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섭 <라이프 트렌드 2022>
대학을 졸업하고 문화생활과는 담을 쌓았다. 예술 전공이었던 터라, 반강제적으로 문화생활을 해야만 했다. 여기에 피로감을 잔뜩 느낀 나는 전공과 완전 다른 직업을 선택했고, 음악 공연, 뮤지컬, 전시회에 발길을 뚝 끊었다. 돈 벌면 책을 샀고, 여행을 갔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녔다.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꼈던 나는 퇴사를 결심했고, 거의 2년간 수도승처럼 살았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정리했고,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다. 운이 좋게도 프리랜서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고, 꾸준히 잘하다 보니 취업까지 성공했다.
내가 살던 곳과 달리, 회사가 위치한 곳은 문화생활할 장소와 꽤 가까웠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조금만 가다 보면 온갖 신기한 것을 즐길 수 있었다. 여기 있는 동안, 내가 살던 지역에서 누리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다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라이프 트렌드> 내용 중 하나인 '디지털 자산과 NFT'와 연관 지으면 좋을 것 같았고, 가방 하나를 챙겨 덕수궁 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기대와 달리 전시된 작품은 올드했다. 내가 원하던 느낌이 아니었다. 나는 조금 더 대담하고, 기괴하고, 충격적인 작품을 원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이나 좋아할 것 같은, 정겨운 시골이 담긴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어떻게 감상할지 난감했다. 물론 조용하고 분주한 미술관 느낌은 좋았다. 뭐랄까, 작품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전시 이름은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었다. 박수근 화가가 누구인지 잘 몰라 검색해보니, 각 작품마다 억대를 호가하던 화백이었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현재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고 한다. 다음 사진은 직접 미술관에 가서 찍은 작품들이다.
<라이프 트렌드>를 읽으며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이 작품은 NFT로 바꾼다면 잘 팔릴까? NFT는 지금 가격보다 조금 더 저렴할까? NFT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 작품에 어떤 장치를 해야 할까? 같은 생각만 했다.
NFT는 "디지털 아이템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암호화 자산"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JPG 파일에 가치를 매겨 소유권이 없는 사람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캡처해서 아무 곳에나 뿌렸던 기존 JPG 파일과 완전히 다른 쓰임새를 갖는다. <라이프 트렌드>는 NFT 작품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실물 진품은 한 명만 소유할 수 있지만 NFT로 만든 디지털 진품은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소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도 가능하다. p.195"
NFT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대표 작품은 Beeple이다. 이 작품은 하드 드라이브에 2만 1069 X 1069 픽셀 사이즈의 JPG 파일과 작품 인증서, NFT를 같이 담았다. Beeple을 제작한 아티스트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NFT 거래소에 경매로 내놓았고, 693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한화 약 785억)
세상은 왜 NFT를 주목하고 있을까?
바로 작품의 진위 여부 때문이다. 실물 작품은 언제든 위조될 가능성이 크고, 위조 여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라이프 트렌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작품이 비싼 화가들조차 위작 스캔들에 자주 휘말린다고 한다. 그래서 예술품에 관심이 많은 부자일수록 더더욱 NFT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언급한다.
"고가의 미술 작품은 늘 진위 논란도 따른다. 위작이자 복제는 실물 작품도 가능하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진품이 아닌 위작을 거래하는 시도가 자주 발생하는데, 적어도 NFT는 근거와 거래가 투명하게 다 확인되기 때문에 위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디지털에 한해서다. 미술 수집가나 투자자들은 위작에 속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적어도 NFT에서는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이 NFT 시장을 키우려는 이들이 내세우는 킬링 포인트다. p.198"
NFT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일부는 반짝 나타났다가 소수만 이익을 보고 반짝 사라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마치 닷컴 버블*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미래를 이끌 차세대 혁신 자산이고,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과연 NFT가 정말로 자산의 한 형태가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관련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며 입체적으로 관련 지식을 축적하는 것밖에 답이 없는 듯싶다.
*닷컴 버블: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산업 국가의 주식 시장이 지분 가격의 급속한 상승을 본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친 거품 경제 현상 (위키백과 출처)
<라이프 트렌드>는 NFT에 대해 열린 결말을 내린다.
"현대 미술에서는 변기를 가져다가 이름과 의미만 부여해 놓은 작품, 자기 피를 뽑아서 두상을 만들고 얼린 작품, 자기 똥을 캔에 넣어 만든 작품 등 처음에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예술로 인정받은 작품도 많고 아주 비싼 값으로 팔린 일도 많다. 예술에는 한계가 없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다 예술적 도전이다. NFT에서도 이런 도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p.200"
"예술 작품의 가치, 즉 콘텐츠의 가치이자 콘텐츠가 만드는 디지털 자산의 가치는 공산품처럼 원가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p.200"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