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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L Nov 25. 2022

가을은 정말 독서의 계절일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우리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농경문화의 관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 해 농사를  끝내고 먹거리가 풍성한 가을이야말로 공부(독서)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는 뜻의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고사성어도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가을이 독서의 계절로 꼽히는 이유는 날씨의 덕이 크다고 본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으니 앉아서 책 읽기에 제격처럼 느껴진다. 가을에는 인간의 호르몬 분비가 줄어 마음이 차분해지기에 독서하기 좋다는 의학적 견해도 있다(실제로는 쓸쓸하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차분해진다는 말은 못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가을은 정말 독서의 계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을은 ‘이름값’을 못하는 계절이다. 실제로 출판업계에서 가을은 봄과 더불어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출판 유통업계 종사자들 역시 입을 모아 가을은 도서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시기라 말한다. 서점뿐만 아니라 '도서 대여 시장'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정보나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월별 도서 대출건수를 분석한 결과, 2~5월과 9~10월은 유난히 대출건수가 적은 달이었다. 도서 대출이 가장 활발한 달은 7~8월과 1월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서점업계 책 판매량 추이와도 일치한다.


즉 덥거나 추워야 책이 잘 팔린다는 뜻이다. 우리 출판사 역시 12~3월, 7~8월을 특정 짓고 소위 '주력도서'를 출간하는 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사실 나부터도 아무래도 날씨가 좋으면 책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봄, 가을이면 한강으로 나들이를 가거나 트래킹을 하지 서점에 가는 일이 적다. 실제로 날씨가 좋을 때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일이 적어진다. 무더운 여름, 추운 겨울이면 잠깐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은 반면, 요즘 같은 날씨에는 산책을 하거나 그냥 약속장소에 서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무엇보다 여름, 겨울은 학생들의 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가 있는 철이다. 또 겨울은 '작심삼일'의 계절 아닌가? 각종 자기계발, 학습서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유명 작가들의 화제작이 성수기(여름, 겨울)에 쏟아지는 연유다.


뭐, 사실 성인 2명 중 1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상황에서 이런 걸 따지는 게 좀 무색하긴 하다(2020년 우리나라 1년 평균 독서량은 4.5권이라고 한다. 2019년보다 3권 줄었다). 혹자는 독서를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고 한다. 이참에 (사실 여부를 떠나) 독서의 계절을 맞아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즐거움을 알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293779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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