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그린 Nov 12. 2024

내가 결국 못 하고 끝난 일은 무엇?

요시타케 신스케의 "결국 못하고 끝난 일"을 읽고


스물아홉 쯤에 난생처음 헬스장에 등록했다.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리모델링을 마친 사우나 시설 덕분에 나이 든 여자 손님들이 많은 곳이었다. 입시학원에 출근하기 전에 가야 해서 나는 오전 11시쯤에 갔는데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한 시간이었다. 헬스장 직원은 키가 작고 다부진 30대 남자였다. 어느 날 그가 휴대폰 바탕 화면에 있는 여자친구를 보여주었는데  아주 예뻤고 어려 보였다. 내가 한가한 시간에 오는 젊은 여자여서 그랬는지, 그는 나에게 열심히 운동을 가르쳐 주었다. 따로 피티 비용을 내지도 않았는데, 차근차근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고 옆에서 동작 횟수를 세주었다.


엎드린 자세에서 상체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는 기구 운동을 할 때 '척추기립근'위 존재를 처음 알았다. 헬스장 직원이 말했다.

"광고에 전지현 나오는 거 봤죠? 등근육이 쫙 살아 있잖아! 이게 딱 잡혀야 멋지거든!"

전지현처럼 멋져질 수야 없겠지만 근육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척추기립근과 복근이 눈에 보이는 몸이 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싶었다. 남자친구를 만나서 선언했다.

"복근을 만들 거야. 복근을 만들면 행복해지겠지?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그 정도뿐이야." 남자친구가 나를 응원하며 멋있다고 말했다. 복근을 만들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며 내가 결혼을 원하게 되고 남자친구에게 매달리는 날들이 길어지자 그는 말했다.

"너 예전에 헬스 다닐 때 멋있었는데."

그래도 다시 운동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픈 건 아이고, 속상한 건 나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