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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chstellar Sep 06. 2020

[마케팅 re:cord] _ 패스트캠퍼스

혹하게 하는 패캠의 카피라이팅

근래 N씨는 고민이 많다. 자기계발을 하고 싶은데 쉬고도 싶다. 마냥 쉬자니 회사와 집만 반복해서 점점 멍청해지는 것 같다. 국내 행사 중에 개발자 행사가 많아지고 기업에서도 개발자를 많이 구하고 있는 실정. 요즘엔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을 배운다고 한다. 안 되겠다. 자투리 시간에 코딩을 배워야겠다. 그런데 뭐부터 해야하지. 언어도 많던데. 무슨 언어로 뭐부터 배워야 하지? 내일배움카드로 코딩을 배우자니 서너달 동안 정시퇴근 한다고 욕먹을 것 같고 또 그렇게 배우자니 헤비하다. 뭔가 가볍게 내 지적 욕구도 채우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서 배움힐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몇주를 고민하던 N씨의 눈에 카카오톡 하단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코딩을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요.' 딱 N씨 이야기였다.    


SEE 

카카오톡 하단 배너, 웹사이트 사이드 배너, 인스타 광고 등 알고리즘은 귀신같이 내가 필요한 것을 캐치하여 내 눈앞에 나타난다. 직장인들이 집과 회사를 반복하며 내적 지식에 목말라있을 때 그 갈증을 파고든 온라인 교육 브랜드가 있다. 패스트캠퍼스. 구직공고 사이트에 1년 내내 올라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고, 솔깃해서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분노 또는 만족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극과 극인 후기를 작성하는 곳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솔깃'이다.


'소비자의 Needs를 가장 빠르게 캐치하는 법 딱 3주에.', '사수도 없고 교재도 없소', '누구에게 물어보기 조금 민망한 기초 스킬들을 어디서 배우지?', '방법론만 알려주는 카피라이팅 강의에 또 속으셨나요?' 전부 패스트캠퍼스가 사용한 문구들이다. 이러한 카피들은 광고를 본 불특정다수를 순식간에 솔깃하게 만들고 고객으로 전환시킨다. 패스트캠퍼스 후기를 검색하면 열에 아홉은 전부 광고 문구에 혹해서 돈을 썼다는 말이 등장한다. 아무 생각 없다가도 홀린듯 내 이야기가 되면 이건 꼭 내가 들어야 하는 강의가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코딩 관련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던 때에 배너 광고로 허를 찔려 구매했더랬다. 후기는, 말하지 않겠다.


'평생 0원', '100% 페이백' 이러한 부분 역시 한번쯤 눈길이 갈 만하다. '1+1 수강권 이벤트'를 보면 또 혹한다. 그 옆에 기한이 적혀있으면 조급해진다. 그 기한이 이번주 일요일까지거나 하면 더더욱. 패스트캠퍼스는 장사를 잘한다. 만약 150,000원짜리 코딩 강의 수강권을 50% 할인하여 75,000원에 이번주까지 판매한다고 하자. 그러면 일단 코딩 교육을 필요로 하던 사람들은 맛보기도 필요하니 이걸로 시작을 해볼까 하고 가볍게 그것을 고민해본다. 혹은 업계에서 유명한 사이트이니 이름 믿고 구매를 고민한다. 평생 수강이라는 점도 눈여겨본다. 그러다가 해당 수강권이 1+1이라는 점을 알게 되고 구매 금액만큼 페이백으로 75,000원짜리 수강 쿠폰이 계정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단 코딩 수강권을 구매한다. 그리고 들어온 75,000원짜리 쿠폰으로 다른 강의를 서치한다. 듣고 싶은 마케팅 강의는 쿠폰보다 조금 더 비싼 140,000원이다. 이 역시 쿠폰을 사용하면 반값에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마케팅 강의도 필요했으니까. 그러면서 쿠폰의 기한이 지나기 전에 사용해야하므로 또 급히 65,000원을 지불한다. 정신차려 보면 이미 두 건의 구매를 진행한 후이다.


패캠은 근래 <나의 가벼운 학습지> 시리즈도 내놓았다. 언어를 배우고 싶지만 헤비하지 않고 즐겁게 자기계발용으로 습득하고 싶었던 직장인과 성인들은 엇? 하고 관심을 가진다. 학습지의 감성적인 컬러와 심플한 문구도 눈길을 끈다. 광고는 특별한 문구 없이 사진만 있어 마치 예쁜 문구류를 파는 인상도 준다. 교육자료가 예쁘고 감성적이라는 부분에서 혹한다. 페이스북 광고에서는 '다이어리야? 학습지야?' 라는 문구도 사용한다. 가볍게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하는 성인들이 폭풍검색 할 만하다.


FIND

강의마다 타겟 선정이 분명하다. 광고 문법에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부분이 필요한지 스스로 알고 있고 그 배움에 목이 말라 고민 중에 있는 사람, 고민을 안고 있는 와중에 정확히 그 포지션을 가리켜 던지는 문구에는 장사없다. 단적인 예로 직장인, 대학생, 디자이너, 스타트업 대표 등으로 타겟대상을 정하고 그 아래 직업별로 해당 교육이 필요한 부분을 명시힌다. 직장인의 경우, '자기계발이 절실히 필요해요.' 에 이어 '취업은 했는데 일을 더 잘하고 싶어요. IT직군과 협업을 더 잘하고 싶어요. 프로그래밍 스킬을 업무에 적용하고 싶어요.' 등으로 현업자들이 한번쯤 생각해봤을 부분들을 노출시켜 타겟 대상이 솔깃하게 만든다. 스타트업 대표의 경우, '모르면 요청할 수 없으니까요.' 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설렁설렁 보고 있다가도 자신의 이야기라고 인지하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부터 강의 소개를 꼼꼼하게 읽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카피에는 확실히 힘이 있다.


여태 본 패스트캠퍼스의 카피에는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용어(인싸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공감이 되는 물음을 던지거나 나를 완벽히 이해하여 이 교육을 세상에 내보낸다는 뉘앙스의 평범한 문장이 많다. 후기 속 교육의 질이 어떠하든 한번쯤 나를 이해해주고 내 상황에 공감해준 문구를 따라 수강권을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1+1 수강권의 경우, 지불한 금액만큼 페이백 쿠폰이 날아와 또다른 강의를 듣기 위해 추가 금액 지불을 하더라도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2차구매까지 전환 장벽을 몹시 낮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이러한 문구도 사용한다. 일주일 뒤에 가격이 오르고 나면, 이 가격은 다시 돌아오지 않죠. 구매에 신중한 사람이라도 링크를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보내기 하여 기한 내에 두고두고 고민할 멘트다.


또한, 이들의 로고 컬러는 레드이지만 전체적인 광고물 컬러는 눈에 확 띄는 보라색이다. 몇 안 되는 기억을 더듬자면 작년엔 페어리퍼플이 많이 보였고 올해에는 짙은 네온 퍼플이 눈에 많이 보였다. 심플하고 트렌디한 컬러를 사용하여 세련된 느낌을 준 UX/UI 디자인도 돋보인다.


몇 년전부터 커뮤니티에서는 구몬, 눈높이 등 학습지 추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릴 적 추억을 되짚으며 배움에 목마른 직장인들이 학습지를 시작한 것이다. 성인 학습지라는 말까지 자주 나왔었다. 그에 맞춰 작년부터 광고를 쏟아낸 나의 가벼운 학습지 시리즈는 많은 이들이 클릭해본 광고 상품 중 하나일 것이다. 학습지의 심플한 컬러, 디자인, 그리고 외국어. 말그대로 배움에 목말라 있던 성인을 타겟팅한 완벽한 학습지였다. 학생처럼 무겁고 진지한 배움을 하기보다는 퇴근 후 개인 시간에 쉽게 할 수 있는 자기계발에 적합한 특성을 담은 '가벼운' 이라는 문구가 상품을 대변한다.


APPLY

타켓의 마음을 혹하게 하는 카피, 광고 문법을 가져오고 싶다.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만드는 힘. 타겟이 품은 교육에 대한 목적과 필요를 읽는 능력이 중요해보인다. 개개인이 자신의 포지션에서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을 캐치하여 문구로 표현하고, 그 문구를 본 타겟들이 심리적으로 반가움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타겟이 가지고 있던 고민과 어려움을 패캠이 공감하여 이 교육을 만들었다는 착각까지 일게 한다. 이러한 문구를 생각해내려면 선행으로 타켓에 대한 세밀한 조사와 관찰이 필요하겠다.


패캠의 매출을 위한 마케팅의 포인트는 '기한 기재' 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1+1, 페이백 어쩌구 해도 그러려니 보고 있다가 이번주까지라든가 이 가격은 다시 돌아오지 않죠, 라는 문구를 보면 심리적으로 초조해진다. 차라리 이 가격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가격! 이었다면 심드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 가격이 오르고 나면, 이 가격은 다시 돌아오지 않죠.' 라고 평이하지만 어딘가 제3자 같기도 하고 미련 없어 보이는 말투로 멘트를 치면 고민에 빠지지. 고루한 문장을 다듬어 고루하지 않게 하는 작문법도 배울점임에는 틀림없다.


상품과 웹페이지의 심플하고 컬러감이 돋보이는 감성적인 디자인도 적용해볼 점이다. 다만 한 가지. 기업이 지속가능 하고자 한다면, 특히나 교육 관련 기업에서는 컨텐츠의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본다.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 강의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서비스 퀄리티에 고객이 지속적으로 불만족한다면 유입과 매출은 언젠가 정체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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