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이 가장 두려운 것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과 자주 했던 말이 있다.
가장 좋아해서 시작한 대상이, 그게 전부가 되어버리면 힘들어진다고.
내가 좋아하는 그 대상으로부터 내가 내 미래를 보장받아야 하고, 이익을 취해야 한다면 그 순수하게 좋아했던 마음이 퇴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글쓰고 읽고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연구인데.
어느 순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어려워졌다.
내가 얼마나 잘 읽고 쓰느냐에 따라서 나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달라지고 내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내게 들어온 이후, 글은 나에게 너무나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글쓰기가 무서운 연구자가 된 것이다.
이를 사람간의 관계에 빗대어 생각해본다.
내가 몹시 사랑하는 대상이, 나를 사랑하는지가 자신이 없다면. 나는 오히려 그를 마주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참 좋아했던 이 글이, 연구가, 나를 사랑하는지가 불투명하여 나는 그를 피하고 숨다가도 그리워한다.
참 글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많은 여정을 함께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글 한자 떼는 것이 어렵다. 원래 연구 논문은 그런 거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어디에서나 그렇듯 글쓰기에서도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한게 아닐까라는.
그게 없다면, 인간관계에서도 글쓰기에서도 회피하거나 가면을 쓰게 되어 있다.
내가 나로써 진솔하게 나아갈 용기는, 미움 받을 용기에서 오는 것 같다.
내가 정말 마음을 다해 표현했을 때, 그때도 상대가 나를 거부한다면 그러면 나는 돌아서면 된다.
내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미움 받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잘 보이고 싶다는 부담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나는 정직하지 못했고, 많은것으로부터 도피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다시 부딪혀보려고 한다.
많이 미숙하더라도, 부족하더라도 좀 더 솔직해보려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에게도, 글에게도 더 다가가는 내가 되려고 한다.
이렇게 약한 나여도, 이게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