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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Oct 19. 2021

9. 아이들은 10년 후 지금을 어떻게 기억할까

나의 선택은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을까?

출국 날짜가 결정되고 저의 다음 고민은 

"아이들은 언제 데리고 갈까?"


주재원을 다녀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으니, 대부분 1달에서 2달 현지에 먼저 가서 집도 구하고, 현지 생활과 일도 적응을 하신다고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특히 집은 한번 구하면 오래 살아야 하니 신중하게 고르라고 얘기해주셨습니다. 부모님께서 흔쾌히 몇 달은 저의 육아를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도와주시겠다고 하셨기에 저도 처음에는 1달 정도 먼저 갈 생각이었습니다. 주중에는 아이들이 기존에 다니던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고, 주말에는 남편이 아이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주중 하원 후에만 애들을 봐주시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지금까지 제가 주양육자로 아이들을 봐왔고, 출장 가는 것을 제외하고 아이들과 떨어져 본 적이 없던 저였기에 도저히 혼자 떠날 자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 달 후 부모님께서 장난꾸러기 둘을 데리고 미국에 오셔야 하는 것도 깜깜했습니다. 그래서 출발 2주를 남겨 놓고 다 같이 떠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기 전 가장 큰 실수는 미국의 육아 시장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면 훨씬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실패를 통해 저도 성장하는 거겠지요?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좋았습니다. 저에게는 몇십 년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기에 모든 순간이 소중했습니다. 게다가 보스턴의 봄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매일 같이 푸른 하늘에 맑은 공기 우거진 나무들에 색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는 주변 환경은 저절로 힐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련은 첫날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시차 적응 실패였습니다. 나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서 계획을 했지만, 저의 노력은 몰라 주고 아이들은 1시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환경에 아이들도 들떴는지 소리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한국에서부터 제가 지켜온 동영상을 보여주지 말자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밤새 TV를 보았고 아이들은 기적과 같이 오전 7시면 잠이 들어 오후 5시까지 잠을 잤습니다. 그러나 낮시간에 회사 일도 적응하고, 미국 정착을 위한 활동도 병행하였기에 아이들을 깨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낮에 자고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은 2주 가까이 지속이 되었습니다. 그 후 안정적으로 5시에 일어나서 밤 8-9시에 자는 패턴을 만들려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차가 완전히 적응된 아이들은 한국에 있을 때와 동일하게 7시에 일어나서 밤 11시에 자는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둘째,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은 어렵다. 저에게는 미국이 꿈만 같은 곳이었고, 준비 기간이 바빴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정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애들이 금방 적응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애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말은 안 해도 겁이 많던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고 저를 많이 찾았지만 일이 바쁜 저는 아이들에게 TV를 보여주는 것 말고는 해 줄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적응하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아이들의 적응을 도와줄 마음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놀이터에 가서 놀았습니다. 그때 자주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고, 미국애들은 저희 애들에게 "하이 왓츠 유어 네임?"이라고 물어보기도 하였는데, 그럴 때면 첫째는 도망을 다녔습니다. 혹시 영어가 어려워서 그런 건가 싶어서 일부로 한국 친구들이 많은 곳이 가기도 했는데 한국 친구들과도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좌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한국에 가고 싶어"라고 울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힘들었구나, 언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버거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셋째, 어린이집 구하기. 이 부분이 제가 제일 후회하는 부분인데요. 한국에서 무상 어린이집을 보내던 저는 미국의 어린이집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나 보스턴은 물가가 다른 미국 지역보다 비싸다 보니, 애 둘을 다 어린이집을 보내면 제 월급을 오버하는 상황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미국에 가서 직접 찾겠다고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미국에 오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 와서 주변 한국분들에게 조언도 얻고 인터넷을 찾아보아 몇 군데 어린이집을 리스트 업을 하고 가격, 집과의 거리 그리고 운영 시간을 정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내가 원한 그 어린이집에 빈자리가 있느냐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고민이 깊었고 그 결과 큰 실수를 하게 됩니다. 

최소 20군데에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냈지만, 받아주겠다고 하는 곳은 2군데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그중 조금 먼 곳은 10시부터 2시까지 운영을 했지만 조금 저렴했고, 가까운 곳은 8시부터 5시까지 운영을 했지만 가격이 두배였습니다. 처음에는 돈 생각에 조금 먼 곳에 구경을 갔는데, 매일 이 거리를 등 하원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일요일에 2일/3일/5일 고를 수 있었기에 가까운 곳에 3일을 다니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어린이집에 연락을 하였습니다. 

그것이 4월 초였습니다. 전화와 메일에도 연락이 없던 어린이집에서는 갑자기 프로모션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고 가격이 3일 다니는 것과 5일을 다니는 것이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5일을 다니겠다고 했더니 확인해 보고 연락을 준다고 하곤 연락이 없었고 그렇게 2주가 지나갔습니다. 몇 번 더 메일을 보내고 지칠 4월 말쯤 5월 말부터 다니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프로모션은 2명을 줄 수 없다고 한 명만 프로모션을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때 제가 큰 실수를 합니다. 어린이집 한번 보내는데 2달을 보냈음에도 큰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당시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봐주고 계셔서 엄마와 상의한 후 둘째는 9월부터 보내겠다고 얘기를 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5월 말부터 첫째는 주 5일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였고, 둘째는 9월부터 다니겠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둘째도 프로모션을 해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프로모션 캐파가 있는데 얼마 전에 누가 그만둬서 그 프로모션을 너에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럼 둘째도 지금부터 다녀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또 피를 말리는 2달이 지나갔고, 결국 둘째는 7월에 3일 반으로 등원하기 시작합니다. (5 일반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 후 5 일반으로 언제 옮길 수 있냐는 또 피 말리는 2달을 보내 9월부터 둘째도 5 일반으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른 한국 엄마랑 얘기를 하다 보니, 그 엄마는 오히려 그 어린이집에서 프로모션을 해 줄 테니 다니지 않겠냐고 연락이 와서 다니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니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후 실제 들어가는 데까지 2달이 걸렸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왔을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어린이집에 연락을 하고, 처음부터 첫째도 둘째도 5 일반을 다녔다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고 특히 미국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었습니다. 


넷째, 소아과 등록하기. 미국은 일 년에 한 번 year check up이라고 1년에 한 번씩 정기점진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를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urgent care에서도 해주기 때문에 급한 경우 urgent care에서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첫째 학교 지원할 때에는 urgent care에서 했습니다. (보험이 안돼서 $80) 그런데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lead test (납 검사) 결과를 내라고 하는데, 주변에 연락해 봐도 lead test를 해 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만 4세 전까지는 lead test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 소아과를 알아보기 시작을 했는데 소아과도 거의 10군데는 전화를 했는데 제 보험이 안 되는 곳도 있었고, 아예 새 환자를 안 받아 주는 곳도 많고,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지금 가장 빠른 예약은 1-2개월 후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가장 가까운 소아과에 1개월 이후 예약을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여유 있게 기다려 줍니다. 제가 사정을 얘기했더니 "되면 보내줘"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내년 건강 검진 업데이트할 때 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소아과 등록을 하라고 얘기해 줬다면 좋았겠다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미국에서 아기를 낳은 사람들은 보통 바로 연계가 되어 있기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이것도 지역 특징이라 다른 지역은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새 환자로 등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한번 그 병원 환자로 등록이 되면 그 후로는 언제든 연락을 하면 된다고 하니, 저는 미국 오시는 분들께 꼭 오시자 마자 소아과 등록하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의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아이들과 같이 보내며 일과하고 육아도 하고 미국에 정착을 준비하는 시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꿈꿔왔던 미국이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기억으로 어떤 인생을 만들어 갈지 궁금합니다. 제가 즐거웠던 것처럼 아이들도 이 경험이 즐겁고 행복한 소중한 경험으로 남게 될지? 아니면 그저 힘들기만 한 기억으로 남게 될지? 영어도 한국어도 얻지 못한 실패의 시간이 될지, 두 언어를 완벽히 마스터하는 바이링구얼이 될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험을 하여 훨씬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그저 적응의 어려움에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고 안정적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 될지 궁금합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엄마를 원망할지 고마워할지도요. 


그렇기에 저는 그저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 


하루에 놀이터에서만 3-4시간씩 놀았습니다. 
주말에는 보스턴 시내에도 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갈 수 있다는 하버드 동상) 
하버드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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