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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07. 2024

벌써 일 년


D양이 말했다. "글 중독이니?"

6시간 가까이 글만 쓰다 집으로 돌아와 놓고 또 글이라니... 글변태라는 그녀의 농담에 반박도 못하겠다.


그동안은  몇 번이고 글을 써볼까 하다 쓰지 못했다.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길 더 할까. 이제 이 카테고리 글은 멈춰야 하나?'

들쑥날쑥 많은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혹여나 나중에라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까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겠더라.



어느덧 4월이 되었다. '돌아왔다'라고 해야 할까,,

햇살이 비치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저 멀리 벚꽃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들어 sns에는 온통 벚꽃 사진들로 가득 차있고 나 역시 바로 전 날 길가에 핀 벚꽃나무 찍어 스토리에 올렸었다. 그리고 일 년 전 스토리 사진이라며 떠있는 사진이 보였다.

 

'맞다. 작년 이맘때 나는 맘고생 중이었구나.'

절대. 다시는. 오지 않을 혹은 올 수 없다 생각했던 그 사람의 장소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벌써 일 년이 지나버렸다.





올해 희한하게도 모르던 사람들과 알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런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고 피했을 텐데 사회생활 중요성을 아는 나이가 되어서인가? 아님 나란 사람이 변했기 때문일까?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이 새로운 인연들을 알게 되는 재미있게 느껴진다. (물론 여전히 안의 선을 지키고 있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따로 연락하는 게 불편해 용건은 간단히. 를 고수해 왔었지만 그래도 요즘은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먼저 연락을 하진 않지만 연락이 오면 꼬박꼬박 답장도 하고 늦게까지 주고받는 연락도 많아졌다. 그러다 나 혼자 우스운 점을 발견해 D양에게 말했다.  


"이 사람들이랑 연락하는 건 생각 없이 헛소리도 잘하는데 왜 좋아하는 사람한테 연락할 땐 그토록 어려워

  했던 걸까?  이 사람들은 답장 늦게 하거나 답이 없어도 1도 신경안 쓰이는데"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과거의 나에게 배우는 게 참 많다.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

얼마나 신경 쓰이고 좋았으면 그랬을까,,, 귀여웠었다 포장해 주도록 한다.  

 






일 년이 지나 과거 나를 하나 더 반성하자면 멋짐도 많이 발견했지만 그만큼 편견을 갖거나 지레짐작한 일들도 있었다. 사람은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혹은 당사자 이야길 들어보기 전까진 함부로 판단해선 안된다는데 그동안 쌓인 일들로 인해 그게 유독 쉽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사람 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두둔한 적이 있다. (아마 최근까지 편든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인걸 D양이 안다면 또 엄청난 잔소리를 하겠지) 이별 당일 힘들어하며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던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주변에서 안 좋은 이야기만 해줬다며 속상해하길래 그 사람의 본모습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본 네가 더 잘 알거라 말했다. 나쁜 사람이었다면 오래 만나지도 못했을 테니 다른 사람의 평가는 신경 쓰지 말라고, 이별 후 편들어주며 위로해 주기 위한 말들이었을 거라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객관적인 거라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가까이 사람이라면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서로 오해가 있는데 풀지 못해 그런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그 사람 친구라는 이유 만으로 좋은 사람이라 속단해 놓고 정작 그 사람에겐 그러지 못했다. 더 냉철하게 생각했다. 이거야 말로 이제 와서 다 털어놓을 수도 없지만 아무튼 과거의 나는 스스로 불안을 만들고 걱정했다.


1년 전을 떠올려보니 덕분에 배우고 깨달은 것이 많다지만 그만큼 오랜 기다림과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 괜찮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는 거니까.


참 많은 이야기들이 시작되기도 했던

벌써 일 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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