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이제와 시작한 이유
끝물이라고 말하는 블로그, 도전합니다
블로그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의 말을 많이도 들어왔지만 이제는 레드오션이네, 끝물이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릴 때면 안 하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1일 1포 스팅, 키워드 분석, 쉬워 보이면서도 복잡해 보이고 성실함까지 겸비해야 되는 듯한 뉘앙스에 뭐든 쉽게 잘 시작하는 나이지만 블로그를 할 자신은 없었으며 해야겠다는 마음조차 쉽게 들지 않았는데 그랬던 내가 이제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아버지 때문.
얼마 전 우연히 중고책 판매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돈을 벌어보겠다고 중고책 판매하는 법을 배워보고자 pdf 전자책을 구입한 나는 공부를 하다 보니 중고책을 판매하는 일조차 블로그 운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구입한 pdf를 통해 지역 광고와 홍보를 하기 위한 블로그 운영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중고책 판매 사업에는 실패했으나 배우는 과정에 있어 pfd에 나온 대로 블로그 운영법을 따라 해 봤더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상위 노출을 경험하게 되었고 우연히 접근한 블로그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블로그의 세계가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해 볼 만하겠다는 자신감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왔던 블로그.
중고책 판매로 돈은 벌지도 못하고 쓰기만 했지만 들어간 시간과 투자비용이 아까워서라도 배운 블로그를 한번 써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블로그를 꼭 해내야 하는 이유와 도전의식을 자극하는데 아빠의 가게 홍보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설비일을 해왔지만 마케팅 잘하는 젊은 설비업체 사람들에게 밀려 매출이 줄은 상태였고 알면서도 늘 좀만 더 하다 그만두고 시골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아야지 라는 말만 수백 번 하시면서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아들 걱정과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게 남으셨는지 일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계신 아버지였다.
이런 상황에 아버지께선 내가 블로그를 해준다면야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셨는데 생각해보니 15년 전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는 사촌오빠에게 부탁해 블로그를 운영해보기도 하고 광고 한번 넣어보라는 마케팅 직원의 말에 비싼 돈을 써가며 유료광고까지 했었는데 누구 하나 자기 일처럼 신경 써주지 않아 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는 이참에 잘하지는 못하지만 사명감을 갖고 내일보다 더 열심히 해보리라 다짐하였고 이주일 마다 한 번씩 아버지와 미팅 자리를 갖고 2주 분량의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블로그 포스팅할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큰 애가 학원가는 시간 등을 활용해 틈틈이 블로그 글을 수정하고 영상을 만들어 블로그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아버지와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나눌 때는 블로그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지 나조차도 100% 이해 못 한 블로그를 아버지에게 가르치려 들었으며, 이해 못 하는 아버지에게 짜증을 내면서 어느새 티격태격.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블로그는 오랜만에 결혼 전 고집불통 딸로 돌아가 아버지와 쌈닭처럼 싸우는 여전한 부녀 사이인듯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게 아버지도 나이가 드신 건지 싸움이 날 것 같으면 말수를 줄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고 나중에서야 죄송한 마음이 들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포스팅을 할때는 아버지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주말에도 블로그를 하느라 밤을 새며 블로그에 매진 하였는데 두 번째 미팅부터는 어느 정도 블로그 형식과 틀이 갖춰지고 여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해지니 어느새 시간도 단축되고 제법 능숙해져 갔다.
블로그를 운영한 지 두 달 가까이 되어가는 이때, 가게 홍보에 있어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된 아버지 가게에 대한 정보가 기본 정보만 등록되어 있어 성의 없이 보였고, 또 다른 문제는 돈이 된다는 키워드는 상호명 때문인지 검색해도 아버지 가게가 노출이 안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블로그를 하고 있는 기대감에 요즘 전화 문의가 늘었는지 엄마에게 살짝 여쭤보니 별 차이 없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나를 격려해주려는 아버지였는지 그래도 인터넷 보고 전화했다며 전화가 몇 통씩 들어온다고 말해주는 아버지였다.
어떻게 하면 매출이 늘까 고민하며 방법을 찾던 중 나는 파워링크 광고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집에 방문할 때마다 용돈을 쥐어주고 옷 사주라고 주고, 이런저런 이유로 주는 돈이 꽤나 많다는 생각을 해왔었고 주지 말라고 해도 통장으로 넣어주시는 아버지가 주는 이 돈을 광고비로 쓰고로 결정하였다.
사실 아버지가 주는 용돈을 처음엔 당연한 듯 받아왔는데 어느 날부터 죄송하게 느껴져 이 돈을 모아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려고 생각했고 생각과는 다르게 통장에 있으니 써버리는 게 돼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는데 이 돈을 아버지를 위해 의미 있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광고를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부족한 키워드에 광고를 넣고 블로그 공부도 해가면서도 운영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두어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서 부모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아버지의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면서 너무 당연해서 모르고 지나갔던 일들, 그리고 깨닫게 된 것들이 있다.
자식들 대학까지 보내주며 먹이고 입히고 할 수 있었던 아버지의 설비일이 처음으로 감사하게 느껴졌고 한 번도 관심을 기울인 적 없었던 아버지의 일에 대해 잘 알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퇴근하고 들어오신 아버지의 모습은 항상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하얗게 모래가 잔뜩 머리카락에 쌓여 있었는데 매일같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여서 우리 가족은 더 그러려니 해왔던 것 같다.
젋을때 건강한 몸만 믿고 쉬지도 않고 몸을 함부로 써댔던 아버지는 어렸을 때 집에 돌아오면 늘 우리에게 안마를 부탁했는데 서로 안 하려고 하는 오빠와 내게 용돈을 준다고 하면 서로 하겠다고 했던 우리 남매였다.
젊었을 때부터 큰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배웠던 설비일로 35년 가까이 남의 집, 수도와 변기를 뚫어가면서 일을 한 아버지.
가난을 물려받아 쓰레터집에서 살았던 우리 가족은 여름철 물난리가 날때마다 집에 있는 물건을 챙겨 빠져나가기 바빴는데
이런 나는 어렸을때 학원버스에서 내리면 집 앞에서 내리는 게 너무 창피해 저만치 떨어진 집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왔고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이런 자식들의 기를 살려주려고 비싼 장난감과 늘 최신형 핸드폰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비싼 옷도 사주셨던 아버지다.
지금까지도 아버지가 주는 돈은 시집가서도 늘 당연하게 받아왔던 나.
그런 내가 포스팅하기 위해 받는 사진들을 계속해서 보고 글을 쓰고 하다 보니 아버지 일이 너무 고되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창 시절 공부가 싫다는 내게, 또 결혼할 때조차 돈 없으면 얼마나 서러운지 아냐는 말을 자주 하셨던 아버지의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죄송 한마음이 들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아직 건강하게 살아계신 아버지여서 아직 부모님께 효도할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운영중인 가게를 잘 홍보해서 아빠가 일을 많이 들어오는 것도 좋지만 하루빨리 딸이 성공해서 아빠 엄마가 더 이상 궂은일을 안 했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러면서도
요즘엔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을 때 아버지에게 일 전화가 걸려오면 아버지보다 내가 더 반가워하며 얼른 끊고 전화받으라고 이야기를 하는 나.
그 어떤 도전보다 의미 있으면서도 꼭 잘 해내고 싶은 아버지의 블로그.
나중에 남편 따라 우즈베크에 이민 가서 할거 없을 때 아빠 블로그도 운영해주고 아빠가 돈 많이 벌면 용돈도 좀 받고 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블로그.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온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블로그를 통해 열심히 일하는 아빠의 모습들을 사진과 글로 잘 담아내면서 앞으로는 더욱 아버지를 응원 해드리려 한다.