンスさまっ♪マジLOVEスターリッシュツアーズ (극장판 노래하는 왕자님 진심 LOVE 스타리쉬 투어즈, 이하 스타리쉬 투어즈로 표기)」)

총 관객수 118만 명, 흥행 수입 18억 엔이라는 이례적인 대기록을 세웠던 지난 극장판 「劇場版 うたの☆プリンスさまっ♪ マジLOVEキングダム」(극장판 노래하는 왕자님 진심 LOVE 킹덤 투어즈, 이하 전작으로 표기)로 부터 3년 만의 신작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전작 이후 팬데믹으로 영화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지만, 이 시국에서도 현재까지 스타리쉬 투어즈의 실적은 개봉 18일 동안 관객 수 37만 명 (9/19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듯하다.

- 참고기사 : https://news.yahoo.co.jp/articles/eced7f16b9027b02f095e08324e68815a67d8338

2.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재밌었다!! 우선 나는 오랜 시간 여성향 잡덕이었고, 우타프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은 소비는 하지 않는 라이트 유저에 속한다. (여성향 콘텐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선구자적인 작품이니만큼, 첫 PSP판부터 플레이해왔고 지금도 늘 관심을 갖고 있는 타이틀이긴 하지만)
그런 나 같은 라이트 층이 봐도 알차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더라도 영상과 사운드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되지만, 캐릭터의 이름과 기본적인 설정을 알고 있으면 한층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일 것이다.

3. 자세한 감상을 논하기 전에, 극장판 우타프리는 어떤 작품인가를 가볍게 짚고 넘어가자.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극장에서 보는 2D 아이돌의 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스크린 속의 캐릭터들은 상영 시간 내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중간중간 멘트는 물론, 팬 서비스도 아낌없이 해준다. 극장을 찾은 팬들 또한 실제 콘서트를 보러 온 것처럼 응원 아이템을 갖추고, 관람 도중 캐릭터의 상징 컬러에 맞춘 응원봉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는 등 적극적으로 응원을 한다. 현재 일본은 코로나 감염 방지책으로 극장 내 함성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 시국 이전에 개봉했던 전작은 응원하는 팬들의 외침 소리도 엄청났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았던「킹 오브 프리즘」응원 상영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전작이 우타프리 시리즈에 등장하는 전 캐릭터의 합동 콘서트였다면, 이번에는 우타프리 시리즈의 초대 아이돌 「스타리쉬(ST★RISH)」의 단독 콘서트라 할 수 있다.


4. ※여기서부터는 개인의 감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봐주시길

단콘이니 만큼 등장인물이 전작의 18명에서 7명으로 압축되었는데, 그 덕분에 캐릭터 한 명 한 명에 보다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등장하는 그룹도 하나라, 보다 일관성 있는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아이돌 장르다 보니 그룹 자체가 갖고 있는 곡들도 많은데, 이번에는 멤버 개개인의 솔로곡을 중심으로, 대부분이 신곡으로 채워져 있다. 오프닝 후에는 캐릭터가 돌아가며 세계 각국의 콘셉트를 모티브로 삼은 솔로 무대를 갖는데, 개인적인 취향은 마사토의 스노 돔 콘셉트와, 토키야의 브로드웨이 콘셉트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https://twitter.com/utapriMAJILOVE/status/1570351847956795398

https://twitter.com/utapriMAJILOVE/status/1569627069247545344

무대들의 영상미가 뛰어난데, 2D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세트 하나하나, 연출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게 보였고, 코레오도 곡에 맞는 안무가 적절하게 짜였다고 느꼈다. 투어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게, 장르를 넘나들며 세계 각지의 모티브를 활용하기 때문에, 무대마다 변화가 커서 긴장감과 집중력이 계속 유지가 되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 요소가 아닐까 한다. (소소한 킬포가 많았었는데, 나노로 쪼개 보면 더 재밌겠다고 생각했음. 한정적인 공식 떡밥으로만 묶어두기엔 아까운 느낌) 
 

 내용은 캐릭터들의 솔로 무대 - 유닛 무대 - 단체 무대 (엔딩) - 앵콜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서히 분위기를 달구어 가는 기승전결 구조가 일품인데 곡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캐릭터들의 멘트나 팬들이 마련한 이벤트도 비교적 짧고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텐션이 늘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앵콜 때 멤버들의 감동 멘트부터 2011년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공개되었던 스타리쉬의 데뷔곡 격인 진심 LOVE 1000%를 부르는 구간은 팬들에게는 큰 감동 포인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옆 자리에 앉으셨던 분은 앵콜 때 우셨음…) 
 
https://twitter.com/utapriMAJILOVE/status/1573250832971202562

작품 내용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유일하게 별로였던 부분은 유닛 무대 이후의 멘트였다. 유닛 무대에서는「사무라이즘」이라는 일본풍의 곡이 등장하는데, 이런 버라이어티 한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일본 스타일이지만, 곡이나 안무, 무대 세트 등은 크게 거부감 없었고 오히려 개성적이지만 담백하게 잘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 걸… 무대 후의 멘트에서 그 생각은 박살이 나고 마는데…
가뜩이나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서 곡 설명을 억지로 길게 늘인 것 같은 재미없는 멘트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주는데, 그 내용도 일본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은한 일뽕 그 잡채였던 것이다. 잘 나가다 절정 입구에서 갑자기 찬물 끼얹은 느낌이라 정말 별로였다. 개인적으로는 전체에서 유일하게 텐션 떨어지는 부분. (왜 콘셉트는 월드와이드 하게 잡아놓고 그놈의 일본 찬양 뇌절을 못 버리는지…?) 
 

그리고 라이브 현장이라 가능한 체험면에서도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언급했듯, 극장에서의 함성이 금지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의 일체감과 카타르시스 체험이 전작 대비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전작에서는 옆에서 소리를 질러주는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덩달아 머리 풀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이, 이번에는 묵묵히 각자 장면에 맞춰 응원봉의 라이트 색상을 바꿔주고 흔드는 개인전이 되었기 때문. 물론 그 덕분에 영상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코시국용 셰이커 같은걸 공식 굿즈로 함께 팔았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국에서도 라이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을 극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일 듯. 

공식 라이트 스틱. 매 이벤트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온다.

관람객들의 생생한 응원까지는 아니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상 내의 팬들이 열심히 소리를 질러주는 점은 그래도 위안이 된다. 음향이 빵빵한 극장에서 본다면, 공연장의 심장이 울리는 느낌을 일부나마 받을 수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어차피 음원은 따로 판매하니까, 라이브 감을 좀 더 주기 위해 더빙 시에 애드립이나 추임새를 조금만 더 넣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의외로 연출 상 느껴지는 3D와의 갭은 별로 없었다. 물론 캐릭터가 하늘을 나는 등 2D라서 가능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어쩌면 3D 콘서트에서도 가능할 것 같은데?‘ 싶은 연출들이 많았다. (최신 장비들부터, 프로젝션 매핑이나 AR, 드론 같은 다양한 기술들이 동원되어야 하니 쉽지만은 않겠지만, 며칠 전 아이유의 콘서트를 보면 더욱 현실성이 느껴진다) 이런 연출들을 3D의 공연 기술의 발전으로 봐야 할지, 2D임에도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리얼함을 남기기 위한 계산으로 봐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돌계가 차원을 넘어 서로 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 일본 영화 신에서 애니메이션 같은 서브컬처계 콘텐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는 반복 관람이 기본 전제가 되어가고 있다. 반복 관람을 통한 관객 동원수 기록을 달성해내는 것이 팬덤 안에서는 하나의 목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우타프리도 예외가 아니라 전작의 기록을 세우는 대도 크게 기여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개봉 주차에 따라 바뀌는 특전, 영상 일부(앵콜 멘트 등)의 차별화 등으로, 팬들의 n회차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장 체험이 다소 약해짐에 따라, 소위 말하는 오프 뽕 버프는 전작에 비해 떨어질 거라 생각되기도 하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주 차 입장 특전인 테이프. 공연 중 등장하는 아이템을 현실 특전으로 주는 등, 2D와 3D의 경계선을 넘나들게 해 준다.


6. 2D 아이돌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어딘가 현실감이 있는, 2D에서의 체험과 3D에서의 체험의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타프리는 매번 콘텐츠와 유저의 행동이나 감정을 끌어내는 설계면에서 밸런스가 절묘하다. 왠지 이 순간에도 스타리쉬 멤버들이 어디에선가 투어를 돌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11년 넘게 업계 탑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ㅎㅎ)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2D 오프를 뛴(?) 감상으로, 덕질 대상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차원은 장벽이 될 수 없으며, 새삼스럽지만 아이돌이란 존재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라 것이라 느꼈다.


여담이지만, 우타프리의 스마트폰 리듬게임 샤이닝 라이브가 5주년이랜다. 상영 전 광고 보고 기겁했네.
뭐야… 내 5년 돌려줘요…


- 공식 사이트 : http://starishtours.utapri-movie.com/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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