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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Dec 26. 2021

우리가 끊임없이 '내적 갈등'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이유

앵거스 플레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의 성과를 관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매 순간, 매 초마다 비교당하는 환경 가운데 살아간다. 누군가는 억대 연봉을 받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고, 독특한 창작물을 선보여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한편 나 자신은 아직까지 마땅한 성과를 낸 적이 없다. 특출 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낼 감각도 부족하고, 어디 내놓을 만한 자랑거리마저 없다.


볼품없는 현실과 빛나는 결과를 비교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아닌 것 같다. 괜히 위축되고, 자신이 하찮게 느껴진다. 잘해볼 거라며 유행 따라 무엇인가를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잘 되지 않는다. 결국 이렇다 할 결과도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실패한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나는 한심한 인간이야' '세상에 나 같은 건 필요 없어' 자책하며 괴로움의 굴레에 빠진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의 작가 마야 안젤루는 자기 신뢰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일곱 소녀가 아이를 낳았다.

금쪽같은 아들이었다.

아이를 보자마자 소녀의 고통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러나 간호사들이 떠난 후 여자는 하늘이 노래짐을 느꼈다.

한 번도 소녀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려움에 떨던 어린 엄마는 어둠 속에서 한 목소리를 들었다.


"옳은 일을 할 때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야.

네가 하려던 일이 옳다면 생각하지 않고서도 저절로 하게 되니까"


그 소리에 마음이 가라앉은 소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옳은 일을 했다.


아들을 품에 안고 기쁜 마음으로 새날을 맞이했다.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기만을 바라며 매 순간 자신을 믿으며 아이를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를 낳고 두려움에 떨던 어린 엄마처럼 우리도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한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문제 때문에 힘들어할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기 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인간은 본래 갖가지 의문을 품는다. 우리는 왜 여기 있을까? 시간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 인간은 엉뚱한 욕망과 억제할 수 없는 열정과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느낀다. (...) 인간은 결국 뇌를 이고 산다는 게 문제다. p. 23"


책은 우리가 답을 내리기 힘든 문제로 고민하는 이유가 '뇌'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물의 뇌도 슬픔을 공유하고, 불안감에 시달리고, 종족의 죽음을 애도하고, 겁을 먹지만 '존재'자체와 연관된 고민을 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는 심오한 문제를 두고 고민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답할 수도 없는 온갖 문제를 제기하고, 온갖 감정에 수시로 휘둘린다. 그런 감정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해로운 것들을 탐닉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두려워하며, 노화는 죽음처럼 피할 수 없는 속성에 대해 분노하기도 한다. p.23"


복잡한 뇌 구조 때문에 우리는 심리적 혼란으로 인한 고통을 겪는다. 자신이 믿는 세상이 전부라 믿고,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통제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 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고, 상대의 가치 따라 살아갈 것을 선택한다. 자기 존중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인생으로 전락한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누구도 나의 가치를 정할 수 없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자기 가치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책은 자기 가치를 찾는 방법을 이렇게 소개한다.


자기를 확인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의 가치를 칭찬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창의성, 가족, 재미, 노력, 건강, 상냥함, 공정성, 사랑, 대담성 등 다양한 가치가 숨겨져 있다. 다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느라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다. 신경과학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가치를 칭찬받으면 뇌의 '두정 영역' '복측선조영역'이 활성화되어 자신과 관련된 정신적 표현을 하는 데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저서 <명상록>은 자기 의심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새벽마다 당신 자신에게 말하라. "나는 오늘 이기적이고 계략적이고 약탈적인 사람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선량함과 그 선량함의 미덕을 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어떤 것도 나를 해칠 수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추한 짓을 행하는 자들을 사랑할 것이다."


자신에게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소리 내어 말하기만 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우리의 핵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이것을 "자기 가치 자기 확인"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나는 소중해"로 끝나기보다 "현재 나의 가치가 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적어보며 남과 비교하느라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4년 뒤, 아들을 낳은 열일곱 소녀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모든 순간이 소중합니다. 그날이 마지막 순간일지 모르니, 별것 아닌 일로 만들지 말고 가장 중요한 날로 만들기 위해 모든 장비를 동원하세요. 나는 항상 그 점을 의식합니다. 그게 나를 아주 이상하고도 진지한 방식으로 존재하게 해 줍니다.


소녀 마야 안젤루는 내일 죽음이 당장 온다 해도, 오늘을 별것 아닌 날로 만들지 말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을 가장 중요한 날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홀몸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막막하더라도, 생계가 걱정되더라도 '실체화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최고로 보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실존주의자 사르트르는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 충돌을 겪다가 결국 죽는다"라고 말했다. 암울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간에 집중하며 살기로 결심했던 마야 안젤루의 비전보다 비관적인 결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는 인생의 절망에 굴복하지 않았다. '자기()'라는 존재에서 나름의 희망을 발견했다.


실존주의자 [장 폴 사르트르]


절망 속에서 진정한 낙관론이 싹튼다. 좋은 일이 우리에게 저절로 오지 않음을 아는 낙관론, 그리고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안기기 위해 우리 자신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즐거움.


마야 안젤루와 사르트르는 구체적인 생각은 달랐지만, 삶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바로 지금 뿐이며, 심장이 뛰는 매 순간을 도전으로 받아들일 것은 동의했다. 덧붙여, 사르트르는 '순간을 소중히 여김'을 다음과 같이 재해석했다.

나는 매 순간을 움켜쥐고 천천히 빨아먹는다.


결국, 인생은 비이성과 우연한 충돌로 가득하며, 지금의 즐거움을 누릴 기회 또한 가득하다. 단지 우리가 그 기회를 붙잡느냐에 따라 매일 '감사한 삶'과 매일 '괴로운 삶'으로 나뉘는거라 볼 수 있다. 삶의 형태와 상관없이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열일곱의 나이에 아이를 낳은 안젤루의 선택처럼, 그리고 죽음이라는 비참한 결말에 괴로워했던 사르트르의 선택처럼, 우리도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기원전 20세기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문학 작품인 <프타호텝의 지혜>는 불확실한 인생을 사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살아 있는 한,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라. 다른 걸 쫓느라 한순간도 낭비하지 마라.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라.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라.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문학이 어떻게 인간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했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문학과 과학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주제를 적절히 활용해 각 작품마다 숨겨진 '의미'를 찾도록 이끈다. 책은 이러한 장치를 '테크놀로지'라 표현하며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작가들의 노력을 '신경과학'으로 풀어 문학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문학은 인간 생물학에서 제기되는 심리적 도전에 맞서도록 돕는 서술적, 감정적 테크놀로지였다. 아울로 인으로 존재하는 데서 제기되는 의심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발명품이었다. (...) 그 발명품은 우리 마음을 치유하고 정신을 고양시키고 생기를 불어넣으며 우리를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키면서 문학을 풍성하게 가꿔주었다. P.26 - 29"


앞서 언급한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의 주인공 마야 안젤루의 고백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생각해보면 분명 자신에게도 특별한 가치가 존재함을 발견한다. 그러니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활용해보자.


<참고도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1370580


※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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