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디지털교도소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디지털교도소란 성범죄자 및 강력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에서 신상을 공개할 범죄자들을 선정하는 사람은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들이다. 일단 더 글을 쓰기 전 나는 성범죄자 및 강력 범죄자들을 변호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밝힌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 형법은 이들이 저지른 죄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이들의 주장에 공감한다. 특히 나는 조두순이 이번 연도에 출소한다는 사실에 매우 분개했었다. 디지털 교도소의 선한 의도에는 공감하는 바이나 그들이 초래했으며, 앞으로 초래할 문제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거린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 예는 내가 이전의 작성한 '명분만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라는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내가 정의라고 울부짖으며 추진하는 일들이 만드는 문제점과 부작용의 사례는 넘쳐난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며, 사적제재은 범죄 행위이다. 따라서 디지털 교도소는 선한 의도로 시작했으나 엄연히 범죄를 목적으로 개설된 사이트이며 법치주의를 기만하는 곳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보다. 다음은 지난 9월 14일 방통심의위 회의에서 강진숙 위원이 디지털교도소의 전체 차단을 반대하며 한 발언이다 "불법정보에 대해 개별 심의를 진행하면 된다. 사적 심판으로 개인의 희생이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 환기점을 공유해야 한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전체주의 국가인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에서나 들을 수 있던 말을 2020년 한국에서 다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국가행정조직내에서 이런 말이 나올거라는건 더욱 상상하지 못했다. 강진숙 의원의 말이 내포하고 있는 사상이 수백만명의 목숨을 희생시킨 것을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잊은 것인가? 결국 회의 끝에 이들은 사이트 전체 차단 대신 일부 시정 요구라는 결론을 낸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자기들끼리 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며 판결하고 형을 집행한다. 현대사회의 고도화된 과학 기술을 통한 수사를 통해 붙잡은 범죄 피의자들을 최대한 중립적이고 법률에 근거한 판결을 내려도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 하물며 이들이 얼마나 커다란 오판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을까. 이미 이들로 인한 무고한 피해자들이 나왔고 그중 한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를 포함하여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분명 이 사이트에 박제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로 범죄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범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지털교도소는 법치주의를 기만하고 있으며, 억울한 누명으로 박제된 피해자들의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위원들의 발언들과 실제로 이 말이 이뤄진 현실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두려운 감정마저 샘솟는다. 국가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적제재를 허용했다는 생각이 드니 간담이 서늘해진다.
만약 조두순이 출소하는 날, 정의감이 넘치는 한 유튜버가 찾아가 조두순을 폭행하고 공익을 위해 한 행동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분명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국가는 그래선 안된다. 비록 사이트 차단이 보여주기 식이고 그래도 접속할 사람은 우회를 통해 접속하더라도 국가는 원칙을 지킨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