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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현 Aug 05. 2020

명분만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

민식이법,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그리고 부동산

명분, 名分

표면상의 이유나 구실(口實)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명분은 전쟁, 정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도 명분이 없어 전쟁에서 패하기도 하고, 정치에선 명분을 이용해 자기 세력을 만들고, 법을 제정한다. 일상에서조차 일을 꾀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명분에 잠식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회는 정당한 명분을 가졌지만 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며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할 위험이 있는 법안이나 정책들을 고민 없이 발의하고 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면 바로 민식이법이다.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누구나 동의하는 명제이며,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다. 따라서 민식이법에 명분은 옳다.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법이 통과된 후 생길 부작용이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그건 그들에게 상관없다. 왜냐하면 명분이 정의로우니까. 그렇게 발의된 민식이법에 의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민식이법을 악용한 공갈이 현실에서 먹히고 있으며 심지어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들이 일부로 차량을 쫓아가 운전자를 위협하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어린이를 보호하는 법이 어린이가 공갈하는 법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민식이법의 위험성과 악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전문가들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정당한 명분을 무기로 휘두르며 반대편 사람들을 이기적인 어른이라고 공격을 가했다. 그리고 법이 시행되자 예상대로 억울한 피해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또 다른 예시는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이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 이 명분도 국민 대부분이 동의하는 명분이며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도 정규직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리고 정당한 명분을 무기로 별 고민 없이 기업의 비정규직 2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했다. 물론 역차별, 신규 일자리 감소, 공정성 문제 등 수많은 부작용이 예상되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정의라고 외치며 반대의견을 묵살했다. 자신들이 올바른 명분이란 깃발을 든 정의의 편이기 때문에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적폐이며 악이어야 했다. 


위 두 사례를 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집값 하락을 이뤄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이 글에서 설명하진 않겠지만 맥락은 같다. 자신들의 정의와 명분을 무기로 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역시 앞선 예시들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번 8/4 공급대책은 같은 민주당 지역구 구청장/시장들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놓는 정책마다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폭등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일관성이 보일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아래의 프로세스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정의로운 명분 -> 명분을 위한 법안과 정책들 ->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무시 -> 선의의 피해자 발생 

     

과거와는 달리 현대사회는 수많은 직종이 있고 그만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어떤 정책이나 법안을 내놓더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히 일반 서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이나 정책을 내놓을 때는 부작용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정의로운 명분을 내세우며 신중함이 결여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명분에만 신경 쓰지 말고 일반 국민들의 삶을 위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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