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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Feb 29. 2024

얄미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는 브런치가 아닌 블로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첫 시작은 '얄미움.'

그 남자의 얄미움에 대한 것이었다. 좋아할수록 애증에 대한 마음도 커져가 난 그것을 얄미움이라 불렀지만 그 또한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얄미움을 애정이라 말했다.


'많이 좋아했었다.'라는 말에 '자신도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가슴 쿵. 내려앉는 대답을 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 '뻥이요' 과자를 찍어 올린 남자를 어찌 안 얄미워할 수 있을까. 눈치 빠른 사람인 거 다 아는데 내 마음을 몰랐었다 말했던 사람을, 살면서 처음 한 사람에게 몇 번의 용기를 냈던 나에게 상처란 상처는 다 받게 만들어놓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흔들어놓기만 했던 사람을 어떻게 좋아만 할 수 있을까.


많이 미웠다. 지난 글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밉고 속상해서 운 적도 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의 작은 배려와 다정함. 본받고 싶은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그 사람을 좋아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누구를 인정하지도 마음에 두지도 않는 내가,

나와는 다른 것 같다 싶으면 혹은 나에게 상처를 줄 것 같은 사람에겐 물러서 벽을 세워버리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하게 만든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동안 내가 만나온 사람들과는 너무 달라 예상조차 안 되는 이상한 사람. 그를 좋아하면 안 될 이유가 수두룩 쌓였음에도 유독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가능했던 이해하고 싶고, 이해하려 했던 사람이었다. (내일 있을 중요한 일조차 잠시 멈추고 이 글을 쓰게 하는 걸 보니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인 사람은 맞나 보다.)







그 사람을 얄미워하다 글을 쓰게 되었고 나의 마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림책도 희곡도 하나 둘 완성하게 되고 사랑에 빠진 나의 서툼과 생각, 좋아하는 것들, 취향 등등,,  많은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것일까?)


우습게도 아직 내 (죽은) 블로그엔 가끔 '얄미움'을 검색해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반면 얄미워하고 있는 것인지,,


정확히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도 내 지난 스토리를 알고 있는 너를. 또 한 번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김광석, 유재하 (그리고 god)를 거론하는 너를 나는 여전히 어떻게 안 얄미워할 수 있을까. (우리가 더욱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이 된 것일까 아님 서로 sns를 염탐하다 이렇게 된 것일까. 아님 너는 정말로 내가 원하고 그리던 남자인걸까  김광석, 유재하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brunch.co.kr)









가끔 그 사람 생각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긴 대화를 나누게 될 때면 나는 그 남자에게서 많은 걸 발견하게 된다. 때론 자극을 받기도 멋진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점을 발견하거나 이해도 하게 된다. 최근 오랜만에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난 뒤 시간이 지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에 바라기만 했던 누군가 티를 내고 아는 척 하고 그런 게 아니라) 우리에게 그냥 우연히 솔직한 이야길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혹은 지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사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눌 시간이 우리에게 생겼었더라면 나는 널 정말 많이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해한 것보다 너는 훨씬 진지한 사람일 수도 좋은 남자일 수도 있겠구나. 물론 이 또한 나의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 사람과 나눈 대화보다 얄미워했던 시간이 더욱 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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