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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Won Feb 04. 2020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과 '암'

Working as an intern in the U.S.

175일이 지났다. 지난해(2019년) 8월 11일, 미국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로 말이다. 한국정부 해외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발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San Diego)에서 3개월 가량의 Business English 연수를 마친 뒤, 반년 간의 인턴생활을 위해 곧장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로 건너왔다.


샌프란시스코. 이른바 널리 알려진 '빨간 다리,' '골든게이트 브릿지(Golden Gate Bridge)'를 연상케 하는 미국의 대도시다. 이곳에서 두달 넘게 인턴으로 근무하며 느낀 점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가장 먼저 입을 근질거리게 하는 깨달음이 있다. 혹여나 미국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곳에 당신이 꿈꾸던 천국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가진 역량에 따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순 있어도, 이곳이 다른 사회보다 절대적으로 더 완벽한 곳은 아니라는 뜻이다. 얼마 전 컨퍼런스에서 만난 한 사람이 내게 말했다. "미국의 양극화는 정말 심각하다. 10퍼센트와 90퍼센트가 아닐까 싶다"면서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자기 자녀를 너처럼 유학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라고 했다. 아마 내가 무슨 부잣집 아들인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결코 그렇지 않지만).


샌프란시스코에는 거리마다 노숙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길가에서는 소변 지린내를 일상적으로 맡을 수 있고, 인분을 자주 볼 수 있다. 인분청소를 위해 물을 살포하는 공무원도 종종 보인다. 한국에도 벌써 소문이 난 모양이다. 며칠 전 한국의 모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주거문제가 다뤄졌다. 해당 기자는 사방팔방 인도를 수놓은 노숙자들의 인분을 집중 조명하면서, 주거문제에 기인한 노숙자 증가가 마치 서울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내가 느낀 샌프란시스코, 미국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할리우드에서 보던 미국은 정말 삐까뻔쩍한 자유주의 세상인데, 무슨 말이냐고? 아직 안 와본 분들껜 미안한 얘기지만,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그것이 미국에서 배울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난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지만, 분명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도 나름의 여러 문제와 도전을 요구한다. '헬조선' '5포 세대'가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 되어버린 오늘날, 이곳에서 내가 본 것도 결국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들의 구직문제(이곳은 공채도 없다)나 주거문제, 환경문제, 양극화 등 지구촌이 직면한 도전은 여기서도 현재진행중이다. 미국의 '자유' '다양성' '인권' '민주주의' 등 우리가 대체로 '미국에서 전해진 (좋은) 가치관'으로 여기던 것들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오늘날 이곳에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공존하고 있다.


물론 정말 수십억을 지닌 자산가라면 미국에서도 '그사세(그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인턴을 하면서 돈과 명예를 다 가진 그런 거물급 인사들을 많이 봤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인 미국에서 돈만 많으면 살만 하겠지. 물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돈만 많으면 한국처럼 살기 편한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총기나 테러위험도 미국보다 덜하고. 아, 여기선 간단한 질병으로 병원 한 번 가는 것도 돈 때문에 참 골치 아프다.


제목을 '명'과 '암'이라고 썼는데, 적어놓은 것을 보니 '암'만 작성한 것 같다. 그런데 '명'에 대해 할 얘기도 참 많다. 다음 글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반추하며 적어보고자 한다.


여행을 하는 것과 살아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비록 내가 수십년 이곳에서 거주한 현지 교민분들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겠으나, 20대 중반에 넘어와 인턴으로 근무하며 내가 바라본 2020년 오늘날 미국의 모습은 그분들이 겪어온 미국과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삶의 양식과 가치관이 늘 내 주위를 스쳐간다. 그 중에서 나와 마주한 여러 이야기를 하나씩 적어보고자 한다. 갖고 있는 카메라라고는 갤럭시S8 스마트폰이 전부이지만, 가끔 글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사진도 첨부하고자 한다. 제한된 장비로 보다 더 사진을 잘 찍는 요령을 아시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을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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