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unleash the full power of the federal government... today I'm officially declaring a national emergency. Two very big words."
- President Trump, speaking in the Rose Garden
어제 (미국 PST기준 2020년 3월 13일) 아침, 내 휴대폰은 나보고 아직도 한가롭게 잠을 퍼질러 자고 있냐며 다그쳤다. 속절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모닝콜을 끄고, 습관처럼 미국 뉴스앱을 열었다. 푸시업알림이 쏟아졌다. Breaking News가 눈을 사로잡았다. '아, 여기도 올 것이 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비상사태(Natioanl Emergency)'를 선언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비상사태 선언으로, 500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기금을 주정부 등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뉴저지와 뉴욕에서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글로벌 팬데믹(Global Pandemic: 세계적 유행병)'은 미국 정부에 있어서도 유례없는 도전인 것이다.
미국 Fox News (YouTube 캡처)
미국 백악관 및 의회, 난데없는 South Korea 합창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South Korea가 언급됐다는 점이다. 이번 연설에서 등장한 데비 벅스 Deborah Birx (Coronavirus Response Coordinator,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는 "Finally, I want you to know: In South Korea, they did have large number of tests available over the last several weeks. Their positivity rate is between 3 and 4 percent."라며 한국을 콕 집어 언급했다. 벅스는 한국이 수많은 테스트를 지난 몇 주간 실시했고, 테스트를 받은 인원 중 확진자 비율은 단 3~4%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과도한 공포를 갖지 않아도 된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것. 다만, 중증으로 발전할 때까지 방치하면 이탈리아나 다른 유럽 , 이란 등의 국가들처럼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테스트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상황을 마냥 낙관하긴 쉽지 않다. 요 며칠 새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지 않았던가.
이번 기자회견에 따르면, 미국도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코로나19 테스트에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진료소를 전면 도입해, 월마트, 월그린, 타겟, CVS 등의 주차장에서 자국민에 한해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방문 전에, 구글이 개발한 웹사이트를 찾아 자가 문진 후,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정되면 가까운 진료소를 안내받는다.
이 같은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도입은 기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 대치된다는 점에서인상적이다. 지난 3월 6일 CDC(미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와 관련한 질문에 "한국은 환자가 많고 미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소극적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아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알다시피 우린 동맹이다"라고 덧붙임으로써, 이미 코로나19와 정면으로 맞서 진단, 방역, 치료 역량을 과감히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 미국 의회에서 'South Korea'가 뜨거운 감자였다. 심지어 캐롤라인 맬로니(민주당) 위원장은 한국에 마련된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싶다는 발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 11일 미국 하원 관리개혁위원회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청문회를 열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소장과 알레르기감염성질환연구소(NIH)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출석했다. 맬로니 위원장은 "한국은 드라이브스루 검사까지 시작했지만, 우리 미국 국민들은 자신의 의사에게조차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여기는 세계를 이끌어 가야 할 나라, 미국이다. 그런데 뒤처져있다. 어떻게 한국은 그리 많은 사람들을 빨리 검사했나? 우리는 왜 오래 걸리나?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며 정부 보건당국 관계자를 맹렬히 꼬집었다.
이어서 라자 크리슈나모우티(민주당) 의원은 "미국과 한국은 하루 차이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경험했다. 미국은 1월 21일, 한국은 20일. 그러나 (결과는) 극적으로 달랐다. 미국, 한국, 이탈리아, 영국의 활동을 보여주는 차트를 보면 3월 10일까지 한국은 인구 100만 명당 4,000명을 검사했다. 미국은 100만 명당 15명이다. 지금 한국은 매일 1만 5천 명을 검사한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거기에 도달할 수 있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정부 관계자들을 비판하는 근거로 한국의 진단능력을 활용한 것은 가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충분히 대한민국 국민인 것에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박수 보내는 세계인들
미국 일간지 WP(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높이 샀다. 해당 매체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코로나 19에 맞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이 증명해냈다"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사회의 적극 참여가 있었다"면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정부를 비판하면 제거하는 중국 정부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BBC는 한국의 코로나19 검사가 롤모델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12일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미 검사 키트 제조현장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대규모 검사하는 능력은 한국을 롤모델로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BBC는 한국의 이 같은 체계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얻은 교훈에 기반한다고 전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한국이 중국과 다르게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 정보공개, 대중 참여, 광범위한 검사라는 세 가지를 접근방식을 통해 전염병에 맞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 1만 5천 건의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배경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진료소 40여 곳과 500곳 이상의 선별 검사소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한국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방역당국에 힘을 보탰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확진자 대비 사망자수가 낮을 것을 두고, 감염자를 조기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한 것이 주효했다고 봤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교하는 기사를 12일에 보도했다. 매체는 비슷한 규모의 발병 사태에서 현재는 두 국가가 다른 대응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탈리아는 이동통제로 방역대책을 전향했고, 한국은 계속해서 대규모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감염위험을 지속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개선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봤다.
현재 이탈리아는 80세 이상은 치료가 어렵다며 살 사람만 치료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의료체계에 사실상 마비가 온 것이다. 이탈리아가 초기 한국보다 확진자가 적었던 것으로 봤을 때, 향후 대응 과정에서 극명하게 결과가 나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탈리아 언론들도 앞다퉈 한국의 대응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탈리아 주요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한국에선 코로나 증상을 숨길 이유가 없다면서 한국의 빠른 코로나 19 확진 판정과 낮은 검사비용을 언급했다. 한국에선 실제 하루에 2만 건의 진단 테스트가 진행되며, 6~24시간 내 확진 여부 결과를 알 수 있다. 또한 16만 원 내외의 낮은 비용만이 발생하고, 그마저 확진받을 경우엔 검사비는 무료다. 그러면서 매체는 한국은 500여 곳의 선별 진료소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의 접촉을 최소화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민주주의적인 접근 방식으로 대구를 폐쇄하지 않고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한국 보건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등 대중이 참여하도록 정보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CNN News (Capture)
CNN 특파원 Ivan Watson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직접 드라이브 스루 테스트를 받으며 편리한 방법으로 한국이 진단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 본토에 알렸다. 해당 기자는 진단키트를 제작하는 한국 업체 씨젠에 찾아가기도 했다. 이는 미국 전역에 보도됐을 터. 보스톤글로브 3월 10일 자에는 한국 군산에 거주하는 미국인 영어교사 헌터 맥켄지(23)씨가 기고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선별 진료소에서 진료를 받은 일화를 언급하며 "내가 만약 감염되더라도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보다는 여기 한국이 안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 미국 CDC 한국 담당관 제임스 헤이슬릿은 한국의 대응이 감탄할 만하다며 치켜세웠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했다. 프랑스는 얼마 전 자국의 사망자수가 한국의 사망자수를 넘자, 급격한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3일(한국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프랑스도 한국이 성공적으로 취하고 있는 조치의 우수성과 그 방식을 배우고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행정, 방역, 의료선진국이라 자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무엇보다 나라가 위기에 닥쳤을 때, 합심하는 국민들 개개인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믿는다.
코로나19 검사에 소극적인 일본.
일부 일본 언론은 한국 대응 평가절하.
방역의 성공 여부는 나중에 종식된 후 세계가 평가할 것.
그런데 유독 일본 언론, 특히 보수언론 산케이는 한국의 의료체계가 붕괴됐다는 식의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확진자가 많아지면 일반 병실 등 다른 의료체계마저 붕괴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대규모 검사를 해서 확진자를 늘리지 않은 일본이 현명했다는 논조의 기사로 눈을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에 외교부나 보건부가 아닌 연락관을 통해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코로나 검진정보를 공유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WHO에 한국과 같이 코로나19 위험국으로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검사를 확대한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현재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검사 난민'이라는 말이 성행하고 있다. 일본 야마나시 현에 사는 20대 직장인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고 NHK 방송에 지난 8일에 보도됐는데, 그는 2월 27일 38.5도의 열이 나자, 다음 날인 28일과 3월 2일에 각각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그러나 두 곳에서 모두 검사를 받지 못했다. 그 사이 건강이 악화된 그는 2월 29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았고, 3월 6일 쓰러진 채 방 안에서 발견됐다. 야마나시 대학 의학부 부속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그제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 이 남성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증일 때 조치했더라면 중증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에, 일본 보건방역 당국의 아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병원 측은 3월 7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해 발열과 폐렴뿐만 아니라 (뇌)수막염도 의심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 확진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모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대응하고 있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과연 일본은 나중에도 한국의 대응이 현명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소식, 역시 '의병'의 나라
(누가 전 세계 유례없는 '금모으기 운동'의 역사를 가진 국민 아니랄까 봐. 대단하다.)
지난 6일, 인천시 부평구에 거주하는 2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를 위해 써달라며 동전으로 20만 원 상당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여성은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적힌 봉투를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남기고 떠났다. 순천에서는 5살 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순천시 여성가족과를 방문해서 "조용히 기부하고 싶다"며 이름을 밝히지 않고 2017년 9월부터 2년 6개월 동안 저축한 43만 1890원을 기부했다. 경기 안성시에 사는 7살 최윤채 어린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에 써달라며 4년간 모은 저금통 한 개를 면사무소에 기탁했는데, 금액이 무려 10만 7천50원이었다. 이 기부금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전달될 예정이다. 물론 연예인들이 수억 원의 기부금을 내는 것도 금액과 상관없이 값진 기부다. 다만, 어렸을 적 돼지저금통에 동전 모아본 추억이 있다면, 동전이 20만 원, 40만 원이 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만큼 금액보다도 그 따뜻한 마음이 소중한 이유다.
어제는 한 뉴스가 내 눈시울을 붉게 했다. 아래 사진을 보자.
부산 강서경찰서에 하나 둘 모은 마스크를 기부하고 돌아가는 남성 (사진: 부산 강서경찰서)
부산광역시 강서구 신호파출소 현관 앞에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노란색 서류 봉투를 놓고 유유히 떠났다. 이 남성이 놓고 간 봉투 안에는 마스크 11장과 사탕, 손편지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손편지에 "저는 여기 바로 앞에 00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체 3급 장애인이다"라며 본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가 많아서 조금 나누려고 한다. 부자들만 하는 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용기를 내서 드린다. 위험할 때 가장 먼저 와주시고 하는 모습이 멋있고 자랑스럽다"며 경찰관들에게 마스크를 기부한 이유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마스크의 종류가 여러 개인 것으로 보아, 그가 마스크를 하나씩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단언컨대, 해당 경찰관들에게는 최고의 화이트데이 선물이었을 것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식이다.
나아가, 인스타그램에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업무량이 부쩍 늘어난 택배기사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릴레이가 이어졌다.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택배기사를 위해 비타민 음료, 마스크가 담긴 자그마한 선물꾸러미를 만들고 찍어서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택배기사님감사해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게재했다. 이밖에도 취약계층과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양보하겠다며 '#마스크안사기운동' 해시태그와 게시물도 찾아볼 수 있었다. 손수 마스크를 제작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들은 필터 교체용 면 마스크를 제작해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을까. 먼 미국에서 접하고 있는 한국의 뉴스들을 보다 보면, 오히려 위로를 받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음 한편이 먹먹해질 때가 많다. 한국은 위기에 단합하는 특유의 국민성이 큰 자산임에 틀림없다. 누군가 그러더라. 우리나라가 '의병의 나라'라고. 늘 국민들이 앞장서 위기를 극복하는 특유의 그 의병정신.
코로나19로 격해지는 미국 내 동양인 인종차별,
왜 아시아인이 혐오의 대상인가. 우린 바이러스가 아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사태로 미국 내 인종차별은 거칠어지고 있다.
실제로 3월 6일 브루클린 지하철(N라인)에서 흑인 남성이 동양인 남성에게 페브리즈 스프레이를 분사했다. 3월 10일에는 이스트 할렘 지역에서 동양인 남성(59세)이 10대 청소년들에 의해 공격을 당했다. 맨해튼 한인타운 부근 한인 피해도 있었다. 3월 10일 오전 맨해튼 한인타운 34번가 부근에서 아시아 여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 여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턱 탈골 증상으로 병원 치료 중이다. 뉴욕경찰국(NYPD)은 가해 흑인 여성의 폭행 및 증오 범죄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뉴욕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한 40대 여성이 마스크를 쓴 자신을 좇아왔는데, 그동안 뉴욕에서 한 번도 인종차별을 목격하지 못했던지라 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도 뉴욕에 있는데, 그 친구는 오늘 자전거를 탄 남성이 본인을 향해 "미스터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소리를 지른 뒤 달아났다고 했다. 치졸하기 짝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친구도 지나가는 길에 노숙자들이 본인을 보고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감염 현황을 보자.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바이러스 지도 (Johns Hopkins Coronavirus Map)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는 156,106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5,829명에 달한다. (미국 서부 태평양시 3월 14일 오후 5시 53분 기준. 해당 통계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링크 참조: https://coronavirus.jhu.edu/map.html) 해당 통계를 국가별로 들여다보면, 이미 모든 대륙이 COVID-19의 직격탄을 맞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Johns Hopkins Coronavirus Map
▼중국(China): 확진자 80,980명/사망자 3,203명 - 추가 확진자 하루 50명 이하로 떨어짐
▼이탈리아(Italy): 확진자 21,157명/사망자 1,441명 - 추가 확진자 하루 1천 명 이상
▼이란(Iran): 확진자 12,729명 / 사망자 611명
▼한국 (South Korea): 확진자 8,086명 / 사망자 72명 - 추가 확진자 일일 100명대로 감소
위에 적은 통계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국가들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북유럽, 동유럽, 북미, 남미, 중동, 서아시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할리우드 배우 톰행크스 부부는 최근 호주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등 이미 전 세계에 코로나19는 퍼져있다. 그리고 각 국가의 방역 및 의료체계에 따라 그 충격파는 천지차이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해지는 모양새다. 이는 결국 전 세계에 만연한 Racism(인종주의)의 근절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종차별을 하는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미국 등에 거주하는 백인(게르만, 앵글로색슨 등)들에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러야 한다. 그런데 동양인이 유독 혐오와 차별의 타깃이다. 결국, 그들의 주장은 허무맹랑하며 모두 인종차별적인 사고에 기인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코로나19의 충격파
악수를 하지 않는다.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CVS에서 구매하고 싶어도 매번 동나 있다. 도저히 오프라인으로는 구매할 수가 없고, 온라인으로는 구매해도 한달 넘게 기다리거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있다.재택근무가 일상이 됐고, 대학도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나도 다음 주 재택근무다. 당장 월요일 팀 미팅도 화상으로 대체한다. 신기한 경험이다. 나보다 앞서 1주일 동안 먼저 재택근무를 한 회계사 하우스메이트는 "차라리 회사 나가고 싶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 세계 증시가 예외 없이 출렁거리며 혼란을 야기했고, 항공업계에선 텅텅 빈 기내 모습이 일상이 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국제선,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모두 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유럽 국가로부터 미국으로의 입국을 30일간 제한했다. 박물관, 디즈니랜드 등 주요 문화시설도 폐쇄조치를 단행했다.
스포츠 분야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미국 농구 NBA 리그가 취소됐고, MLB도 시범경기를 중단하고 모든 일정을 뒤로 미뤘다. 5대 유럽프로축구 리그(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앙,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도 모두 잠정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IOC 바흐 위원장은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권고가 있다면, 도쿄올림픽 개최 의지를 단념하겠다고 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일부 전문가들이 속속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처럼 매년 반복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사스처럼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에 종식되는 게 아니라, 코로나19는 기온이 높아져도 계속해서 확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결국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모두 과도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공중보건 수칙을 준수해야겠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처럼.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에필로그: 휴지를 살 수 있을까?
워싱턴 D.C. 에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려했던 식료품 사재기도 현실이 됐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어... 나 오늘 계란도 못 샀다." 친구는 나보고 음식이나 식수를 가급적 많이 사놓고 휴지도 미리 사놓으라고 했다. 희한했다. 휴지는 대체 왜 사재기할까? 항간에는 휴지로 마스크를 만든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정말 휴지가 없다.
미시간주에 있는 친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늘 마트에 갔는데 육류코너, 채소코너, 생필품(휴지 및 청소도구 등) 코너가 정말 말 그대로 '텅텅' 비었다고 했다.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에 따르면 본인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인데,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모두 식료품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