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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Won Apr 16. 2020

한국, 전 세계 이정표가 되다.

미국, 유럽은 못했는데… 코로나19를 뚫고 선거 치른 한국 


4·15 총선.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무려 66.2%라는 투표율을 경신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는 지난 1992년 총선 당시 71.9%를 기록한 이래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글로벌 팬더믹 '코로나19(COVID-19)'도 민주주의 한국사회의 국민들을 집에 묶어두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투표소마다 긴 줄이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해외 언론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공황에 빠져있는 시점에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선거를 치르는 한국을 보며 저마다 감탄을 쏟아냈다. 



"우리는 미뤘는데... 한국은 투표를?"


현재 영국, 프랑스, 칠레, 에티오피아 등 전 세계 47개국은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선거를 연기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코로나19가 성행하는 가운데, 선거를 치르는 전 세계 첫번째 국가가 됐다. 이를 두고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해당 소식을 보도했다. 특히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미국의 경우 15개 이상 주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는데, 한국의 투표방식이 다른 국가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CNN은 15일(GMT기준) 'South Koreans head to polls despite coronavirus outbreak'라는 제목의 보도기사를 통해 유권자들이 최소 1m 내외의 간격을 유지하며 줄 선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소 입장 전에 발열체크와 손소독을 마치고 비닐장갑을 착용하는 모습을 자세히 소개했다. 발열체크 후 체온이 37.5도가 넘는 경우 지정된 다른 부스로 이동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권을 보장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CNN 캡처 



미국 "자유민주주의 국가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선봉장"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서 한국이 제시한 PCR유전자증폭검사가 국제표준안으로 채택된 바 있고, 드라이브스루, 워크인스루 등 한국이 코로나19 진단검사에 가장 먼저 도입한 창의적인 진단검사 방식은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본보기가 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정확하지 않다며 깎아내렸으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국을 벤치마킹해 이미 도입했으며 일본정부 차원에서도 뒤늦게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죽을 정도의 고통'이 아니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한편 미국 기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트럼프행정부가 대규모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할 때, 늘 한국의 예시를 끌어다가 날카롭게 질문하곤 했다. "왜 한국처럼 대규모 검사를 하지 못하는 겁니까?" 이뿐만이 아니다. 빌게이츠 역시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사례라며 더 많은 진단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인 아내를 둔 미국 메릴랜드의 호건 주지사는 일찌감치 아내를 통해 한국에 도움을 청했다. 결국 의료물자(의료용 장갑, 의료용 가운, 진단키트 등)를 공급받아, 코로나19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한국은 전 세계의 표본이 될 전망이다. 특히, 선거를 치르는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오후 (태평양표준시) '공정한 투표가 없다면 세계 민주주의는 약화될 것이다. 한국은 (공정한 선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Global democracy will be weakened without fair elections. South Korea shows they’re possible)'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번 한국 총선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매체는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한국이 "보여줬다." 

즉, 중국정부는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권위주위 체제가 민주주의보다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한국과 대만의 사례 때문에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게 골자다.

As governments around the world battle the pandemic, China has been promoting the idea that its authoritarian system is better able to manage such a crisis than democracies. The facts don’t bear that out; nearby South Korea and Taiwan, among others, have done a better job of protecting their populations. But the global cause of democracy will be greatly weakened if Western nations — above all the United States — fail to stage free, fair and safe elections in the coming year. South Korea has shown it can be done.


미국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이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에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울러 한국정부가 미국에 60만회 분량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보내준 점에 대해서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트위터에는 "한국의 '민주적 가치'와 '자유롭고 열린 사회'는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이제는 역으로 한국을 주목하며, 한국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한국으로부터 의료물자를 지원받고 있다. 이제 한국은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자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트위터 (캡처)



"한국은 무엇이 가능한지 다시 한 번 증명하려 한다"


한국은 앞서 '코로나19'를 잘 대처한 나라로 손꼽히며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태 초기 중국에 이어 확진자수가 7천여 명으로 세계 2위였던 한국은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확진자 10,613명, 사망자 229명으로 전 세계 23위로 밀려났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으로 불러왔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의료체계 붕괴'가 언급될 정도로 심각하게 고전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미국과 유럽에선 의료물자가 부족해 의료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방역 및 의료체계가 잘 정비된 한국에서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의 헌신 덕분에, 완치율 73%를 달성했다. 이에 16일 0시 기준 국내 누적확진자 1만 613명 중에서 7,757명이 완치판정을 받았고, 순 확진자는 2,856명으로 줄었다. 


우리정부도 바쁘다. 20여개국이 넘는 해외 정상들이 최근 두달 동안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요청하며 한국의 방역 및 의료체계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진단키트 공급을 정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K-pop이 아니라, K-Bio, K-Medicine, K-Policy 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중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불량이 많아서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반면, 한국산 진단키트는 이미 1조원 어치가 넘게 수출됐다. 무엇이든 한국에게서 배우려고 하고, 한국이 하는 방향이라면 믿고 따를 수 있다는 신뢰자본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의료 및 방역역량과 한국의 시민의식이 빚어낸 결과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격이 날로 높아지는 역사의 순간에 살고 있다.


그 역사의 순간을 증명하듯, 영국 BBC 로라 비커(Laura Bicker) 특파원은 "한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한 번 더 증명하려고 작정한 듯하다"라며 다시 한 번 한국을 조명했다. 앞서 로라 비커 특파원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방침을 이른바 '3T'로 소개한 장본인이다. 그는 Trace, Test and Treat Approach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소개했다. 즉, 추적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한국의 접근방식이 위기대응 측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소개한 것. 이는 전 세계 대응방침의 기준으로 인식되었고, 현재 전 세계에서는 한국산 진단키트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유튜브 (캡처)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성공적인 선례를 만들면서, 교과서를 쓰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블룸버그는 한국이 코로나 사태에 선거를 치르는 소식을 심도있게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정부는 4천4백만 유권자들이 안심하고 투표소로 나오도록 조치들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총선이 안정적으로 치러진 바, 향후 다른 국가들 역시 한국의 선거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은 "한국의 이번 총선이 (바이러스) 확산을 초래하지 않고 무사히 치러진다면 미국 대선을 포함한 다른 나라 선거에 지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 역시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정부가 한국의 투표방식을 모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자지라 유튜브 (캡처)

알자지라 방송은 14일(한국시각) 확진자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해당 보도에는 무증상자가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권리를 보장한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터뷰도 담겼다. 독일 데페아(dpa)통신은 "한국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언론 라스탐파는 '한국, 마스크 쓰고 선거 치르는 국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전 세계의 방역의 모델이 되었듯이, 팬더믹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중화권 매체들 역시 한국의 이번 총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홍콩 명보, 대만 자유시보 등 중화권 매체들은 한국이 여러 예방조치들을 마련해 선거를 진행하는 점과, 자가격리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유튜브 캡처



코로나19 장기전 불가피 "전 세계 확진자 사망자 속출"

IMF "올해 OECD 국가 중 경제성장률 1위는 한국" 전망


한편 4월 16일 오후 6시30분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역시 14만 명에 근접했다. 특히 미국은 확진자 60만 명, 사망자 2만 명을 훌쩍 뛰어넘으며 전례없는 도전에 봉착했다.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 이란, 러시아,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아일랜드, 스위스, 스웨덴, 페루, 일본 등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중동, 오세아니아 등 대륙을 불문하고 이미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 할 것 없이 유럽 각국에서는 사망자가 수천 명, 수만 명 속출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맵 (캡처)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빛내리 교수를 필두로 한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이는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큰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인도에서 발견되는 등 백신개발의 길에는 여러 어려움도 기다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미국 내부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2022년까지 연장해야 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정부는 신규확진자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세계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 IMF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가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국면을 맞을 전망이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입장에선 22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OECD 36개 회원국의 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OECD 회원국이 아닌 중국은 올해 1.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 미션단장은 한국의 신속한 경기대응 정책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어렵고 험난한 길이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전 인류가 최대의 도전에 직면했다. 바이러스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국가별 책임공방이 한창이고, 혐오와 인종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 형국에 인류애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우리는 씁쓸한 단면을 보고 있다


그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현재 한국은 한줄기 빛처럼 지금 국제사회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모든 국가가 한국의 대응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사례들을 배우고 싶어한다. 신규확진자도 20명 이내로 확연히 줄고 있고, 국민들의 극복의지도 투철한 만큼 머지 않아 국내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 정부와 시민들은 여력이 되는 한 우리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담으로, 얼마 전 제주도에 자가격리된 일본인이 우리정부로부터 구호물품을 받았다. 그는 "나까지 챙겨줄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감격한 나머지 트위터에 글을 게시했다. 이는 한일 양국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정부는 각국에 전세기를 보내서 교민들을 안전히 한국으로 데려왔다. 덕분에 중국, 이탈리아, 우즈벡, 몽골, 페루, 에티오피아(마다가스카르, 카메룬 교민 수송) 등에서 교민들이 무사히 돌아왔다. 특히, 우리정부가 주도적으로 다국적 전세기를 마련해 일본, 덴마크, 아일랜드, 체코, 미국 등 제3국의 국민들까지 무사히 데려오기도 했다. 진단키트부터 국민수송까지 우리의 외교력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확실하다.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국제사회 협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시기가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최전선에서 의료진과 공무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용감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똘똘 뭉쳐 이겨내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경의를 표한다. 대한민국 파이팅.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촬영한 사진 (무단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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