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심카드 구매기
쿠바에 첫 여행을 왔을 때가 2015년 12월, 당시에는 스마트폰 쓰는 쿠바인들도 많지 않았고 여행자들이나 와이파이존에서 와이파이 카드 사서 인터넷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2019년, 쿠바는 3G 상용화가 시작되었고 내가 몇 달 살아보려고 왔을 때 난 그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까사에 공유기가 있어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고 쿠바에서 심카드를 사서 거기에 금액을 충전해 데이터를 사서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좋을까? 집 안에서 방에 누워 인터넷을 할 수 있었으니까! 우리야 그런 문명을 누린 지 벌써 10년이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쿠바는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쿠바의 이동통신 요금은 비쌀까? 하다가도 생각해보면 우리가 처음 핸드폰을 쓰기 시작했을 때도 문자나 전화 요금이 그리 저렴하지 않았었던 기억이 나고 그럼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쿠바의 심카드는 다른 어느 나라의 심카드보다 비싸다. 나름 세계 각국을 여행했던 나, 책상 서랍을 뒤지다 보면 어느 나라 것인지 기억도 안나는 심카드가 나올 정도인데 쿠바만큼 비싼 나라는 본 적이 없다. 무려 30쿡(30달러)나 하는 심카드에 금액 충전은 따로 돈을 또 내야 한다. 충전한 금액으로 데이터를 사서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달 쿠바에 있을 생각으로 (일 년 넘게 쿠바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시절) 쿠바에 왔기 때문에 심카드부터 얼른 사야 했다.
에텍사라는 국영 통신회사(쿠바는 뭐든 국영)에 갔다. 지점이 여러 곳이지만 차이나 게이트 근처를 추천받아 그쪽으로 갔는데 가자마자 외쳤다.
울티모!
쿠바에 가면 꼭 외쳐야 하는 것, 어딜 가나 줄을 선다면 외쳐야 하는 단어가 바로 울티모다. 스페인어로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줄의 마지막 사람을 알기 위해 외친다. 누군가 손가락을 들거나 “나”라는 뜻의 Yo(요)를 외치면 그 사람 뒤에 서거나 그를 기억해 두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와서 “울티모”를 외치면 그때는 내가 손을 들면 된다. 그 후부터는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렇게 꽤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던 에텍사에서 내 차례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는 심카드 외에도 와이파이 카드를 살 수 있었는데 외국인 몇 명은 와이파이 카드를 사러 와서 긴 줄을 보고는 망연자실한 표정. 문득 도와주고 싶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여행할 시간도 없는데 여기서 와이파이 카드 사느라고 줄 서서 있어야 했으니까.
“와이파이 카드 한 장만 필요해?”
그렇다고 대답하는 그에게 이 기나긴 줄은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분으로 갖고 있던 와이파이 카드를 주고 1쿡을 받았다. 너무 고맙다며 행복한 표정을 하고 떠나던 그를 보니 잘한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와이파이 카드는 필요했기에 또 사긴 해야 했지만 달랑 한 장 사려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것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사실 난 내가 산 값을 그대로 받고 줬지만 보통 쿠바인들은 여기서 1쿡에 산 와이파이 카드를 길에서 2쿡에 되판다. 1인당 하루에 3장까지 살 수 있는데 그렇게만 매일 팔아도 어디 나가서 하루 종일 일하는 거나 매한가지. 쿠바인의 월급이 한 달에 20-30쿡(20-30달러)정도 되니 나쁘지 않은 장사다. 물론 이건 불법이다.
내 앞에 있던 영국에서 온 노부부는 와이파이 카드를 최대한 많이 사려고 했다. 차를 렌트해서 여행을 다닐 예정이었는데 글쎄... 인터넷 없이 지도 보고 다녀야 할 텐데 하다가도 차라리 심카드를 사서 쓰는 게 불안하지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카드 금액을 듣더니 너무 비싸다며 손사래 치더라. 사실 이제야 3G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니 시골 어딘가에서는 2G도 있을 것이고 서비스 안됨도 많을 것이다. 7년 전부터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도 데이터는 많았지만 E로 뜨는 지역에서는 인터넷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게 한 시가 반 이상을 대기하여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여권과 30쿡을 내고 데이터를 사려고 충전할 돈을 냈다. 몇 시간 지나야 활성화되니 그 후에 데이터를 충전해서 쓰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나왔다. 여느 나라처럼 똑같이 생긴 심카드, 쿠바라고 별다를 것은 없었다. 쿠바에서 내 번호가 생기고 이제 어디서든 인터넷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2015년 첫 쿠바 여행이 생각났고 그때의 아날로그식 여행은 이제 다시 할 수 없겠다는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불편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그때. 까사에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으면 다들 물어봤었지.
“인터넷이 되나요??”
“아뇨~~ 사진 보고 있었어요 ㅎㅎ”
이제 편리함을 손에 쥐게 되었지만 아날로그가 주는 낭만은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만큼 내 감정이 내 마음이 따라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