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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Oct 09. 2020

4개월 만의 외식

쿠바 음식도 남이 차려주면 괜찮아


코로나 속 쿠바의 7월은 제일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말레꼰으로의 외출도 여러 번 했고 잃었던 기력도 되찾고 있었다. 가장 더운 시기가 도래했지만 예전처럼 낮에 돌아다닐 일 없이 집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리 덥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가끔 밥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날이 그랬다. 혹시나 해서 쿠바에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 종종 갔던 돈데아드리안 이라는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포장을 하기로 하고 큰 플라스틱 통을 들고 식당 앞에서 할 일이 끝난 A와 만났다. 두 명 정도가 포장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도 그 뒤에 줄을 선 상태였다. 그리고 주문을 했다.


“혹시 안에서 먹을 수 없나?”


음식을 받기 전 A가 식당 포장 주문을 받는 곳에 물어봤다. 어라?!! 안에 들어가서 먹어도 된단다. 야호! 이게 뭔 일이야~ 코로나 이후 4개월 만에 외식을 하게 되었다. 문을 열어보니 벌써 2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전에는 촘촘하게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었다. 나름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셈. 우린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과 가장 떨어진 자리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다.


사실 쿠바 음식을 좋아하진 않는다.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딱 하나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데 그것도 가정식이라 쿠바 가정에서 누가 만들어주지 않으면 사 먹을 수도 없다. 그 외엔 쿠바 음식을 그리 찾아먹지 않는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매번 현지식 위주로 먹어봤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식만 찾아먹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그렇게 변했던 것 같다.



곧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평소 마시고 싶었던 주스를 여러 잔 시키며 남이 차려준 음식을 즐겼다. 거의 4월간을 매일 집에만 있으며 집밥을 차려먹었던 나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 꿀맛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행복했다. 밥 먹기 전 ‘볶음 고추장 튜브’를 가져올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가지러 집까지 가기엔 너무 귀찮은지라. 밥을 잘 먹고 따마린느 주스 한 통을 사서 집으로 갔다. 쿠바에서 제일 좋아하는 주스 중 하나. 새콤달콤한 맛이 더울 때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식당을 예전엔 자주 오지 않았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쿠바에서 거의 일 년을 살았는데도 말이다.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은 인당 최소 10 쿡(10달러) 이상은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여긴 현지인들이 북적이는 식당으로 인당 3달러면 주스까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맛도 좋으니 가성비로는 갑인 식당이었다.


작년 어느 날, A와 함께 이 식당을 찾았다. 처음 와 본 A는 그 후로 여기만 가고 싶어 했다. 이런 식당이 있는 줄 몰랐던 그에게는 신세계였던 듯. 싸고 맛있고 에어컨도 나와 시원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수밖에 없는 식당이었다. 코로나로 반년 이상 쿠바에 갇혀 살았는데 겨우 딱 한 번의 외식이라니. 밖에서 왜 돈을 쓰냐며 집밥 먹자고 하던 A가 기특하기도 하고 나도 집밥을 좋아하니까 간만의 외식으로 콧바람 쐬었다고 생각하기로!



하지만 그게 마지막 외식이 될 줄은 몰랐다. 8월에 다시 모든 대중교통이 올 스톱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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