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기웅 Sep 21. 2019

내 멋대로 벨트 매는 법

바지에 벨트를 못 차고 나올 만큼 분주한 아침이었다. 벨트를 대충 가방에 쑤셔 넣고서 집을 나왔다. 나는 벨트꼬리를 바지 왼쪽부터 넣어서 오른쪽으로 뺀다. 그럼 버클이 왼쪽에 가게 된다. 유아용 고무줄 바지를 졸업하고서부터 종종 허리띠를 차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시절엔 매일 벨트를 매고 다녔다.


그런데 오늘 화장실에서 벨트를 매려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늘 매 오던 방식으로 벨트를 차니 로고가 거꾸로 가있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난 십 년 동안이나 이렇게 맸는데. 

?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했다.

“로고에 맞게 벨트를 매면 돼, 별거 아니잖아”

벨트 꼬리를 바지 오른쪽부터 넣었더니 느낌이 야릇했다. 버클이 반대로 되어있다는 것이 그리 큰 일도 아닌데 기분이 묘했다. 오늘 입은 바지는 허리통이 애매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큰 구멍과 작은 구멍을 번갈아 끼우는데, 그럴 때마다 손이 익숙치 않고 금방이라도 바지가 벗겨질 것 같았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 내 방식대로 벨트를 다시 맸다. 벨트 꼬리부터 왼쪽으로. 그제서야 바지가 편하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벨트를 쳐다보며 ‘내가 참 내 멋대로 산다’고 생각했다. 벨트 로고는 거꾸로지만 별 이상할 것 없었다.


아, 이런 것이 또 하나 있다. 독수리 타법. 나는 네 손가락으로 타이핑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오히려 독수리 타법이 더 빠르고 정확했다. 스스로 이것을 ‘불사조 타법’이라 정했다.


“자기 멋대로 산다”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기만의 멋’이라는 말, 그리고 ' 그렇게 세상을 살아낸다’는 것. 그건 개인의 인생사에 대한 찬사가 아닐까. 내일도 벨트는 왼쪽부터.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촌스러운 DN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