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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Apr 01. 2022

중고책 판매 도전기

집에서 육아를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뭐가 있을까.

이것저것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전자책 판매부터 sns로 모임을 만들어 지식을 공유해 판매하고, 인스타나 유튜브를 하는 것 외에도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지만 어느 것 하나 잘 해낼 자신이 없어 넘치는 정보 속에서도 허우적거리며 방황하며 유튜브 영상을 기웃거리던 도중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부업거리 하나를 발견하였다.


바로 아동전집 중고책 판매.

큰애가 돌 지날 때쯤부터 전집을 사주면서 여러 전집들을 비교해가며 나이에 맞는 책들이 있나 늘 찾아가며 아이에게 책을 사줘왔는데 둘째가 태어나면서 둘째까지 보여줄 생각을 하니 책을 구입하는데 서슴없이 돈을 써왔고 책에 흥미를 잃을까 싶어, 재밌는 책을 고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었다. 그러다 아동전집 중고책  판매 사업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있어도 할 수 있으며 적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이백 삼백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는 바로 중고책 파는 법에 관련된 전자책 pdf파일을 결제했다.


자기!

내가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일을 찾았어! 나 이제 부자 될 거 같아.

그렇게 김칫국을 마셔대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블로그를 이용해 매입 관련된 홍보를 해야 했는데 블로그 운영을 해본 적 없는 나는 처음부터 지레 겁을 먹고 좌절하려는 찰나 이왕 시작한 거 전자책을 구입한 게 아까워서라도 일단 믿고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스킨을 꾸미고 알려주는 대로 글자 수와 사진을 넣어가며 첫 게시글을 올렸는데 신기하게도 첫 페이지에 내 글이 노출되었고 어렵게 생각했던 블로그지만 누군가에게 배우니 역시 빠르게 배움을 얻을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블로그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이 아닌 상업적인 글을 쓰려고 하니 점점 흥미를 잃었고 무엇보다 덜컥 나의 블로그를 보고 중고책 매입한다는 전화라도 오면 어쩌나 싶어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는 생각을 한 나는 블로그 포스팅을 멈추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구매한 전자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나갔다. 두세 번쯤 읽었을 때 당근 마켓이라는 글자가 보였는데 당근 마켓에 싸게 올라오는 전집들을 받아서 되팔아도 한 달에 부업으로 꽤 쏠쏠하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나는 마진을 적게 남기더라도 우선 부담 없이 당근 마켓을 이용한 중고책 판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중고책을 매입하는 기준은 큰 애가 여섯 살이기 때문에 6세 이상의 아이가 볼 수 있고 상태가 아주 좋은 것만 매입하기로 기준을 정했고 당근 마켓의 키워드 알림을 설정해놔서 알림을 받고 괜찮다 싶은 물건은 바로 메시지를 보내 책을 매입하였다.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처음이라 싸게 가져온 건지 비싸게 가져온 건지 헷갈렸지만 몇십 만원씩 주고 전집을 사 오던 내가 상태 좋은 책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사서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것만으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책을 가지고 와서 새벽까지 한 권 한 권 깨끗하게 닦으며 흠이 있는지 없는지 열심히 검수를 하고 있는데 다음날 둘째 아이가 그만 시디 케이스를 박살 내었다.

우리 아이 보여줄 생각으로 구입하자 해놓고 15개월 아기에게 내 사업 다 망했다고 삐쳐가지고 하소연하는 철부지 엄마.

어쨌든 판매할 때 쓰려고 사진도 미리 찍고 사진과 내용을 넣어 중고장터 외 여러 사이트에 책을 올려놓고 판매가 될 때까지 깨끗하게 읽기로 했다.


한 번은 책을 매입하러 집과 좀 떨어진 서울에 다녀왔는데 저녁에 책을 거래하기로 해서 아이들을 친정집에 맡기고 남편과 서울 데이트를 하다가 책을 가져 올 생각이었다. 주차를 하고 나오는데 실내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맛있게 칼국수를 먹는 사람들을 보고 어느새 칼국수를 주문하고 있는 우리, 칼국수 먹고 커피도 한잔 사 마시고  다이소에 들려 가위도 샀다. (서울에 와도 변함없는 우리의 데이트 코스는 칼국수집과 다이소.) 

좋은 분을 만나서 책을 덤으로 더 주셨는데, 이날 주차비 6000원에 오늘 데이트한 값 빼면 중고책 팔아도 적자겠구나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중고책 덕분이 데이트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집에서 아이들만 보다가 무언가 내가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활력이 넘치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가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해 가격을 낮춰놓지 않은 상태라 판매하는 것까지 거래를 마치지 못했지만 나는 이번 중고책 거래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중고책 사업, 그만두련다..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또 깜빡 잊고 있다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유료 구매한 전자책에서는 집에서 안 보는 책을 수거여 수고를 덜어주고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인터넷에서 중고로 거래되고 있는 가격보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저렴하게 책을 가져와야 하고 블로그에 홍보도 해야 하고, 사람 마음먹기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고 하지만 내겐 중고책을 파는 일이 영업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내겐 큰 장벽처럼 느껴졌다.

물건도 팔아보고 중고책도 사보면서 팔 때는 깎아주고 살 때는 에누리 한번 못해 보고 가져오는 내게는 내 성격상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떼돈을 벌거 같던 중고책 부업은 막상 시작해보니 돈을 벌기는커녕 쓰기만 한 게 다지만 그래도 안 했으면 뭘 했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하다 언젠간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겠지.라는 위안도 삼았다.

유튜버 N잡하는 허대리 채널에서 허대리님이 한 말이 떠올랐다.

저는 열다섯 번째에 이거 하나 성공한 사람이에요. 시작하기 전엔 쉬워 보여서 시작하면, 생각보다 어려워서 포기하게 되는데 그럴 때는 또 다른 걸 시도해요. 그리고 하다가 안 맞으면 포기하고 그렇게 열다섯 번을 도전한 게 이 유튜브였고 이거 하나가 잘되어 이걸로 인해 다른 것도 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있어요.

또 한 번의 실패로 끝나버린 중고책 부업이지만 허대리님의 말이 내겐 위안이 되었고 비록 영업과도 같은 이 일이 내겐 부담스러워 그만두게 되었지만 이번 중고책 판매를 통해 해보고 싶은 다음 머니트리가 생겼다.


아빠의 가게 살리기 프로젝트.

 한지역에서 35년 가까이 땅 파고 흙파고, 다른 집 변기 뚫어가며 설비일을 하는 아빠지만 기술보다는 마케팅에 능한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돈벌이가 어려워져 힘들어하는 아빠를 위해 블로그 운영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중고책을 팔기 위해 배웠던 약간의 블로그 실력을 바탕으로 아빠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보태 일단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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