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2
산행 3시간 30분, 운전 3시간의 혹사스러운 일정이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라 입을 꾹 닫고 견뎌냈다. 그래도 엄마가 흡족해하셔서 천만다행이다. 특히 마지막 숙소의 경의로움은 내 기억 속에서도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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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받은 와인집에 들러 바틀 2병을 구매했다. 한 병은 숙소에 돌아와 엄마와 함께 마셨다. 엄마는 술을 못하시기 때문에 두 잔만 마셨고, 나머지는 내가 야금야금 다 마셨다. 그래서 지금은 꽤나 기분이 좋은 상태.
오래간만에 취한 밤이다. 최근 발매한 The 1975의 All I need to hear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를 모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도, 나 홀로 삶을 꾸려 나아가기 위해 큰 결단을 했다는 것도 꽤나 큰 행복으로 밀려온다. 아, 그래도 나 꽤 괜찮게 살았던 것 같다. 딱 지금처럼만, 지금처럼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별 탈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 조금의 욕심만 보태자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꼭 지켜내며 살고 싶다. 우리 부모님도, 우리 누나도, 내 친구들도. 건강한 사랑, 행복한 나날을 함께 그려가며 그럭저럭 괜찮은, 후회 없는 삶을 일궈 나아가고 싶다. 이 바람은 온전한 내 의지로 빚어지겠지. 나 좀 더 열심히 살아야지. 악착같지 않더라도, 조금 더 빛나는 삶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지. 더 건강한 사랑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거듭나야지. 더 잘할 거야.
애틋해지는 밤이다. 나와 함께 인연을 빚어냈던 모든 이가 떠오르는 오늘이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비록 나와 이어진 실이 끊어진 사람들이더라도, 그들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고 멋진 삶을 일궈 나아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