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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웅 Sep 22. 2019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모으기 大프로젝트

첫째 누나 가족이 남양주로 이사를 갔다 하여 ‘신도시 아파트는 어떻게 생겼나’하고 구경을 갔다. 신축 아파트 17층의 좌측 문을 열자 길고 널따란 집이 나왔다. 여기서 축구를 해도 되겠다 싶어서 조카 방에서 탱탱볼을 꺼내 공을 찼다. 7살 조카와 메시 놀이를 하다 천장 조명을 깰까 무서워 그만두고 집 구경을 마저 했다. 나는 남의 집에 놀러 가면 가장 먼저 서재를 찾는다. 서재에 꽂혀있는 책만으로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내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누나와 매형은 서재가 없었다. 책이라고는 대학시절 기계공학 서적 몇 권이 전부였다. 그러다 전공 서적 사이에 가려진 <동물농장>을 겨우 발견해 얼른 꺼냈다. 



가끔 서점에 들러 다닥하게 꽂혀있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흘겨본다. 민음사의 전집은 디자인이 수수하면서도 깔끔하다. 언젠가 저것들을 하나씩 집에 들여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내 방 책장에 저것들이 나란히 꽂혀 있으면 얼마나 배부를까 싶었다. 매형은 흔쾌히 조지 오웰의 책을 나에게 주었다. 집에 오자마자 세계문학전집 목록을 펼쳐 지금까지 내가 읽은 것과 읽고 싶은 것을 구분했다. 한국단편문학선1, 파우스트, 수레바퀴 아래서,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부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맥베스,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돼지꿈, 신곡,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한여름 밤의 꿈, 분노의 포도, 순수의 시대, 무정, 이방인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까지. 이것들을 하나씩 내 방에 들여올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떠오른다. 


평소에도 중고 서점을 자주 들러 책을 산다. 그래서 중고 책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책은 가장자리에 손 때가 조금 묻어있는 편이 본모습 같다. 민음사 책 한 권에 만 원을 왔다 갔다 하니 중고 서점을 애용해야겠다. 인생의 작은 목표가 생겨 심심한 기분이 한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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