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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Mar 18. 2022

이민을 위한 머니트리 만들기

ep2. 가정주부 하루 19만 원 벌기

절약하고 포인트를 모으는 것 외에 두 아이를 돌보며 지금 당장 현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좁은 집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보고 이참에 대청소를 하고 안 쓰는 물건을 중고로 팔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팔아서 돈을 벌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흐지부지되었을 계획이지만 봄이 되고 청소도 할 겸 안 쓰는 물건은 미리 팔아치워 버리자는 생각을 하니 곧바로 시작 모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베란다 청소중인 남편

해외 이민을 생각하고 있지만 정확한 계획이 없는 상태여서 집에 있는 물건을 시원하게 다 팔지는 못하지만 좁은 집에 자리만 차지하는 다시 쓰지 않는 물건들을 찾아보기로 했고 가장 먼저 나의 눈에 띈 물건은 아이들 장난감방 책장에 진열된 부동 산책들이었다.

큰딸을  낳고 정신적으로 힘들던 시기에 부동산 투자를 배워 외국에서 따박따박 월세 받고 살아야지라는 야무진 꿈을 꾸고 3-40권이나 되는 책을 사들였지만 예쁘게 진열해놓고 여전히 예쁘게 진열만 되어있다.

이참에 팔아버리라는 남편의 말에 왠지 이 책들을 팔면 영영 부동산과 더 멀어지는 듯한 불안함에 일단 이 아이들은 조금만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부동산 책 외에도 나는 책을 사서 읽는 편이라 집에 많은 책이 있지만 책을 나중에 아이들에게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보물처럼 보관하는 편이라 책들은 내놓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

중고로 물건을 내놓으려고 마음먹고 중고나라와 당근 마켓 어플을 처음 깔아 들어가 보았는데 귀찮아서 버리거나 아는 사람에게 주거나 하여 중고로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던 나는 판매자가 되어보니 중고거래가 신기했다. 특히 당근 마켓에선 이웃사람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나눔이라고 올리고 안 쓰는 물건을 그냥 건네주는 거래도 하는데 아이들 책장이 필요해 사려던 참이었던 나는 배송비도 들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 거래하는 당근 마켓에서 책장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건조기를 산 후 자리만 차지하고 쓰지 않는 빨래걸이를 나눔 하려고 했는데 손빨래를 많이 하는 친정집에 빨래걸이가 없다고 하여 결국 친정집으로 나눔 해버리고

남편 생일에 사준 비싼 필립스 전기면도기도 한 번인가 쓰고 안 맞는다고 안 쓰고 처박아둬서 면도기도 중고장터에 팔려고 했 친오빠가 전기면도기가 고장 났다고 해서 이것도 친오빠에게 나눔 하게 되었다.

꺼내놓으니 막상 쓸 일이 있어서 좋긴 좋은데 돈은 언제 벌지.

 

이 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추억과 미련이 남아 물건을 내놓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아이폰과 속기키보드, 골프채 세트, 수유쿠션, 전기면도기, 노트북 정도만 일단 내놓기로 했다.


아이폰은 최신폰이지만 화면이 꺼졌다 켜졌다 하여 싸게 올렸는데,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솔직하게 사진과 글을 적었어도 물건을 받후에 해코지할까 걱정되어 핸드폰 장사하시는 분 아니면 구매 안 하시는 게 좋을 거라고 이야기해드렸다. 솔직한 메시지가 고맙다고 했지만 소심한 나는 결국 판매를 못하고 문의가 많이 와 보류로 해놓은 상태다.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흠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중고장터에 올리는 일은 게으른 내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 수 없었는데, 그 와중에 중고로 내놓을 물건들을 닦으면서 옛 추억이 떠올랐다.

언 10년 전 나는 속기사가 되어 국회로 나아가겠다는 20대의 나의 꿈 안고 엄마에게 이백만 원이 넘는 키보드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끈기없어 금세 그만둘걸 잘 알았던 엄마는 안된다고 하셨고, 신의 개시인지 때마침 엄마 차 뺑소니  잡혀 생각지도 못한 보상금에 엄마는 흔쾌히 키보드를 사주다. 이백만 원이 넘는 키보드를 선물 받고 열심히 해야 했지만 런저런 핑계를 대고 그만둬버린 속기는 국회 근처에도 못가보고 눈물겹게 30만 원에 내놓 상태다.

속기 이야기만 하면 아직도 엄마 아빠는  몇 달 하다가 때려치웠다며 혀를 걷어차며 아직도  잔소리를 하는데, 중고로 내놓으려고 그때 얼마에 샀는지 물으려 전화했다가 또 한소리를 듣고 눈치 없는 나는 30만 원에 내놓았다는 건 이제 나만 아는 비밀이 되었다.

양심적으로 속기 판 돈은 부모님께 다시 드려야지.


돈이 되는 게 또 뭐가 있을까 찾다가  예전에  엄마가 더 이상 안 쓴다고 아는 사람 있으면 주라고 했던 골프채들이 생각났다. 골프를 치는 지인이 없어 친정집 방에 멀쩡한 골프채 가방이 굴러다녔는데 이번 참에 필요로 하는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중고로 내놓았다. 금세 팔린 골프채 세트는 골프채 시세를 잘 몰라 싸게 판 건지 비싸게 판 건지는 모르겠지만 버릴 때 낼 딱지값을 아끼고 여기에 19만 원이나 받았으니 대만족이다.


수유쿠션은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얼룩이 묻어서 나눔 하려 했지만 나눔 하기도 죄송해서 누구 주지도 못하고 집에서 뒹굴. 

결국 독서대로 쓰니 허리가 편한것 같아  이렇게라도 쓰는중.

엄마는 골프채를 팔아서 좋았는지 버릴 거 하나 없다던 엄마가 집에 안 쓰는 물건들을 줄줄 이야기하시면서 앞으로 얼마 동안은 중고거래를 해보면서 이것저것 내놓느라 바쁠듯하다.

지금까지 중고거래로 판 물건은 아직까지 골프채 세트 하나. 19만 원을 벌 수 있었다.

나는 요즘 중고마켓에 푹 빠져 구경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번에 옮긴 아빠 가게에 필요했던 모니터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고 중고가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던 아빠도 깨끗한 물건을 보고 엄정 좋아하셨다.

이번 중고거래를 하면서 어쩌면 중고거래로 내 물건이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두 아이를 돌보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외 이민을 생각하는 내게 온라인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곤 하는데

꼭 돈이 목적이기보다 이민생활이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자존감을 지키는데 자기 일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았다.

중고거래

싸게 사서 조금 더 얹어서 팔기

지금 당장 해볼 만한 일이고 온라인 판매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내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잘 됐을 때를 생각하면 한국에 동업자를 두어도 충분히 해외에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정도로만 썼던 블로그였지만 아빠의 부탁도 있었고 해서 35년 된 가게 키워보려 한다.

얼마 전 중고 관련 포스팅 글을 쓰고 상위 노출을 경험하며 너무도 신기하여 아빠 가게를 살려보는 것이 하나의 설레는 꿈이 되었다. 혹시 모르지. 잘되면 해외에서 포스팅해주고 소정의 용돈을 받을 수 있을지도.


유튜브

내가 쓴 글을 영상으로 만들거나 이민생활을 영상으로 찍어 한국의 가족들도 보고 수익화까지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구매대행

한국에 계신 우즈베크 이모님이 우즈베크 사람들이 보는 사이트를 만들어 한국의 화장품을 우즈베크로 보내 팔고 계시는데 물건을 한국처럼 편하게 사지 못했던 불편함이 기억이 난다.

우즈베크의 아직까지 성장하지 못한 인터넷 판매사업을 한국처럼 성장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즈베크어

하다가 접었던 우즈베크어. 우즈베크어를 못하는 나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된 우즈벡어책이 많이 없어 한국사람들이 우즈베크어를 배우기가 어려워 우즈베크에서 필요한 단어들을 엮어 단어 장책을 만들어 판매해보고 싶다.

수요가 적어 출판사에서는 거절했지만 나는 우즈베크 사람과 한국사람들을 위한 필수단어 노트를 꼭 만들어내고 싶다.


한국어

현지에서 한국어 가르치기

우즈베크 남편은 우즈베크 이민생활에서 내가 잘 적응했으면 하는 마음에 우즈베크에서 일을 해보기를 권했는데 그것이 바로 우즈베크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우즈베크 생활이 더 빨리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어 그런 것 같은데 나 또한 남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처럼 다른 우즈베크 사람들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쳐주면 사명감과 함께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갤럽 강점 검사에 나왔던 나의 강점과 mbti를 보면 선생님과 작가 마케팅 관련 일이 내게 잘 맞다고 나왔는데 실제로 나도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이 있다. 선생님을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진 않기에 지금 해볼 수 있는 것 중 한국어 자격증을 따 보기로 했고 현재 학점은행제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중인데 이것이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죽도 밥도 안되면 이 자격증을 내세워 동네 꼬마들에게 무료로 가르쳐보고 우즈베크어도 배워가며 스펙을 쌓고 보람도 느껴보고 싶다.


남편도 나만큼이나 하고 싶은 게 많이 있는데 2년 전 집에서 작게 시작한 시어머님의 빵 사업이 지금은 제법 커져서 가게를 차리고 빵을 싣는 트럭에 온라인으로 광고까지 하게 되고 학교와 시장에 납품하는 가게로 급성장하였는데 남편은 한국에서 기계를 보내서 어머님 가게 옆 매형의 빈 건물에 카페를 차리고 1층엔 매형의 세차장을 함께 운영하며 손님을 다각도로 모으겠다는 꿈을 품고 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

그리고 우즈베크로 가기 전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바리스타학원에 등록하여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고 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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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남편과 딸이 우즈베크에 갔을 때 딸아이를 데리고 동네에 돌아다니면  공짜로 먹을 것도 주고 조금 알고 지내는 분들은 신발 선물에 옷 선물에,

남편 한국에서 온 걸 알아서 친해지고 싶어 하고 한국사람이라 더 그러는 것 같다고 했는데 감사하면서도

막상 이민을 가서 변변찮게 생활하면 어떡하나, 다들 자기 일을 하는데 나만 백수로 집구석 부엌데기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뭔가 내가 더 잘살아야 할 것 같고 더 퍼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었다.

앞으로 계획하는 일들 생각과 결과들을 정리해가며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적어도 우즈베크에서 자발적인 며느리가 아닌 무기력한 부엌데기가 되지 않도록 더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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