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총리가 송환법을 철폐하겠다고 발표한 속보를 접하자마자 친구에게 "한국에도 브레이킹 뉴스가 떴어!!"라고 반갑게 연락을 했었는데요. 돌아오는 답변을 보니 고작 속보 하나에 들뜬 나 자신이 너무나 경솔했다는 걸 여실히 느꼈습니다.
"우리에겐 5가지 요구가 있고, 이 모든 것의 실행을 원한다. 한 가지만으로 물러날 순 없다. 송환법 철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였습니다. 홍콩 시민들이 원하는 5가지는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위의 5가지입니다. 그중 가장 많은 이목이 집중된 원인인 '송환법'을 철회하겠다는 결정은 근원적인 홍콩 정치와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덮어버리는 것입니다. 평화 메시지로 안도감을 주고 난 뒤 세계의 관심이 홍콩을 떠나면 또다시 무슨 일이 빚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송환법 철폐는 결코 홍콩 민주주의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닙니다. 그 이후의 홍콩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언론사에서 잠시 일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IT, 기업 경제만을 다루는 부서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치적 문제를 널리 전할 길이 없어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나의 소중한 친구는 오늘도 거리를 나섭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일부는 민주 시위에 대해 '이만하면 되지 않냐', '질린다. 그만해라' 등의 냉소 섞인 말을 참 잘합니다. 이쯤 했으니 그만해도 될 일이었다면 홍콩 시민들은 언제 끌려가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지 모르는 공포를 무릅쓴 채 거리를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타인의 부당한 고통과 공포에 관심을 가지는 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이들의 기본 소양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콩의 시위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꽉 막힌 공간에서도 촛불을 틔울 수 있게 하는 산소처럼, 이번 홍콩 사태에서 우리의 역할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관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