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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an 14. 2024

새로운 '연인'을 기다리며

그 사람을 떠나고 나서 그제서야 사랑한다는것을 알았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뭐니?


어느 날 교수님이 우리에게 물었다. 곧바로 떠오른 영화가 있던 나는 '장 자끄 아노의 연인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나에게 "나중에 엄청 열정적인 사랑을 하겠구나."라고 말해주셨다.


나의 왓챠피디아에는 907개의 영화가 평가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연인은 별 다섯 개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논란이 있고 그건 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하겠지만 난 '예술과 외설의 한 끗 차이를 보여준 영화'라는 평가에 공감한다.


지인들은 아마도 '너 왕가위 감독 영화 좋아하잖아'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 여전히 너무나도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연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겐 거의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연인'이라 말하면 대나무 타고 현란한 무술을 펼치는 장이모 감독의 영화로 오해를 했고 작품을 아는 이가 전무해서 줄거리부터 좋아하는 이유까지 하나, 둘 모두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었다. 또한 너무 으른 영화이기에 굳이 말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 영화를 설명한다면 분명 이 글을 읽는 몇 사람들은 직접 찾아볼 거라 예상한다. 내 글이 감동적이어서도 아니오, 김경식 님처럼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능력을 가져서도 아니오. 외설이라 꼽히는 이유 중 하나인 영화 속 배드신을 궁금해할 것 같기 때문이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나 역시 놀라긴 했으나 '영화 속 아름다운 배드씬'으로 꼽히는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엔 오히려 배드씬보다 더 강하게 상기된 장면은 다른 장면이다. 바로 연인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차 안 씬.

  




며칠 전 오랜만에 다시 본 이 장면은 그 어떤 씬보다 섹시했다. 손가락만으로 그 미묘함을 연출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명장면 중 명장면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소개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으른이니까)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고 난 뒤 여운이 크게 남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내 최애 영화들 대부분이 그렇다. 보고 난 뒤 나에게 슬픔이든 먹먹함이든 감동이든 무언가 여운을 남기는 영화. 난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이 영화를 보고 있던 나는 마지막 몇 장면들을 보며 순간 울컥해 버렸다. 어린 여자가 돈 때문에 나이 많은 중국인 남자를 만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사랑을 주었던 남자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인걸 깨달은 여자의 이야기가 서글펐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가 남긴 말이 너무도 슬프고 여운이 크게 남아 두 사람의 감정선을 다시 보기 위해 영화를 또 보고야 말았다.  



그는 말했다. 예전에 그녀를 사랑했었다고.
그리고 그 사랑은 아직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죽을 때까지 그녀를 사랑할 것이라고..



제인마치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지만 원작자의 어린 시절 모습과 닮았으며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 배우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주인공 양가휘의 매력은 정말로 어마어마하다. (홍콩 배우들의 황금기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배우가 영화 속 인물들과 제대로 매칭될 때 즉 영화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때 나는 사랑에 빠지곤 하는데 이 두 배우가 연인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라 할 수 있겠다.


 10대 프랑스 소녀와 돈 많은 30대 중국인 남자와의 사랑 그리고 배드씬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이 영환 원작이 있고 실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윤리적인 문제만을 거론하기엔 그 당시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삶이 담겨 있는 작품인걸.






스물 하나. 교수님이 나에게 했던 '열정적인 사랑을 할 거 같다'는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었다. 그리고 내가 할 사랑에 대해 참 많이 궁금해했다. 아직도 그 해답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 영화는 늘 교수님의 말을 상기시켜 주곤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라는 질문에 연인이 아닌 새로운 영화를 말할 수 있는 여운이 긴 새로운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에 남은 영화, 새로운 연인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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