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때부터 지금까지 선배들이 조언이라고 해줄 때면 꼭 하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하세요
그 이후에도 누구를 만나던 다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얘기를 저에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입사 8년 차 까지는 그 말이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항상 불안했던 저는 그저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었기에 영어를 손에서 놓치는 않았습니다만, 영어로 제 인생에 특별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긴 방황을 하였습니다. 회사라는 곳이 제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미생의 장백기 캐릭터가 딱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분명 능력이 넘치는 신입사원인데 아무도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몰래 유학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정말 멋지게 사표를 써주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때는 직장을 다니며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3시간 이상 자면 안 된다고 하였고,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곧 사표를 멋지게 던질 것이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이었던 추천서를 받기 위해 만나 뵈었던 교수님들께서는 다 한 목소리로 이렇게 질문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네가 얻고 싶은 게 뭐야?
지금까지 회사를 관둬야겠다고만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 이후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질문에 답을 얻어야 자기소개도 쓸 수 있기에 그때부터 그 고민을 시작했던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유학 준비 기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어 원서 제출을 앞두고 유학을 포기했습니다. 단지 회사가 싫다는 이유로 유학길에 오른다 한들 공부를 하며 괴로웠던 학부 시간을 돌이켜 보니 유학을 가서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비록 유학 준비를 했던 저의 에너지, 시간은 헛되였을 수 있지만, 그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 곳은 보지 않고 회사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고, 고급 어휘들을 많이 접하여 어휘력과 독해력은 그 후에 영어 공부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후는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영어 회화 스터디에 참석을 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마음이 잘 맞는 분들을 만나서 오랜 기간 일주일 한번 약 2시간 영어로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리더를 맡고 있던 미국분이 미국으로 귀국을 하며 스터디는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시작한 것은 원서 스터디였습니다. 특히 팀장님께서 "나는 되도록 영어가 원서인 책은 영어로 읽으려 해"라고 하신 것이 매우 멋지다고 생각하여, 저도 웬만해서는 영어가 원서인 책은 영어로 읽으려 노력을 했지만, 혼자 읽으려니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책 스터디를 알아보았고 인터넷에서도 스터디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권 원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오히려 임신 기간에는 원서로 태교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두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기억력이 감퇴하여 국어 단어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영어도 유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시험운이 좋았던 저는 입사 준비 때 봤던 토익 스피킹을 레벨 8을 받았었습니다. 그 정도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받은 점수로 사람들은 저를 "영어 잘하는 애"라는 호칭으로 불렀고, 한번 생긴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아 지금까지도 "영어 잘하는 애"로 불려 왔습니다. 게다가 꾸준히 했던 영어로 그럭저럭 그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타이틀을 유지했기에 팀 내 영어 보고서 작성 및 영어 회의 시 통역 같은 역할도 제가 맡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본부 내 미국 주재원 공고가 나왔을 때 바로 실장님께서 저에게 얘기했습니다.
이건 너를 위한 자리네
사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지금까지 선배들이 "영어 공부 열심히 해"라고 했던 조언들이 머리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러고 "순간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더니 나에게 기회가 오는구나" 하는 어쩌면 진부하지만 진리와도 같았던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꿈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진부하지만 후배들에게 얘기합니다.
영어는 쉬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