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아홉 시 반. 아들은 내 소매를 쥐고주무시고 있다. 우리의 맞닿은 살은 일종의 부비트랩이다.
"내가 잔다고, 나 혼자 두고 나가기만 해 봐어디."
2개월
8개월
섬세하고 영특한 진상. 한두 달 전에는 그래도 '육퇴'하고 티브이도 보고 씻기도 하고 남편이랑 게임도 했었는데. 요즘은 아드님께서 그마저도 허락하지를 않으셔서 잠들어도 곁에 있다. 천장을 보고 나란히 누워있는데, 이제는 제법 사람같은 느낌이 든다. 요 근래 들어서 새롭게 생겨난 존재감이다. 그새 또 조금 더 컸구나 싶은 뿌듯함과 함께 후둑후둑 텅텅하고 빗소리가 들린다. 이전 집주인이 샷시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 놓고 갔다더니, 그게 빈말이 아니었는지 요근래 빗소리 한 번을 못 들었다. 나는 빗소리를 참 좋아하는데. 오늘은 도대체 얼마나 센 비가 오길래 들리는 걸까.
한동안은 이런 패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자려면 혼자 잘 자면 되지 왜 곁에 사람을 두려고 할까. 숨소리도 죽이고 살금살금 나가도 5분 안에 알아채는 귀신같은 센서는 누가 달아줬나. 나도 티비도 보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남편이 사다 준 아몬드봉봉봉도 먹고 싶은데. 얘는 내가 이 빈방에서 멍을 때려야만 잠이 오나.
그렇게 짜증이 먼지 내려앉듯이 켜켜이 쌓여갈 즈음이었다. 어느 밤엔가 어김없이 쏟아지는 잠투정을 받아낸 뒤, 소중하게 내려놓고 나는 곁에 누웠다. 가슴께를 얕게 토닥토닥하고 있었는데, "이히히" 하는 소리가 났다. 뭐지? 싶었는데 다시 "으헤". 아이가 소리를 내며 입을 주욱 벌리고 웃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를 재우러 들어가는 길이 덜 무거웠던 것이.
여린 수면등만이 켜진 채 빗소리로가득 찬 작은방에 아들과 나란히 대자로 누워있는 이 시간. 몽글몽글한 공기가 떠다니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