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댄커트, 존 D 이스트우드 <지루함의 심리학>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을 호소한다. 시간이 주어졌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고, 뭘 해도 의욕이 안 생긴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면 공부하고, 운동하고,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지 않는다. 평소처럼 TV 예능을 보고, 가십거리를 찾아보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코로나 이후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고,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무기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코로나를 극복할 수 없고, 취업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김경일 교수는 무기력을 이겨내려면 먼저 번아웃과 무기력증의 차이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번아웃: 의욕적으로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에너지 고갈,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무기력증: 에너지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것. 에너지의 방향을 잃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현상이자 잘못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상태이다.
무기력을 극복하려면 에너지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뛰어난 심리학자이자 오랫동안 '지루함'을 연구한 제임스 댄커트, 존 D 이스트우드 교수의 책 <지루함의 심리학>은 요즘 현대인들이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무기력과 지루함을 해결할 놀라운 방법을 제시한다.
《지루함의 심리학》을 통해 우리는 그런 경향을 바꾸고자 한다.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은 지루함이라는 인간의 경험을 조망하기에 적합한 학문이다. 우리의 방법론은 광범위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설명할 수 있으며 지루함에 관한 다양한 방법론을 취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은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괴로워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루 종일 TV, 유튜브를 보면서 괴로워하는 이유는 무언가 할 일을 찾고 싶다는 의미와도 같다. 지금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언젠가 만족스러운 일을 찾아 행복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내는 셈이다. 잘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면 죄책감 없이 시간을 죽이는 활동을 했을 것이다.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이것은 '나아지고 싶다'는 일련의 신호라고 보면 된다.
책《지루함의 심리학》은 "극심한 지루함은 우리가 능력을 낭비하고 있고 주체적으로 세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표현하고 개발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말하며 지루함 속에 숨은 의미를 발견할 것을 강조한다. '지루함은 부정적이다'라는 기존의 편견을 넘어 지루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책 《지루함의 심리학》은 "그들은 경험의 이유와 행동 지침이 되는 일관된 가치관과 신념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각자 인생철학이 명확하고, 어떤 행동을 할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그냥 이거 안 하면 뒤처질까 봐' '남들이 다 하니까' 이유가 아닌, '꿈을 이루기 위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같은 목적으로 활동을 선택한다.
듀케인대학 리처드 바그딜 교수는 "중요한 인생 계획의 부재가 만성적인 지루함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무기력에서 당장 벗어나고 싶다면 먼저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을 강조한다. 책은 지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렇게 꼬집어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지루함을 쉽게 극복할 수 없을까? 책 <지루함의 심리학>은 5가지를 근거로 설명한다.
정서가 메마르면 인생의 목적을 잃고 이리저리 방황한다. 지루함을 극복하고 어떤 행동을 꾸준히 하려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해야 한다.
지루함을 잘 느끼는 사람은 주변 환경에 둔감하다. 무언가 자신을 자극해야만 겨우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극적인 활동, 각성 상태를 일으키는 활동을 찾으며 지루함을 달랜다.
내 힘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할수록 지루해진다. 관심 대상을 통제하고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할 수 있을 때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활동 자체가 보상이 되는 '내재적 동기부여'가 주어졌을 때 지루함을 덜 느낀다. 어떤 행동을 할 '이유'가 주어졌을 때 지루함을 극복한다.
막연한 걱정, 불필요한 감정에 신경 쓸수록 점점 더 지루해진다.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자기 통제력이 주어졌을 때 지루함을 이겨낸다.
결국, 지루함과 무기력, 그리고 게으름을 해결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명확한 목표 없이 '아...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아... 공부해야 하는데...' '아... 독서해야 하는데...' 같은 고민은 어느것도 해결해줄 수 없다. 작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때 비로소 지루함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책 《지루함의 심리학》은 매우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의 평범함을 받아들이고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기꺼이 시간을 견디고 용감하게 일상을 마주할 때 지루함을 이기고,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무기력과 게으름에서 탈출할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활동을 선택하고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해 보자. 이렇게 한다면 당신은 진짜 긍정을 맛보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한한 존재가 돼야 삶이 생명, 감정, 기쁨, 두려움, 연민 등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열정은 하찮은 존재가 갖는 특권입니다.
-러시아 출신 미국 시인 겸 에세이스트 조지프 브로드스키-
<참고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