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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Aug 02. 2023

셀프코칭. 성취지향적인 사람

'성취지향'이 피로가 아닌 강점이 될 수 있도록


"기쁜 일이잖아. 즐겁게 하면 좋겠어."

우리 남편은 목소리가 꽤 진지(?)한 편이라, 별 것 아닌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대화는 진짜로 좀 진지했다. 


맞다. 기쁜 일이다. 내 이름으로 쓴 책이 나왔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 책을 사주고, 잘 읽었다고 리뷰를 써주고, 지인들한테 엄지척 문자가 오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책을 가지고 강연을 하고, 커뮤니티에 연재가 되고... 다 너무 좋은 일인데, 그 좋은 일을 '그저 즐기는 게' 나는 왜 안되는 것일까!


'첫 책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스스로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타이르고, 또 타이르지만, 첫 책이니까 더 멋모르고 기대하고, 멋모르고 우왕좌왕 하는 거지 싶기도 하다. 책이 나오기 전에 SNS에 미리미리 밑밥을 잘 깔아두어야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나는, 책이 나온 직후부터에서야 이웃이 다 떠난 블로그에 1일 1포를 하네, 평소 들여다보지도 않던 인스타를 하네, 인터넷 서점에서 순위를 찾네, 서평단을 꾸리네 어쩌네 하면서 하루종일 휴대폰을 쳐다보느라 눈이 벌게져 있었다. 


일이란 게 어쩜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는지, 책이 나온 직후 회사는 마침 새로운 CEO가 오면서 기존에 팀에서 해왔던 일들을 다 정비하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풍파에 대비해 새로운 커리어 플랜을 짜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우리집 초2는 방학을 맞이했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더운지. 근데 하나하나 보면 또 다 좋은 일이다. 새로운 커리어도 설레는 변화고, 방학이란 건 이름만으로도 즐거운 것이니. 여름에만 할 수 있는 계곡 캠핑, 매미잡이, 시골 친구집 여행도 분명 즐거운 마음으로 계획한 일들이다.  


하지만 막상, 움직이기만 해도 기력이 딸리고 머릿속에는 해야할 일이 가득가득하니, 주말내내 웃음기 싹 빼고 분주하기만 한 내게 남편이 보다못해 던진 말이었다. 기쁜 일들인데, 왜 기쁘게 하지 못하냐고. 그렇게 힘들면 그냥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냥 하지 않는 것'에 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나는 쉽게 그만두지도 못한다. 


이런 천성을 완벽주의자, 혹은 스스로를 들들볶는 자기학대(self harrasment)로 정의하려니 영 마음이 안좋았는데, 언젠가 이것이 내 '강점'이라는 설명을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아 이 책을 찾아 뒤져봤다. 


4년 전에 사두었던 <강점 혁명> 책

책을 사기 전에 아마도 갤럽의 강점 진단을 약식으로 받았던 듯 하다. 내 가장 상위 다섯개의 재능이 나와있고, 그것에 대한 해석과 어떻게 재능을 강점으로 개발할 것인지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는 종이가 함께 있었다.


갤럽 강점 진단은 MBTI같은 성격 검사나 TCI 같은 기질검사와는 조금 다른데, 34가지 테마 중에서 내가 가장 잘 하는 영역(재능) 5가지 테마를 먼저 발견하고, 그 테마 안에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점을 진단한 뒤, 재능을 강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진단이다. 그저 나를 잘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지 팁은 준다는 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신기하게도 4년 전 진단 결과와, 지금 내가 일과 삶에서 나름대로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이 거의 100% 일치했다. 나의 상위 재능은 - 커뮤니케이션, 성취, 사교성, 화합, 책임 테마. 그 중에서 기쁜 일을 기쁘게만 하지 못하는 나란 사람을 설명해주는 테마는 바로 '성취(achiever)테마'였다.



<강점 혁명> 책에 나오는 '성취 테마'에 대한 설명


4년 전 받았던 강점 진단 결과지
당신의 내면에는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이 있습니다. 이 불꽃은 당신이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자극합니다. 목표가 하나씩 성취될 때마다 이 불꽃은 잠시 수그러듭니다. 하지만 금방 다시 타올라, 다음 그리고 그 다음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도록 당신을 밀어붙입니다. 
성취를 향한 당신의 끝없는 욕망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뚜렷한 방향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런 욕망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하리란 것입니다. 그러기에 성취 테마를 가진 당신은 끊임없이 속삭여대는 불만족의 느낌과 항상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갤럽 강점 코칭 - '성취(achiever)테마' 해석 중


아.. 진짜 피곤한 성격이다. ㅎㅎㅎ 끊임없이 속삭여대는 불만족의 느낌..! (왠지 징그럽)

분명히 기쁜 일이고 즐거워야 하는데도 스스로를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밀어넣고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그냥 그것이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고, 성격이자, 심지어 재능이라니. 그렇다면 그냥 나는 그런 인간이려니 하고 계속 괴로워야 하는가.



성취라는 재능을 어떻게 강점으로 발전시켜야 하는가



이 테마는 지치지 않고 장시간 일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도전에 임할 수 있게 하는 추진력을 줍니다. 그리고 당신으로 하여금 팀이 업무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 수준을 올리도록 자극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성취 테마는 당신을 계속 전진하게 해주는 테마입니다. 



추진력이 내가 가진 에너지고, 계속 전진하는 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면, 좋다. 계속 전진하되, 어떤 속도로, 어떻게 전진할 것인가의 문제다.


일단은 프레임을 조금 바꾼 것만으로도 오늘은 성공이다. 남편의 진지(?) 덕분에 '할 게 너무 많아서 죽을 것 같아' 라는 생각에서 '맞아, 기쁜 일이었지'로 바꾸니 에너지가 조금 올라갔고, '난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인생이 피곤하지' 에서 '이것이 내 강점이니, 잘 써먹어 보자'로 바꿔보니 에너지가 더 생겼다. 전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으니 당분간은 조금은 할만 할 것 같다. 기쁜 일들은 일단 충분히 기뻐하고, 이왕 계획한 일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좀 넘어가고,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도전에 마음껏 설레고. 그렇게만 보내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여름이니까.  (벌써 책 나온지 3주.. 남은 방학 3주..  또 마음이 급해진다. 안돼안돼...!)


좌우지간 끊임없이 속삭여대는 불만족과 함께 살아갈 운명인 나로서는, 주변에 정신차리게 도와줄 사람과, 도움이 되는 도구가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혹시 비슷한 류의 스트레스를 받고 사시는 분이 있다면... 같은 achiever로써 응원을 전합니다. :)


#갤럽#강점진단#강점코칭

#성취테마#추진력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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