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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Oct 04. 2022

22년 10월 3일



22/10/03




오래간만에 일기. 그간 사무실 정리로 꽤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무래도 출국 전 어느 정도 정리를 해두고 가야 이내 속이 편하겠다는 자의식 때문인지 시간의 틈을 벌려서라도 작업들을 마무리했다. 사실 그 외에도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꽤나 있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안타까운 현실. 그래도 일단 출국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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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가을이 다가오기에 앞서 세차게 비가 내렸다. 오늘도 느꼈지만 비를 향한 나의 감정은 꽤나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물론 물리적으로 불편한 점은 여전히 많지만,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혹은 애틋함이 뭉근하게 피어올라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번 주 내내 흐릴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내가 떠난 뒤에 서야 깊은 가을이 세상에 내려앉을 듯하다. 올해 서울의 가을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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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빠와 크게 다퉜다. 어느 정도 예고가 되긴 했지만 이렇게 큰 다툼은 난생 태어나 처음이라 회고의 기록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글쎄 그에게 억하심정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마도 그간 쌓여있던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한데 모여 폭발적으로 분출된 것 같다. 가끔은 공약이 불가능한 세계를 서로에게 요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쉽게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그저 인정하고 살아가야 한다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내 나는 그를 포기하지 못한 듯하다. 어찌 보면 애석한 일이지만 이 또한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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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친구와 사업 얘기를 자주 나눈다. 여기서 말하는 사업 얘기란 일종의 인생 이야기와도 같은 것인데 그 주제는 아마도 ‘도전적인 삶’ 일 것이다.


 나도 퇴사를 하고, 독립을 선언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질문을 받았다. 다양한 질문인 듯 하지만 사실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였는데 그것이 바로 어떻게 사업할 생각을 했느냐는 이야기였다. 글쎄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다. 무식해서 용감한 것?


 누군가는 경제적 소득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사업을 착수하기도 한다. 나는 아마도 후자에 가까운 사례일 것이다. 나는 주체적인 삶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수동적인 삶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품고 있는 의미를 표현하고, 실현하는데서 큰 성취를 느끼기 때문에 수동적이기보단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게 때론 나를 지치게 하고, 때론 다치게도 하지만 그건 삶을 운영하며 피치 못하게 겪어야 하는 상처의 일환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큰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 그저 조금 더 풍부하게 표현하고, 성취할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견뎌낼 수 있다.


 꽤나 정적인 나는 도전적인 삶으로부터 활력을 얻곤 한다. 비로소 내가 살아 있다 느끼고, 거기서 자긍심을 얻는다. 물론 자영업의 특성상 일시적으로 사회적인 지위가  낮을 때도, 경제적으로도 매우 열악할 때도 더러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으려고 한다. 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선택에 대한 후회가 일 것이고, 내 결정에 따라붙어줘야 할 동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있다가도 없는 게 지위이고 돈이기 때문에 그것만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나 성공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건 내가 특별한 사람이기에 품는 결의가 아님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친구와 늘 하는 얘기는 우리는 잘될 거란 이야기다. 그것이 일종의 주문이자 소망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의 미래가 꽤 선명하게 보인다. 그것이 우리가 능력 있고,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우리는 선한 마음을 품고 있고, 무식한 덕택에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가늠과 믿음 덕분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빛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동력과 활력을 잃지 않고 정진하려고 한다.



열심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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